금리 변동성 방어를 위한 상품이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KB자산운용이 만기가 있는 채권 ETF에 분산투자 하는 펀드를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안정적으로 운용하면서 예금 금리 이상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퇴직연금 시장에서 인기가 높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말 만기매칭 채권 ETF가 펀드 출시의 도화선이 됐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운용은 오는 6일 'KB 만기가있는채권 EMP 증권투자신탁 [채권-재간접형]'을 설정한다. 펀드는 이날부터 6일까지 KB국민은행에서 펀딩을 실시, 내년 12월27일까지 운용한다. KB운용은 기관 대상의 F클래스와 랩어카운트와 금전신탁용인 W클래스, 퇴직연금 클래스만을 설정해 퇴직연금 시장을 정조준한다.
펀드는 기초지수가 국내 국공채와 신용등급 A- 이상 우량 회사채 등으로 구성된 만기 있는 채권 ETF 투자에 주력한다. 단기 채권 ETF로 발생하는 재투자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펀드 만기보다 듀레이션이 긴 ETF도 담는다. 펀드 만기 이전 피투자 ETF 만기가 도래하면 보유 ETF를 매도하고 펀드 만기와 유사한 채권 ETF로 교체키로 했다.
펀드 출시는 지난해 11월 존속기한 채권 ETF가 출시된 영향이 컸다. 회사채 등 크레딧 채권에 투자하는 공모펀드의 경우 10% 분산투자 요건과 100억원 채권 거래 단위 영향으로 일정 규모 수준이 아니면 본래 운용전략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런데 지난해 존속기한 채권 ETF가 출시되면서 규모와 상관 없이 만기매칭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된 것.
보수적 성향의 수익자 적립금을 태운 퇴직연금 상품의 만기가 지난달 말 도래한 점도 상품 출시를 부추겼다. 만기가 있는 ETF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만기매칭형 상품과 유사한 효과를 구사함으로써 예금 금리 수준에 알파 수익률을 더할 수 있다고 봤다. 펀드 만기가 도래하는 내년 말 롤오버 효과를 위해 유사 전략 상품 출시가 점쳐진다.
펀드 운용은 채권운용본부가 맡았다. 삼일PwC를 거쳐 KB운용에 합류한 손경선 매니저가 이 펀드 운용 전면에 나섰고 유병우 매니저가 부책임 운용역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말 KB운용의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4조4377억원.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이어 국내 운용사 중 세 번째로 큰 규모 채권형 펀드 라인업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은 296조원 수준. 이 중 86% 정도의 적립금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지난해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DB 운영 법인의 경우 적립금 운용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용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등 제도 개편이 이뤄졌지만, 지난해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적립금이 쏠렸다.
올해의 경우 일각에서 금리 하방 압력이 가해질 것이란 주장이 꾸준히 나오면서 금리 변동성 위험을 최소화하는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11월 KB운용을 비롯해 여러 종합자산운용사들이 만기매칭 채권ETF를 출시한 배경이기도 하다. 특정 시점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묶음으로써 금리 변동에 상대적으로 높은 방어력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어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비히클로 인식되기도 했다. KB운용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KBSTAR 23-11 회사채(AA- 이상) 액티브 ETF'의 경우 지난달 중순 기준 순자산이 5400억원에 육박했다. 4일 현재 해당 ETF는 5만2825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기간 설정 후 누적 수익률은 5.6%.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