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글로벌반도체 펀드가 국내 확정급여형퇴직연금(DB) 상품 가운데 최상위 성적을 거두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세계 반도체 산업의 성장 흐름에 올라타고자 매출 볼륨을 토대로 설계한 펀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운용의 '삼성글로벌반도체 증권자투자신탁'은 지난 3개월 수익률(전 영업일 기준)이 22.8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를 압도하고 있다. 이 상품은 반도체 섹터에서 매출액을 기준으로 투자하기에 별도의 벤치마크를 갖고 있지 않다.
삼성글로벌반도체는 세계 반도체 산업 전반의 성장을 추종하고자 미국, 유럽, 일본, 국내 주식 등에 투자를 벌이고 있다. 섹터 분류상 반도체 산업에 해당하는 기업은 물론 정보기술(IT)과 가전 등으로 분류되지만 반도체 산업을 토대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업체까지 투자 타깃에 포함돼 있다.
눈에 띄는 건 블룸버그가 발표하는 기업별 반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종목을 선정하는 점이다. 아무래도 반도체 섹터는 규모의 경제에 따른 경쟁력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영역이어서 매출 볼륨을 핵심 잣대로 삼은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투자 대상을 선별하지만 삼성전자, 소니 등 복합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에도 투자가 가능하다.
유니버스 구성의 경우 일단 블룸버그 산업 분류에 따라 반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글로벌 상위 50개 기업을 뽑는다. 이 중에서 다시 20개 종목을 선정하되 이들 기업에 중대한 이슈가 발생할 경우 수시 편출입을 통해 적극적으로 종목 교체에 나선다. 매출액 하위 30개 종목 중에서도 수익성과 모멘텀 지표에 따른 스코어링(Scoring) 방식을 통해 일부 종목을 편입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주요 보유 자산은 'TAIWAN SEMICONDUCTOR-SP', 'ASML HOLDING NV', 'BROADCOM INC', 'NVIDIA CORP', 'TEXAS INSTRUMENTS INC' 등이다. 가장 투자 규모가 큰 자산도 전체 비중이 10%를 넘지 않는 선에서 포트폴리오를 관리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들어 글로벌 경기 하강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도체 수요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세계 각국의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행보를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 성장 여력이 충분한 섹터로 평가받는다. PC와 스마트폰에서 반도체 수요가 둔화되고 있으나 데이터센터의 수요는 여전희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최근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위험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 열풍이 투자 시장에 거세게 불고 있다. 이들 AI의 폭발적 성장세는 반도체 투자에도 긍정적인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운용사마다 정부와 기업의 첨단 반도체 투자에 따른 수혜 종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간 대기업 DB 자금은 윈리금 상품에 집중 투입돼 왔다. 이제 내부 운용 부서마다 이들 자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려는 니즈가 커지고 있다. 어디까지나 퇴직연금이 재원인 터라 안정성을 최우선시하면서도 수익률 차별화를 거두고자 공격적 투자 상품의 비중을 높여 나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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