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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기업 공급망 분석

삼성전자 주요 매입처에 SDC가 빠진 이유

③종속사라 미기재, 중소형 OLED 패널 공급 역할

원충희 기자  2023-04-04 08:17:18

편집자주

코로나가 휩쓴 지난 3년간 전 세계 기업들의 주요 이슈는 공급망 안정화였다. 인적·물적 교류가 제한되면서 주요 원재료 및 부품 수급이 어려워졌고 그 와중에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진행 중이다. 엔데믹 이후 폭증한 수요가 금리인상과 러우 전쟁 등으로 다시 가라앉는 등 불확실성도 확대되면서 각 기업들은 주요 매입처 관리에 더 신중을 기하게 됐다. 국내 주요 전자·IT기업의 공급망 점검을 통해 이들의 사업전략과 시장 변화를 들여다봤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시장을 누빌 수 있는 기반에는 탄탄한 계열 공급사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디스플레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는 삼성디스플레이(SDC)의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이, LG전자의 TV에는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패널이 장착된다.

흥미로운 점은 LG전자의 주요 매입처 명단에 LG디스플레이가 올라와 있지만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관계는 그렇지 않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연결종속회사라 이들 간의 거래는 내부거래로 취급돼 매출에서 상계되기 때문이다.

◇삼성전기서 카메라모듈, 삼성SDI서 배터리 수급

삼성전자는 국내 1위 기업답게 글로벌한 규모의 공급망을 관리하고 있다. 가전, 스마트폰, 반도체, 하만으로 구성된 매입처 명단에는 국내 협력사와 글로벌 대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중에는 계열사 삼성전기도 포함돼 있다. 삼성전기는 모바일사업(IM) 부문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공급망에 LG이노텍이 있다면 삼성 모바일 수급처에는 삼성전기가 자리하고 있다.

삼성SDI로부터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에 쓰는 배터리를 매입하고 있다. 다만 그 규모가 일정 비율을 넘을 만큼 크지 않아 수급처 명단에 포함되지는 않고 있다. 현재 삼성SDI의 주요 매출처는 전기자동차 및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중대형 배터리 사용업체들이다. 삼성전자에는 주로 소형 배터리 정도만 공급한다.
*2022년도 기준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삼성전자 주요 매입처 명단에 기재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와의 거래에서 얻은 매출은 16조원이 넘었다. 상당부분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다. 대형 OLED인 퀀텀닷(QD)-OLED의 경우 아직 삼성전자의 주력 TV 제품이 아니다. 액정표시장치 (LCD) 기반의 QLED를 주력 라인으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는 TV 등에 쓰이는 디스플레이를 차이나스타(CSOT), AUO, BOE 등 중화권 기업에서 수급하고 있다.

이와 달리 LG전자의 주요 구매처 명단에는 LG디스플레이가 계속 자리하고 있다. TV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부문은 물론 차량 전장부품을 주관하는 VS부문에도 올라와 있다. LG전자가 모바일 사업을 접으면서 MC부문 공급자 위치는 사라졌지만 OLED TV와 자동차에 들어가는 각종 디스플레이 부품 협력사 역할은 계속 유지하고 있다.

◇연결자회사라 사실상 한몸으로 취급돼

삼성전자 매입처 명단에 삼성디스플레이가 빠진 이유는 종속회사란 위치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84.8%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15.2%)을 가진 삼성SDI의 대주주도 삼성전자다. 결국 삼성전자가 완전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어 종속자회사로 분류된다. 연결재무제표로 들어가는 자회사인 만큼 회계상 한 몸으로 취급된다.

종속회사와의 거래는 내부거래로 처리돼 매출 상계가 된다. 이에 삼성전자 주요 매입처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안 잡히지 않는다. 오히려 삼성전자의 한 사업부로 취급되고 있다. 삼성전기의 경우 삼성전자가 지분 23.6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상장사라 완전한 지배력을 행사치 못하는 관계기업으로 처리된다. 이 때문에 주요 수급처 명단에 이름을 올라온다.

이는 LG도 마찬가지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 지분 37.9%를 보유하고 있으나 관계사로 처리 중이다. 지분이 과반에 못 미치고 지배력이 아닌 유의적 영향력을 가진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반대로 LG전자가 지분 40.8%를 보유한 LG이노텍은 종속회사로 분류돼 아예 LG전자의 사업부처럼 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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