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에 사용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최대 공급사다. 프로 등 프리미엄부터 중저가 모델까지 폭넓게 수주하고 있어, 아이폰 시리즈 흥행에 따른 실적을 기대받는다. 아이폰 선호도가 높은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신규 스마트폰 구매와 교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애플의 공급망 전략 재편 조짐이나, 경쟁사 BOE 등의 추격으로 탄탄했던 아이폰 내 OLED 점유율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에게 있어 특정 기업에 부품 공급이 편중되는 것은 리스크가 큰데다, 중국 정부 지원을 업은 BOE가 막대한 투자 및 저가 공세를 기반으로 차세대 모델부터 비중을 늘린다는 것이다. 다만 프로 모델에 사용되는 고부가 OLED 패널은 기술 격차 커 아직 삼성디스플레이에 여유가 있다는 반박도 상존하고 있다.
◇아이폰14 시리즈 OLED 패널 70% 담당, 리오프닝 수요 증가 기대로 연결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애플의 최대 OLED 공급사 중 하나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출시됐던 신형 아이폰 14 시리즈에서 독보적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 가늠한 삼성디스플레이 OLED의 아이폰 14시리즈 납품 비중은 70%를 웃돈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공급하는 OLED 패널은 현재 아이폰 프로 등 프리미엄 모델부터 중저가 모델까지 전부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망의 과반을 차지하는 만큼 아이폰14 시리즈 흥행은 삼성디스플레이 OLED 출하 증가와 직결된다. 아이폰 14 시리즈는 출시 당초 제시됐던 부진 예상을 딛고 흥행 중이다. 다만 코로나19에 이은 폭스콘 공장 폐쇄로 생산 지연 등이 있었던 만큼, 새해에도 여전히 구매 여력이 남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제로 코로나를 종식하고 리오프닝을 선언한 중국 시장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유다.
특히 중국 시장은 스마트폰 수요 둔화 추세와 경기 불황에도 애플 점유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 카날리스 등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중국 내 아이폰 점유율은 16%에 달한다. 2021년 동기에는 11%에 불과했는데, 프로 모델 등 고부가 프리미엄 제품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작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10% 내외로 역성장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애플과 아이폰의 입지는 오히려 더 탄탄해진 셈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시장이 LCD에서 OLED로 전환 중이지만, 대형 OLED의 적자 폭이 크다보니 대부분 실적은 중소형 OLED 수주 및 출하에 좌우된다"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저온 다결정산화물(LTPO) OLED 패널 등 아이폰 시리즈에 쓰이는 중소형 고부가 제품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최근 디스플레이 수요 둔화에도 삼성 디스플레이가 타 경쟁사와 달리 높은 실적을 기대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中 디스플레이 굴기 역습, BOE-아이폰 관계 강화에 촉각다만 탄탄한 점유율을 보유한 삼성디스플레이의 애플-아이폰 공급망도 비중 변화가 머지 않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을 추격 중인 BOE가 애플에 공급하는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차세대 모델인 아이폰 15, 16시리즈부터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몫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BOE는 최근 마이크로 LED 패널 양산도 시작하면서 애플워치향 수주 가능성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궈밍지 톈평국제증권 연구원은 "BOE에서 올해 하반기 출시될 아이폰 15시리즈에서 저온 다결정실리콘(LTPS) OLED 물량을 상당량 점유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 아이폰16 시리즈에서 LTPO 모델 물량을 20~30% 수주할 경우 BOE가 아이폰 OLED 공급 1위(물량)에 오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애플이 지난해 폭스콘 정저우 위탁생산 공장의 코로나19 감염 사태로 대규모 감산을 경험한 점도 이런 예측에 힘을 실었다. 위탁 공정과 주요 부품 공급이 특정 기업이나 지역에 편중되면 경험할 수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인지하면서, 애플의 공급망 전략이 재편될 조짐을 보인 탓이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와 BOE의 격차가 크고 중저가 모델에 쓰이는 LTPS 중요도는 높지 않은 만큼, 경쟁력에서 큰 훼손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삼성디스플레이 LTPO 기술은 여전히 BOE에 앞선 만큼 고부가모델 비중이 크게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애플에겐 공급망 다양화가 유리한 만큼, 장기적으로 비중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형 OLED 경쟁이 격화돼 노트북 등 중형 OLED, 폴더블 OLED로 경쟁력을 키워야 하며 삼성디스플레이의 베트남 생산라인 증설도 이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