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모회사 삼성전자에 20조원 거금을 빌려주면서 올해 시설투자(CAPEX)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를 비롯해 대형 디스플레이는 전방 수요 위축으로 올해는 별다른 생산능력(CAPA) 확충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다만 IT용 8세대(원장 2200x2500mm) 디스플레이 패널 투자가 거론되고 있다. 초기투자를 실행할 경우 2조~3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대여금을 제외해도 재무여력이 있다는 반응이다.
◇캐파확대 계획 아직 잠잠, IT용 8세대 투자는 계속 거론돼삼성디스플레이의 2021년 별도재무제표 기준 현금성자산은 24조7700억원 규모다. 작년 영업이익이 5조95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보유현금은 대략 30조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20조원을 모회사 삼성전자에게 대여해주는 것이다.
대여기간은 2년 반(2023년 2월 17일~2025년 8월 16일)이지만 중도에 상환할 수 있는 조건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나 자금여건이 되면 조기 상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선 단기대여일수도, 2년 넘는 장기대여일수도 있다.
삼성전자 전체적 관점에서 같은 DS(Device Solution)부문 소속이더라도 디스플레이보다 반도체에 무게가 실렸다. 캐파 확대나 CAPEX의 선택과 집중에서 디스플레이보다 반도체를 우선했다는 뜻이다. 사업 규모나 이익 의존도가 반도체에 쏠려있는데다 향후 경기변화에서도 반도체가 디스플레이보다 조기 회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 패널 생산량이 많지 않은 탓에 OLED TV 양산이 어려웠다. 그간 삼성전자의 OLED 전략이 모호한 바람에 QD 캐파 확충에 올인하지 못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이 OLED 생산을 늘리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이제 궤도가 잡힌 듯 하지만 디스플레이 업계는 현재 TV시장 등 전방산업의 수요 위축으로 캐파 확대에 신중한 반응이다.
중소형 OLED가 주력인 삼성디스플레이로선 스마트폰 수요 등으로 작년 경기침체에도 선방한 실적을 거뒀다. 올해는 IT용 8세대 OLED 투자가 얘기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넘어 태블릿과 노트북, 모니터까지 OLED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IT기기의 전반적인 수요는 침체됐지만 이 가운데 패널을 액정표시장치(LCD)에서 OLED로 바꾸는 수요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IT용 8세대 OLED 초도투자에 대략 2조~3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는데 삼성디스플레이가 20조원을 빌려줘도 남은 돈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올해 패널 생산량 확충을 위한 캐파 투자보다 보수적 CAPEX 전략이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결자회사라 재무안정성 부담 없어, 이자비용도 내부순환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20조원 거금을 빌려줘도 재무적 변화는 크지 않다. 개별로 보면 대여금과 차입금이 생기지만 연결자회사인 만큼 연결재무제표상 전체 부채가 늘진 않는다. 재무안정성 측면에서 외부보다 내부조달이 훨씬 안정적이다.
그간 삼성전자는 급전이 필요할 경우 회사채 등 시장성 조달보다 은행대출을 선호했다. 전체 사업규모에 비해 액수가 크지 않고 무역 과정에서 나오는 매출채권의 유동화 목적이 크다. 그렇기에 20조원 수준의 대규모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한 적이 없다.
이 정도 자금을 외부에서 은행대출이나 회사채 등으로 끌어오기 어려울뿐더러 신용평가, 등급평정 및 IR 등 번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자비용 역시 외부로 유출된다. 20조원에 4.6%면 연간 이자만 9200억원 수준이다. 외부조달보다 내부차입이 재무적 측면에서도 유리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