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비용 부담이 없었던 삼성전자에 변화가 감지된다. 시장금리 상승과 더불어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 차입으로 올해부터 이자비용이 가중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순이자수익'의 음(-)전환이 예상된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별도 기준 삼성전자의 이자비용은 2901억원이다. 2021년 1500억원 대비 약 1.9배 늘어났다. 작년 시장금리 상승과 더불어 보유 중이었던 차입금 총량이 상당 부분이었다는 점이 이자비용 상승의 주 요인이었다.
작년 말 별도 기준 삼성전자의 총차입금은 2조3815억원으로 2021년 말 9조8046억원 대비 약 6조6074억원이 감축됐다. 그럼에도 이자비용이 늘어난 이유는 상환 시점이 연말에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상반기 말 까지만 하더라도 별도 총차입금이 9조684억원으로 2021년 말과 비슷했다. 그러다 3분기 이후부터 차입금이 급감했다. 일정 시기 동안에는 이자비용을 부담했던 셈이다. 그 기간이 금리 상승기와 겹쳤다는 점도 이자비용 상승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자비용이 상승해도 관련 리스크가 자동으로 회피되는 구조였다. 금융기관 예치금 등으로 발생하는 이자수익이 이자비용보다 매년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금리 상승기에서도 삼성전자는 이자수익으로 3392억원을 기록해 순이자수익으로 492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순이자수익 1104억원보다는 적은 수치지만 급격한 금리 상승 때문에 발생하는 관련 리스크들을 대부분 회피할 수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올해 이후로도 순이자수익이 양수일 지는 미지수다. 우선 작년 말 기준 총차입금이 2021년 말 대비 상당 수준 줄었으므로 여기서 발생하는 이자비용은 예년보다 적을 것으로 예측된다. 단기차입금의 경우 조달 금리가 2021년 말 최대 8.7%에서 작년 말 16.7%까지 상승했지만 차입금 총량이 대거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자비용 부담도 적어졌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난 달 16일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빌리기로 한 자금 차입에 대한 이자비용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연 이자율 4.6%에 장기차입 형태로 20조원을 끌어오기로 했다. 단순 계산으로 1년에 이자비용만 9200억원이다.
물론 이 차입이 이뤄진다고 해서 내년 사업보고서에 삼성전자 이자비용이 기존에서 9200억원이 더해진다는 뜻은 아니다. 일시 차입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분할 집행되는 차입이기 때문에 차입이 이뤄지는 만큼 이자도 발생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20조원 차입이 모두 이뤄질 경우 1조원에 육박하는 신규 이자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또 만기가 1년 이상인 장기차입이기 때문에 이자비용을 부담할 기간 역시 비교적 길 것으로 예측된다.
차입금을 잠시 금융기관에 예치해 단기수익을 노릴 만한 여유도 없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총 6개 반도체 생산라인 계획을 세우고 현재 평택캠퍼스 3·4공장을 건설 중이다. 전사 자본적지출(CAPEX) 역시 작년 수준과 비슷한 약 53조원을 집행하겠다고 언급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디스플레이에서 빌려오는 자금 중 일부를 예치한다고 하더라도 늘어나는 이자비용만큼의 이자수익을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의 차입 외에도 삼성전자가 별도로 진행하는 금융권 차입이 늘어날 여지도 있다. 삼성전자는 이전 5개년(2018~2022년)간 별도 기준 총차입금으로 9~12조원대를 유지해왔다.
특히 이자비용의 습격이 반도체 불황기에 겹친 이슈라는 점이 삼성전자의 고민을 깊게 만든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올해 1분기에 수조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진다. 증권가는 전사 영업이익으로 1조원대 중반을 예측 중이다. 이자보상배율 역시 지난날과 대비해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