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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년만에 현금 30조→4조…추가 차입 가능성은

시설투자·특별배당 등으로 본사 곳간 소진, 반도체 불황도 겹쳐

원충희 기자  2023-03-08 15:55:19
삼성전자의 국내 본사 곳간에 남은 현금이 4조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만 해도 30조원이 넘었으나 특별배당과 시설투자 등으로 상당액을 소진했다. 영업활동을 통해 들어온 현금보다 투자와 단기차입금 상환, 배당지급으로 나간 돈이 많아지면서 본사의 곳간이 비어갔다.

특히 올해 본사가 집행할 시설투자 규모가 수십조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디스플레이 외 다른 자회사에서도 현금을 끌어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캐시카우인 반도체 사업이 올 1분기 가장 저점에 이르면서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2년 만에 현금 87% 소진…너무 '플렉스' 했나

삼성전자의 지난해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현금성자산은 3조9215억원, 전년 말 15조원 넘던 단기금융상품은 1억3700만원으로 급감했다. 단기금융자산을 대부분 현금화해 거의 사용했다는 의미다. 2020년만 해도 본사가 가진 현금은 30조원이 넘었으나 2년 만에 26조원 넘는 돈이 소진됐다.
외부조달에 소극적인 삼성전자는 대부분의 투자재원을 자체 영업활동 현금흐름 내에서 충당해 왔다. 문제는 영업현금흐름을 넘어선 돈이 매년 유출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순유입된 현금흐름은 44조7887억원으로 전년(51조2501억원)대비 감소했다. 반도체와 가전, 스마트폰 등의 시장 침체로 인한 영업부진에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탓이다.

이런 가운데 투자활동에 따른 현금 순유출 규모는 28조1238억원으로 2021년(24조4352억원) 대비 늘었다. 별도기준 현금흐름표를 보면 투자활동 현금흐름 중에서 단기금융상품은 2년 연속 순감소했다.

통상 3개월~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은 사실상 현금으로 보는 항목이다. 투자현금흐름 순유출이 많다고 해도 단기금융상품이 순증했다면 그만큼 여윳돈을 단기자산으로 굴리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반대로 단기금융자산을 헐어 소진했다.

지난해 시설투자 등 자본적지출(CAPEX)에 해당되는 유·무형자산 취득 규모는 38조4814억원에서 42조4585억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CAPEX(53조1267억원) 중에서 80% 가량을 본사 돈으로 집행한 셈이다. 2030년까지 총 6개 반도체 생산라인(P1~6) 계획을 세운 삼성전자는 현재 평택캠퍼스 3·4공장(P3·P4)을 건설 중이다. 투자활동 현금 유출은 대부분 여기에 들어간 돈이다.

◇반도체 경기 올 1분기 가장 저점, DS부문 수익성 하락 예상

삼성전자는 최근 몇년 간 주요 인수합병(M&A)이나 특별배당 등에 본사 곳간을 헐어썼다. 2016년 말 삼성전자의 별도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3조9490억원이었는데 하만 인수에 들어간 80억달러(약 9조3300억원)를 본사 돈으로 지불했다. 이후 2017년부터 현금흐름을 보면 투자와 재무활동으로 순유출된 현금 규모가 영업현금흐름을 웃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장 결정타는 2021년이다. 특별배당 등으로 20조원 넘는 돈이 본사 곳간에서 빠져나갔다. 2020년 말 30조원 넘는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18조원으로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2년간 20조~30조원 넘는 CAPEX가 소요된 것이다.

올해도 예년 규모의 시설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 현재 가진 현금으로는 감내하기 어렵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조원을 차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CAPEX가 전년과 비슷한 규모일 경우 다른 자회사에 추가로 조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1분기 반도체 경기가 가장 저점에 이르면서 삼성전자 DS부문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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