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SK텔레콤과 SK스퀘어 겸직을 떼어내고 반도체 사업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를 둘러싼 글로벌 지정학적·경제적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박 부회장을 구심점으로 경영체제에 보다 힘을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오는 30일 SK스퀘어 주주총회에서 박성하 SK(주) C&C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기점으로 SK스퀘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다.
◇SK스퀘어·SK텔레콤 경영서 손 떼기로
박 부회장은 그동안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SK스퀘어 대표이사 부회장을 겸임해왔다. 또 SK텔레콤에도 미등기임원으로 부회장직을 겸임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계열 3사를 묶어 만든 'ICT 연합' 수장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SK하이닉스 사내이사직을 제외한 모든 임원직을 내려놓는다. SK텔레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SK텔레콤 미등기임원 자리에서 퇴임했다. SK텔레콤에서 직을 내려놓고 SK스퀘어 이사회에서도 빠지면 SK하이닉스에만 완전히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 사내이사와 솔리다임 이사회 의장을 맡아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반도체 한파로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을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곽노정·노종원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박 부회장-곽노정 사장 각자 대표 체제로 개편한 바 있다.
◇M&A, 실적개선…풀어야 할 과제 산적
박 부회장은 지난해 인수한 솔리다임과 8인치(200m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키파운드리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을 안정적으로 마무리 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솔리다임의 경우 아직 딜이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만큼 2025년까지 딜을 무사히 완료하고 인수 효과를 대내외에 입증해내야 한다.
솔리다임 인수로 SK하이닉스는 낸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으나 인수 직후 반도체 혹한기가 도래하면서 적자가 심화돼 SK하이닉스의 연결재무제표에도 부담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 박 부회장은 최고경영자로서 미·중 갈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글로벌 사업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공장에서 D램을 생산 중이며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IC)도 중국에 거점을 두고 사업을 영위 중이다. 미국 정부는 '칩스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으면 앞으로 10년간 주요 생산 시설이 있는 중국에 투자할 수 없다는 조건 등을 제시하고 있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중국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불황으로 타격을 입은 본업을 정상궤도로 올려놓는 게 무엇보다 큰 과제다.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에 4조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약 2조원의 영업손실을 낸 바 있다. 재고관리와 감산 전략 등을 적절히 구사해 위기를 극복하고 실적 개선을 이뤄내는 게 박 부회장 앞에 놓인 당면한 숙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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