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급감에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SK하이닉스에 금리 상승기는 반갑지 않다. 작년 4분기 실적 부진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감소해 잉여현금이 남아나지 않는 상태라 더욱 뼈 아프다. 올 1분기에도 실적 부진이 예측돼 이자비용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SK하이닉스의 연결 기준 이자비용(리스부채 이자비용 제외)은 5331억원이다. 2021년 기록한 2600억원 대비 2.05배 늘어났다. 리스부채 이자비용을 합하면 5444억원으로 2021년 3213억원 대비 1.69배 늘어났다.
이자비용 증대는 금리 상승기 차환보다는 신규 대출이 많아지면서다. 특히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차입금이 상당 부분 늘어났다. 작년 말 연결 단기차입금 잔액은 3조8333억원으로 2021년 말 2332억원보다 16.4배 늘어났다. 만기가 1년 이내로 축소된 장기차입금과 사채도 3조5900억원으로 2021년 말 2조6476억원보다 35.6% 늘어났다.
신규 단기차입금의 금리 수준은 4~5%대다. ING 등으로부터 9000억원, 국민은행과 맺은 8111억원 규모의 뱅커스 유산스(Banker's Usance), SK증권으로부터 3150억원의 기업어음도 발행했다. 또 씨티은행 등에서 빌렸던 단기차입금이 2021년 말 2332억원에서 작년 1조8074억원까지 늘어났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차환 및 신규 사채 발행에서도 금리 상승의 여파가 느껴진다. 저금리 시대에 발행했던 SK하이닉스의 회사채는 대부분 이자율이 1~2% 수준이다. 다만 지난 달 발행한 1조3900억원 규모의 공모채는 표면이자율이 3~4%대 후반까지 상승했다. 발행한 회사채 중 가장 큰 규모인 5년물(7800억원)의 경우 표면이율이 4.266%다.
물론 표면적으로 보이는 이자보상배율 등에 '경고등'이 들어왔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은 2021년 38.6배에서 작년 12.5배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이자비용 정도는 영업이익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현금흐름이다. 작년 SK하이닉스는 유형자산 취득에만 연결 기준으로 19조원을 사용했다. 이를 합한 자본적지출은 총 19조7489억원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 17조4702억원을 상회한다.
이외 수요 감소에 따라 재고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작년 재고자산은 15조6647억원으로 2021년 8조9166억원 대비 6조7480억원 가량 늘어났다. 매출채권을 최대한 현금화하면서 관리에 나섰으나 운전자본은 2021년 15조8812억원에서 작년 18조7564억원까지 늘었다.
이에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6조6493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운영자금 목적의 단기차입금이 늘어난 배경을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SK하이닉스의 순이자손익을 작년보다 약 40% 가량 적자 폭이 심화한 -6000억원대 중반으로 예측한다.
재계 관계자는 "메모리 시황 악화와 시장금리 상승 등 경영 환경 악화로 SK하이닉스는 작년보다 CAPEX를 50% 줄이겠다고 밝힌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