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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애경그룹

그룹 모태 화학부문 '대형화'…재무 과제는

①3사 합병 '애경케미칼' 매출 확대 성공적…재무건전성 유지는 과제

이민호 기자  2023-03-20 17:31:18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애경그룹이 그룹 모태인 화학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놓은 카드는 대형화였다. 애경유화가 애경화학과 AK켐텍을 흡수합병하는 '3사 합병'은 연결 기준 자산 1조원, 매출 2조원이 넘는 종합화학회사 애경케미칼을 탄생시켰다.

3사 합병으로 애경화학과 AK켐텍이 보유한 차입을 애경유화가 흡수하면서 기존에 우수하던 재무건전성이 다소 약화된 문제는 있다. 이 때문에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사업 시너지 효과도 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화학부문 3사 합병 '애경케미칼' 출범…사업 시너지 노림수

현재 애경그룹은 생활용품·화장품부문(애경산업), 항공운송부문(제주항공), 백화점부문(에이케이에스앤디), 부동산부문(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 IT서비스부문(에이케이아이에스) 등 다양한 사업부문으로 진출해있지만 그룹 모태는 화학부문이다. 화학부문 계열사인 애경케미칼은 1970년 10월 삼경화성으로 설립됐다. 애경그룹 모태로 1954년 6월 설립된 애경유지공업(현 애경자산관리)이 무수프탈산(PA) 제조를 위해 설립한 것이 삼경화성이다. 삼경화성은 1994년 8월 애경유화로 사명을 바꿨다.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도 애경유화에서 분할한 것이다. 애경그룹은 2012년 9월 애경유화에서 투자사업부문과 화학제품 제조·판매부문을 인적분할하면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투자사업부문이 존속회사로 지주사인 AK홀딩스가 되고 화학제품 제조·판매부문이 신설회사로 애경유화가 됐다. AK홀딩스는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14.25%)과 애경자산관리(10.37%)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지분 65.17%를 보유하고 있다.


AK홀딩스는 2021년 11월 화학부문 3사를 합병해 애경케미칼을 출범시키는 결단을 내린다. 애초 화학부문은 무수프탈산과 가소제 등 가소제사업부문을 담당하는 애경유화, 복합소재용·코팅용 수지 등 합성수지사업부문을 담당하는 애경화학, 계면활성제와 정제글리세린 등 생활화학사업부문을 담당하는 AK켐텍으로 구분돼있었다. 애경화학은 1979년 4월 애경유지공업과 일본 화학기업 DIC의 50 대 50 합작법인으로 설립됐다. 2019년 12월 불균등 유상감자를 통해 DIC 지분 전량을 소각하면서 AK홀딩스의 완전자회사가 됐다.

AK켐텍은 애경그룹과 로열더치쉘(Royal Dutch Shell)이 50 대 50으로 합작해 애경쉘이라는 이름으로 1982년 3월 설립됐다. 1988년 9월 로열더치쉘이 보유지분 전량을 애경산업에 매각하면서 애경정밀화학으로 사명이 바뀌었고 2009년 7월 애경피앤씨와 애경소재를 흡수합병하면서 AK켐텍으로 재차 바뀌었다. 화학부문 3사 합병 직전 AK홀딩스가 지분 81.36%를 보유하고 있었다.

애경그룹은 애경유화를 중심으로 애경화학과 AK켐텍을 흡수합병하면서 화학부문에서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애경케미칼은 기존 가소제사업부문에 합성수지사업부문(애경화학)과 생활화학사업부문(AK켐텍)을 품고 신사업인 바이오&에너지사업부문까지 더해 종합화학회사로 탈바꿈했다. 2020년말 5322억원이었던 연결 기준 자산총계는 합병 직후인 2021년말 1조2450억원으로 불어났다.

애경케미칼은 화학부문 3사 합병과 동시에 합병 후 중장기 사업전략과 재무목표를 내놨다. 중장기 재무목표로는 2030년까지 매출 4조원을 달성하고 구로동 애경빌딩을 매각할 계획을 내놨다. 애경빌딩은 지난해 5월 매각을 완료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조1764억원을 달성했다.

생산시설 증설목표로는 중국에 연간 생산능력 7만톤 규모의 무수프탈산 생산설비 증설과 베트남에 화학부문 3사 통합 화학공장 추진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신사업으로는 바이오 해상유와 바이오 항공유 사업을 검토하고 아라미드 섬유의 원료에 대한 상업화플랜트 가동 계획을 밝혔다.

애경케미칼은 합병 직전인 2021년 6월 해외자회사 애경(영파)화공유한공사에 무수프탈산 공장 신설과 가소제·폴리올공장 증설 목적의 271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지난달에는 총액 240억원을 들여 베트남 계면활성제 생산공장을 내년까지 증설할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피합병법인 차입부담 전이…합병법인 재무건전성 유지 과제

화학부문 3사 합병으로 AK홀딩스의 지배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애경유화에 대한 AK홀딩스의 지분율은 합병 직전 49.44%였다. 하지만 합병 직후인 2021년말 62.23%로 확대됐다. 흡수합병된 애경유화와 AK켐텍에 대한 AK홀딩스의 지분율이 비교적 높았기 때문이다. 사업부문 추가로 영업실적도 확대됐다. 현금흐름의 원천이 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020년말 695억원에서 2021년말 1099억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도 1166억원으로 2021년 성과를 이미 뛰어넘었다.

화학부문 3사 합병 때 애경유화가 흡수합병하는 형태를 취했기 때문에 자산양수나 지분인수 등을 위해 애경케미칼이 별도로 투입한 자금은 없다. 합병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경우도 애경화학이나 AK켐텍에는 없었고 애경유화에서 580주에 그쳐 매수대금 지급이 1000만원 아래로 미미했다. 이 때문에 AK홀딩스가 자금을 지원하지도 않았다.

다만 기존에 우수하던 애경케미칼의 재무건전성이 다소 약화된 효과는 있다. 합병 직전인 2020년말 애경유화는 총차입금이 460억원으로 비교적 부담이 덜했을 뿐 아니라 현금성자산을 1359억원 보유하고 있어 순차입금이 오히려 마이너스(-)로 나타날 만큼 재무건전성이 우수했다.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이 36.0%, 차입금의존도(총차입금/자산총계)가 8.6%에 불과할 정도였다.

하지만 합병 직후인 2021년말 총차입금은 2657억원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자본적지출(CAPEX)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현금성자산이 629억원으로 감소하자 순차입금이 2028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이는 피합병회사인 애경화학과 AK켐텍의 차입금을 모두 흡수했기 때문이다. 2020년말 애경화학은 단기차입금 200억원과 장기차입금 450억원 등 부채비율이 139.8%로 비교적 높았다. AK켐텍도 단기차입금 738억원과 장기차입금 331억원 등 부채비율이 101.8%로 우수한 편은 아니었다.

다만 애경화학과 AK켐텍의 부채를 흡수했더라도 애경케미칼의 재무건전성은 여전히 양호한 편이다. 향후 자본적지출 소요 이벤트가 남아있는 만큼 현재 재무건전성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과제로 제시된다. 지난해 3분기말 애경케미칼의 부채비율은 72.7%로 안정권으로 인식되는 100%를 밑돌고 있다. 차입금의존도도 22.9%로 안정권인 30%를 밑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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