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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코드

확장기 컨설턴트 택한 SK가스

손철승 BSC장이 기획재무실장 겸직, 윤병석 대표와 같은 보스턴컨설팅그룹 출신

김형락 기자  2023-03-17 08:00:28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SK가스가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재무 라인에도 컨설턴트 출신을 기용했다. 액화석유가스(LPG)사업에서 발전·액화천연가스(LNG)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시기 사업 재편을 보조할 역량을 높게 산 인사로 풀이된다. SK가스는 그동안 내부에서 승진한 인물 중에서 재무 임원을 발탁했다.

SK가스 기획재무실장은 손철승 SK가스 BSC(Business Solution Center)장이다. 지난해 12월 겸직하던 전략 센터(Strategy Center)장을 내려놓고 기획재무실장으로 이동했다. 직전 기획재무실장이었던 이성모 본부장이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올라가면서 손 실장의 역할이 바뀌었다. SK가스는 공식적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직책을 두지 않고, 기획재무실장에게 자금·회계·재무기획 등 통상적인 CFO 역할을 맡긴다.

손 실장은 SK가스에 합류한 지 2년도 안 돼 기획재무실장에 앉았다. 과거 SK가스 기획재무실장들과 다르게 BSC장도 겸직한다. 손 실장에게 주어진 임무가 SK가스의 성장 과제 도출과 재무 관리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SK가스는 가스복합발전, LNG터미널 등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부채가 늘었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이하 동일) 부채비율은 149%로 전년 대비 7%포인트(p) 상승했다. 2020년부터 회사채 발행액을 늘리고, 비핵심 자산을 유동화해 확보한 현금을 신규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BSC는 SK가스 소속으로 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 산하 계열사(SK가스·SK케미칼·SK D&D·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의 우선순위 성장 과제를 담당하는 인하우스 조직이다. 손 실장은 2021년 7월 SK가스에 BSC장으로 합류했다.

SK가스는 그동안 기획재무실장을 그룹 내부에서 충원했다. 손 실장 전임자인 이 본부장은 1993년 SK가스에 입사해 글로벌 경영 지원 담당 임원, 솔루션&트레이딩(Solution&Trading)사업지원실장 등을 거쳐 2019년 7월 재무관리실장(2020년 이후 기획재무실장)을 맡았다.

지금은 이 본부장이 기획재무실을 거느린 경영지원본부를 책임지고 있다. 경영지원본부 아래에는 기획재무실 외에 △기업문화실 △법무실 △IT(정보기술)전략지원실 △IR실 △커뮤니케이션실이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인사 패턴을 보여줬다. 이해원 전 기획재무실장(2014~2017년)은 경영지원본부장을 거쳐 지금은 본사부 임원(사장 보좌)으로 있다. 김종국 전 재무관리실장(2010~2014년)은 2009년 SK가스에서 상무로 승진하며 임원 생활을 시작했다. 강성욱 전 재무관리실장(2018~2019년)은 임원이 아니었다.

손 실장은 회계사부터 감독 당국, 증권사, 컨설턴트까지 다채로운 이력을 지니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커리어는 보스턴컨설팅그룹(2005~2014년)이다.

윤병석 SK가스 대표이사와 보스턴컨설팅그룹(1996~2012년)에서 일한 기간이 겹친다. 윤 대표는 2012년 SK가스로 넘어와 2019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기존 LPG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신사업 기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손 실장은 컨설턴트 시절 SK가스가 추진하는 신규 사업 분야 프로젝트들을 수행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국내 EPC(설계·조달·시공)기업 신규 사업 전략 개발팀을 지휘하면서 석유·가스 부문 종합 솔루션 제공사로 나아갈 기회와 진입 모델을 평가했다. 국내 에너지 공급사와 북미 에너지 가공업체 사이 북미 에너지 수출 터미널 설립 조인트벤처(JV) 협상도 지원했다.

SK가스로 옮기기 전에는 미국 컨설팅기업 아서디리에서 파트너(2014~2021년)로 일했다. 가스 터미널 사업 기회를 탐색하는 등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LPG 공급 단일 사업에서 벗어나려는 SK가스의 행보에 적합한 인물로 재무 라인 공백을 메운 셈이다. SK가스는 지난해까지 연결 기준 매출 8조662억원이 모두 LPG 가스 사업에서 나왔다. 종속기업 울산GPS(지분 99.48% 보)에서 내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LNG·LPG 겸용 가스 복합 발전소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발전 연계 사업인 LNG 터미널 사업도 추진한다. 울산GPS의 LNG 발전 연료 직도입을 위해 SK가스가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에 투자했다. 내년 6월 상업 가동을 목표로 LNG 탱크 2기(각 21만5000Kl)를 건설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 LNG 탱크 1기를 추가로 건설하기로 했다. 2026년 6월 상업 가동이 목표다.

SK가스는 올해 4000억원 이상의 설비·지분 투자를 계획 중이다. 영업활동으로 만든 현금과 차입금을 이용해 2025년까지 예고한 투자계획을 집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은 4048억원, 단기금융자산은 3171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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