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C레벨 임원 보상 체계는 디테일에서 갈렸다. 재무 성과와 주가를 기준으로 보수를 책정하는 기본 원칙은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특정 기간 계량·비계량 지표를 기준으로 임원 성과를 측정한다. 애플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다른 기업과 비교해 자신들이 책정한 보수 수준을 점검하고, 주주들의 피드백도 반영한다.
◇ 애플, 임원 보수 주주 가치와 일치하도록 RSU 설계지난해 애플 보수위원회가 책정한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총보수는 8400만달러(약 1102억원)다. 루카 마에스트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한 C레벨, 부사장급 임원 4명이 수령할 보수는 각각 2300만달러(약 301억원)로 동일하다.
각 임원들의 보수 구성은 대동소이하다. △기본급 △연간 현금 인센티브 △주식 보상으로 나뉜다. 주식 보상 비중이 과반인 임금 구조다.
팀 쿡 CEO는 기본급이 300만달러, 연간 현금 인센티브가 600만달러다. 나머지 7500만달러가 주식 보상분이다. 마에스트리 CFO도 마찬가지다. 기본금은 100만달러, 연간 인센티브는 200만달러이고, 나머지 2000만달러가 주식 보상에 해당한다.
애플 임원 보상 체계의 특징은 주식 보상 위주의 보수 구조다. C레벨 임원들이 받을 보상을 주주 가치와 일치시키려는 의도다. 주식 보상은 성과 기반 RSU(양도제한 조건부 주식)로 50%를 지급하고, 나머지 50%는 RSU를 이연해 분할 지급한다. RSU는 특정 기간에 목표를 달성하면 주식을 지급하는 성과 보상 체계다.
RSU 지급액을 결정하는 지표로는 S&P 500을 비교 그룹으로 하는 상대 TSR(총주주수익률)을 채택했다. 비교군을 설정해 애플 성과를 보다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해서다. S&P 500에 속한 기업보다 상대 TSR이 높을수록 RSU 지급액이 커지는 구조다. TSR은 주가 상승분과 배당 수익 등을 고려한 성과 지표다.
애플이 2021년 9월에 부여한 성과 기반 RSU는 2022~2024년 성과를 측정해 확정한다. 2024년 10월 1일 애플의 상대 TSR 백분위에 따라 RSU 지급액이 0~200% 사이에서 결정된다. 애플의 상대 TSR 백분위가 S&P 500 기업 중 85% 이상이라면 최대 200% 수준에서 RSU를 지급한다. 반대로 애플의 상대 TSR 백분위가 25% 미만이라면 RSU를 지급하지 않는다.
애플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가 임원 보수를 결정한다. 기관투자자 의견을 수렴해 보수 구조를 손보기도 한다. 애플은 여러 기관투자자들이 분점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경쟁사와 동떨어진 보상 체계를 수립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병행한다. 보상위원회는 애플의 피어 그룹 C레벨 임원과 보상 수준 비교해 적정한 수준의 보수를 책정한다. 1차 피어그룹은 애플과 매출, 시가총액이 비슷한 알파벳, 아마존, IBM 등으로 설정했다. 2차 피어그룹은 애플과 업종이 같거나 유사한 사업 구조를 가진 3M, 테슬라, GE 등이다.
애플 보상위원회는 보상 기준이 되는 재무 목표치도 공개한다. 지난해 애플의 매출 목표는 3800억달러, 영업이익은 1090억달러였다. 애플은 매출 3943억달러, 영업이익 1194달러를 기록해 이를 초과 달성했다. 이에 따라 보수도 책정했던 범위 중 최대치로 지급한다. 팀 쿡 CEO의 올해 목표 보수(4900만달러)도 공개했다.
◇ 삼성전자, ROE·세전이익률·주가상승률 계량 지표로 채택삼성전자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한종희 대표이사가 지난해 보수로 총 46억원을 수령한다. DS(반도체) 부문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경계현 대표이사는 30억원, 박학규 CFO는 19억원을 받았다. 노태문 MX사업부장(41억원),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28억원)도 5억원 이상 보수를 받은 임원이다. 보수는 각 임원이 담당하는 사업 부문별로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임원 보수를 상여 위주로 책정했다. 한 대표는 총보수 중 상여가 70%(32억원)다. 나머지 27%(12억원)는 급여, 4%(2억원)는 임원 처우 규정에 따른 복리후생이다. DX 부문 경영지원실장이자 전사 총괄 CFO인 박학규 사장은 급여가 46%(9억원), 상여가 45%(9억원)로 비중이 비슷했다.
상여 항목에 들어가는 인센티브는 크게 세 가지다. △부서별 목표 달성도에 따라 월급여의 0~200% 내에서 대표이사가 결정하는 목표 인센티브 △조직별 평가세후이익, 자본비용 등 재무적 요소로 산정한 보상 재원을 바탕으로 기준 연봉의 0~50%내에서 지급하는 성과 인센티브 △자기자본이익률(ROE), 주당수익률, 세전이익률 등을 평가해 3년 평균 연봉을 기초로 주주총회에서 정한 이사 보수 한도 내에서 3년간 분할 지급하는 장기 성과 인센티브가 있다.
삼성전자는 전사 계량 지표와 사업 부문별 계량·비계량 지표를 종합해 임원(등기이사 기준) 성과를 평가한다. 지난해 전사 계량 지표로는 2017~2019년 ROE 15.7%, 세전이익률 20.7%, 주가 상승률 54.8%를 고려했다. 수익성 지표인 ROE, 세전이익률과 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주가를 전사 계량 지표로 넣었다.
나머지 계량·비계량 지표는 임원별로 달랐다. 한 대표는 계량 지표에서는 DX 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 비계량 지표에서는 전사 공통 플랫폼 고도화를 통한 DX 부문 제품 경쟁력 제고, B2B·서비스 사업 강화로 미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 점을 고려했다.
박학규 CFO는 계량 지표에서는 DX 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 비계량 지표에서는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 사업 리스크 선제적 관리와 자원 운영 고도화, 중장기 투자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해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기여한 점을 고려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마찬가지로 임원 보수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에서 정한다. 주식을 지급하는 보상 체계는 채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