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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만기 구조 '단기화' 선택

공모채 1.5년물로 투자 매력 극대화, 차입금 감축에 현금도 71% 감소

심아란 기자  2023-03-09 08:17:19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채 만기 구조를 단기화한다. 공모채 발행을 추진하면서 1.5년물을 포함해 A등급 내 가장 낮은 A- 회사채의 투자 매력을 끌어올렸다. 만기 1.5년짜리 회사채 발행은 최근 5년 사이 처음이다.

사채 만기에 대응하는 주기가 짧아진 만큼 시장에서는 유동성 관리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재무 부담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보유 현금도 전년 대비 71% 감소한 상황이다. 올해 연말까지 순차입금을 1조원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도 설정한 만큼 자본 확충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1.5년물 사채 선택, 차입금 대응 분주해지나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오는 15일 최대 10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다. 기존에 계획한 모집액은 500억원이었으나 7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총 4720억원어치 청약 주문을 받으면서 증액 여력을 확보했다. 만기 구조는 1.5년물과 2년물로 꾸렸으며 회차별 최종 발행 금액은 아직 공시하지 않았다.

이번에 만기 1년6개월짜리 회사채를 선택한 점은 눈길을 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2017~2020년 두산그룹에 속했던 시기에도 2년물 이하 채권을 발행한 이력은 없다. 당시 채무 상환 능력은 현재보다 열위한 상태였다.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로 현재 A-보다 두 단계 낮았기 때문이다.

2021년 8월 HD현대그룹에 편입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했으나 사채 만기를 장기화하진 못했다. 고금리 환경에서 보수적인 채권 투자자 눈높이를 고려해 단기물을 앞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보유 현금을 고려하면 재무수장인 엄원찬 전무는 일정 부분 자금 운용 부담을 감내한 모습이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지난해 말 별도기준 현금과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959억원을 기록 중이다. 직전 사업연도 말 3291억원과 비교하면 71%나 감소했다.

작년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왔던 2800억원 규모 사채 상환에 현금을 동원한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만기 도래했던 1700억원어치 사채를 갚는 과정에서 차환 발행에 나서지 않았다.

올해는 주주환원에 나서면서 현금 보유액은 더욱 감소할 개연성이 있다. 이달 정기주주총회 이후 주주에게 이익배당으로 475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순차입금 1조 미만 가능할까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지난달 말 별도 기준 총차입금은 1조1909억원이다. 올해 만기에 대응해야 하는 차입금은 4851억원으로 41% 비중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8일 기준 올해 안에 갚아야 할 사채는 1960억원이 대기 중이다. 이달 새로 발행할 회사채를 최대 1000억원으로 계획한 만큼 상환 재원이 충분하진 않다. 미상환 전환사채(CB)도 105억원이 남아 있지만 전환가액이 주가보다 현저히 저렴한 상태다. 따라서 주식으로 전환돼 CB에 대한 상환 부담은 해소될 개연성이 있다.

사채 상환을 위해 금융기관 차입금을 활용할지는 미지수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차입금 감축 의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2022년 IR 자료를 통해 차입금은 만기 도래 시점에 맞춰 줄여 나가면서 올해 연말까지 연결기준 순차입금을 1조원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를 밝혔다. 작년 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2203억원을 기록 중이다.

가용 현금이 감소한 상황에서 엄 전무는 순차입금을 1조원 이하라는 미션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차입금을 늘리지 않는 선에서 유동성 관리를 위한 선택지로는 유상증자 등의 자기자본 확충이 언급된다.

회사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자금 조달 등과 관련해 밝힐 수 있는 내용은 없다"라고 말했다.

외부 조달에 나서지 않을 경우 충분한 순이익을 창출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영업현금창출력이 양호한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력 사업 제품은 건설기계와 엔진으로 나뉜다.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3.4% 증가한 4조7561억원을 기록했다. 북미와 신흥국에서 건설기계 수요가 커지고 엔진 판매량이 증가한 덕분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6%가량 증가했다.

올해는 HD현대그룹과의 사업 시너지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최대주주인 현대제뉴인과 관계사 현대건설기계와 영업망 공유를 통한 영업 기반 확대가 핵심이다. 구매와 물류는 물론 연구개발에서도 중복되는 비용 절감 가능성도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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