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가 하이브를 향해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카카오와 긴밀히 협의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 강구할 예정”이라고 경고를 날리면서 카카오의 다음 행보에 이목이 몰린다.
카카오가 마침내 SM엔터테인먼트 주주를 상대로 공개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카카오는 여기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는데, 이런 반응을 두고 공개매수에 대한 묵인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카카오의 여론전일 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공개매수에 대한 기대에 힘입어 계속 오르도록 내버려두고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로서는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힘들이지 않고 저지할 수 있다.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경영권을 노리는 것으로 해석되면 그동안 하이브를 비판해왔던 명분을 잃게 될 뿐 아니라 법원 판결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다. 또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급격히 오른 만틈 지분 매입 대금으로 수천억원을 더 써야 할 수도 있다.
카카오의 또다른 카드로는 전환사채(CB)가 거론된다. SM엔터테인먼트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CB를 발행해 카카오가 지분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역시 관문이 많다. CB를 발행하려면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3월 말 정기주주총회가 변수다.
◇공개매수에 긍정도, 부정도 않는 카카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의 소액주주를 상대로 공개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런 관측은 지난달 27일 김성수 대표가 입장문을 발표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힘을 얻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와 사업 협력을 저지하기 위한 법적 조치까지 고려한다고 먼저 밝힌 이상,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 계약을 지속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좀 더 적극적이고 다양한 방식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아직까지 공개매수에 나서지 않는 데는 법원 판결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앞서 SM엔터테인먼트의 유상증자 신주와 CB로 9.05%의 지분을 취득하겠다고 공시하며 경영권 참여 목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를 뒤집고 공개매수에 나서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명분이 설 수 있다.
이 전 총괄은 앞서 법무법인 화우를 법률대리인으로 내세워 SM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유상증자 신주와 전환사채(CB) 발행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진행했다. 법원 판결은 빠르면 이번 주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 '의도적 침묵', 묵인인가 여론전인가
카카오가 아직까지 공개매수 가능성을 놓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온다. 현재 가장 우세한 시각은 ‘묵인’이라는 해석이다. 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데다 여론이 악화할 수 있어 공개매수 준비를 마쳤지만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는 의미다.
일찌감치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공개매수할 법무법인과 주관사를 내정해두고 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것으로 관측됐다. SM엔터테인먼트의 유상증자 신주와 CB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즉시 공개매수에 착수하려고 준비해뒀다는 의미다.
그러나 카카오가 실제 공개매수에 돌입하는 대신 여론전에 주력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카카오와 하이브 양측의 공개매수 가능성에 오르고 있는 만큼, 공개매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의도적 침묵’이 카카오에게 주는 이점은 명확하다. 별다른 자금을 들이지 않고도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부양해 하이브의 공개매수 전략을 저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자금 측면에서도 카카오의 고민이 클 수 있다. 해외 국부펀드에서 1조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덕분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실탄은 넉넉하지만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가치에 대한 눈높이가 다를 수 있다.
카카오가 2월 7일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9.05% 취득할 때에는 주당 9만1000원에 매입하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지금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15일부터 9거래일 연속 12만원을 넘어섰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보다 높은 가격에, 더 많은 지분을 인수해야 하는 셈이다.
앞서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를 놓고 ‘오버페이’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3자 배정 CB 발행 가능성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추가 확보할 또다른 방법으로 CB가 있다. 현재 SM엔터인먼트는 정관상 신주 발행한도가 거의 다 찼기에 정관을 바꾸지 않고서 유상증자 신주 발행을 통해 카카오에게 지분을 넘겨줄 수 없다.
하지만 CB는 다르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CB 발행한도는 아직 넉넉하다”고 말했다. 이율 0%짜리 CB를 발행한 뒤 일정 기간 뒤 주식으로 전환하도록 의무조항을 삽입하는 방식 등을 쓸 수도 있다.
이는 SM엔터테인먼트가 이번에 카카오에게 지분 투자를 받은 방식이기도 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유상증자 신주와 CB를 발행해 카카오에게 지분을 약 9%가량 넘겨주기로 했다. CB는 정관을 지키면서도 카카오에게 지분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묘수였다는 평가다.
그러나 추가 CB를 취득하기에는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CB를 발행하려면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
당장 SM엔터테인먼트가 카카오를 대상으로 유상증자 신주와 CB 발행하는 것을 놓고 법원의 발행금지 가처분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SM엔터테인먼트의 현 경영진이 카카오에게 CB를 발행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3월 말 정기주주총회도 변수다. 카카오와 뜻이 맞는 현 경영진이 추천한 인물로 이사회가 꾸려지면 CB 발행 등을 관철시킬 수 있겠지만 하이브의 추천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하면 이런 안건이 통과되지 않을 수 있다.
여론도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CB 등으로 지분을 취득하기에 카카오가 정치적으로 유리한 입장이 아닐 수 있다”며 “카카오와 하이브 모두 SM엔터테인먼트의 독립적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만큼 이를 뒤집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