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깜깜이 배당’을 해소하기 위한 배당절차 개선 흐름에 동참한다. 배당액을 확정한 후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이번 주주총회에서 배당기준일 관련 정관을 바꾸기로 했다. 대형 유통업체들 중에선 이마트가 처음이다. 또 광주신세계가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히는 등 그룹 계열사들이 주주친화책에 전향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이달 29일 정기주총을 열고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부의한다. 정관 제52조가 규정하고있는 ‘이익배당’에 대한 내용 가운데 제2항을 바꾸기 위한 안건이다. 기존 제2항은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기준일을 배당 기준일로 명시하고 있었으나 개정 조항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배당일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금융위원회와 법무부가 내놓은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반영한 움직임이다.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매년 말일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배당받을 주주를 우선 확정하고, 이듬해 3월 열리는 주총에서 배당 여부와 배당액을 결의하는 형태로 배당을 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배당 계획을 미리 알 수 없어 불확실성을 높이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코리안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제도 손질에 나선 금융당국은 결산배당의 배당기준일을 배당액 확정 이후로 옮기도록 하는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올 1월 말 제시했다. 다만 기업들이 이에 맞도록 올해 정관을 개정해야 내년에 개선된 절차를 적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먼저 정관 개정에 앞장섰고 유통업계에선 이마트가 스타트를 끊었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주주진화책을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2011년부터 2022년 결산까지 12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배당을 해왔다. 특히 올해는 배당 재원 수준을 상향하는 등 안정적 배당 유지에 뚜렷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3년마다 배당정책을 재검토하는데 2020년 발표했던 3개년 주주환원정책을 보면 ‘별도 영업이익의 15%’를 배당 재원으로 정하고 있었다. 또 주당 2000원을 최저배당(환원재원이 주당 2000원 미달시)으로 고정해놨다.
하지만 지난달 공개한 2023년~2025년 주주환원정책에선 최저배당을 유지하되 배당 재원을 ‘별도 영업이익의 20%’로 조정했다. 실제 배당액에 근접하도록 재원 기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환원 재원이 계속 최저배당인 주당 2000원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2017년 총 478억원(주당 1750원)을 배당했고 2018년부터는 주당 2000원, 550억원 안팎을 주주들에게 배당하고 있다. 이는 영업이익의 15%를 훌쩍 웃돈다.
작년 역시 영업이익이 2589억원에 그쳐 배당 재원을 그 15%로 계산하면 최저배당에 모자란다. 이 탓에 결산 배당총액은 주당 2000원, 영업이익의 20.7%에 해당하는 535억원으로 결정됐다. 이번에 배당재원 기준을 높여 잡으면서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배당정책이 실제 배당액과 더 가까워질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에서 이마트뿐 아니라 신세계푸드도 이마트와 비슷하게 배당기준일에 대한 정관을 수정한다. 신세계그룹 상장사 7개 가운데 이마트가 최대주주인 계열사는 신세계푸드와 신세계건설, 광주신세계, 신세계I&C 등 4곳이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신세계가 최대주주다. 이중 신세계 계열 쪽 회사들은 올해 정관 변경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이마트 계열이 배당정책 개선방안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셈이다.
다만 신세계 계열인 광주신세계의 경우 주주환원 차원에서 자사주 4만2810주를 내달 25일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이 자사주는 2019년 광주신세계가 대형마트사업부를 이마트에 넘기는 것을 반대한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사들인 주식이다. 애초 8562주였으나 작년 4월 액면분할에 따라 주식수가 늘었다.
광주신세계는 배당금 역시 지난해(2021년 결산) 주당 1700억원에서 올해(2022년 결산) 2200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배당총액은 역대 가장 많은 176억원이다. 여기에는 소액주주들의 배당 확대 요구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광주신세계는 배일성 서원회계법인 이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주주제안도 이번 주총 안건으로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