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IR Tracking

롯데쇼핑, 신동빈 회장 입성과 함께 후퇴한 IR

2006~2010년 내던 가이던스 공시 및 영문보고서 전면 중단, 달성률 보수적 분위기 반영

문누리 기자  2023-02-23 17:41:19

편집자주

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의 주인은 주주다. 다만 실제 경영전략엔 대주주 등 오너와 경영진의 입김이 가장 많이 들어간다. 주주총회는 1년에 몇 차례 안 되고 이마저 안건이 한정되지만 오너와 경영진은 하루에도 몇 번씩 경영 관련 보고를 받기 때문이다.

IR전략도 그 중 하나다. 특히 특정 오너가 사내 절대적인 위치에 오르게 되면 모든 보고절차와 경영 스탠스가 그에게 맞춰진다. 소비자가 광고를 통해 그 기업의 이미지를 그려내듯 투자자들은 IR 스탠스를 통해 해당 기업의 분위기를 읽어낸다.

롯데쇼핑은 2006년 상장 직후부터 2010년까지 투자자들 대상의 IR에 어느 기업보다 적극적이었다. 대표적인 케이스 중 하나가 바로 연간 가이던스다. 이 기간 롯데쇼핑은 매년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 공정공시를 꾸준히 올리면서 시장과 소통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매출액 또는 영업이익 정도만 가이던스를 낼 때 롯데쇼핑은 경상이익, 당기순이익, 총매출액 실적 전망까지 꼼꼼히 올렸다. 홍콩, 싱가포르, 런던, 뉴욕 등 해외 기업설명회를 통해서도 글로벌 투자자들과 적극 소통하기 위해 실적보고서 외에 연간 전망치 내용을 담은 영문 보고서까지 별도로 만들었다.

IR 현장에서 만나지 못하는 투자자들을 위해서 홈페이지 IR자료실에도 관련 가이던스 자료를 꾸준히 올렸다. 분기나 연간 실적 관련 영문 보고서는 다른 기업들도 만들곤 하지만 연간 가이던스까지 영문으로 작성하는 기업은 롯데쇼핑이 이례적이었다.


이같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IR하던 롯데쇼핑은 2011년부로 돌연 태도를 바꿨다. 신동빈 당시 롯데그룹 부회장이 회장에 오르면서다. 신동빈 회장 체제가 출범되면서 롯데그룹 각 계열사에는 '신동빈의 사람들'이 경영 전면에 포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롯데쇼핑에서는 이봉철 재무담당(상무)이 자리에서 내려오고 장호주 재무담당이 새로 선임됐다. 장 담당은 신 회장의 신임을 받아 10여년이 지난 현재에도 롯데그룹 유통군HQ 재무혁신본부장(롯데쇼핑 부사장)을 맡고 있다. 오랜시간 롯데쇼핑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는 중이다.

그때부터 롯데쇼핑은 더이상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연간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 공시를 올리지 않았다. 동시에 영문으로 제작하던 가이던스 자료까지 제작을 중단했다.

분기별 실적보고서는 영문으로도 제공하고 있지만 연간 매출, 영업이익 등 실적 전망치는 더이상 들여다볼 수 없게 됐다. 1967년 롯데제과 설립 후 40여년만에 2세 경영 체제에 들어갔지만 비교적 폐쇄적인 분위기 아래 IR전략은 상장 5년만에 후퇴하게 됐다.


이같이 롯데쇼핑이 연간 가이던스를 내지 않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보수성 강화가 꼽힌다. 2006~2010년 롯데쇼핑의 영업실적 전망치를 전부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항목에서 가이던스와 실제 실적 간의 차이가 0~5% 안팎에 불과했다.

몇 개 항목이 10%전후의 오차를 냈지만 이는 전체의 경향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마저도 시장 변동성을 재측정하면서 조정공시 등을 통해 시장과 추가적으로 소통하면서 최종 달성률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신 회장 승진 이후 강화된 보수적인 분위기가 투자자들이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막았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가이던스와 실제 실적 간 괴리가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관련 공시를 중단하게 됐다"면서 "이밖의 별도의 채널로 가이던스를 주게 되면 공정공시 관련 위반에 걸리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