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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참여도 강점' 롯데지주, 아쉬운 경영 성과

사외이사 자체 평가 및 정기교육 등 '활동성' 부각, 저평가 주가 상황 '발목'

정유현 기자  2024-11-12 07:44:51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최근 몇 년간 롯데그룹은 거버넌스 혁신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사외이사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뿐 아니라 그룹 내 주요 계열사에 'BSM지표(이사회 역량지표)'도 도입하면서 선진화된 지배구조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그룹의 지주사인 롯데지주도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임원급 수장이 있는 이사회 별도 조직을 꾸리고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도 실시한다. 빈번한 이사회에도 불구하고 구성원들의 출석률이 높은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사회 평가 항목 전반적으로 평균 3~4점대 점수를 획득한 반면 주가 및 실적과 연결되는 '경영 성과'에서 현저히 낮은 점수를 받으며 육각형에 공백이 생겼다.

◇참여도 항목 유일한 4점대 기록, '대표=이사회 의장' 유지 점수 하향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뒀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총 6개 공통지표를 토대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롯데지주는 255점 만점에 166점을 받았다.


롯데지주 참여도 항목에서 총 40점 만점에 36점을 받아, 평균 4.5점을 받았다. 특히 8개 문항 중 5개 문항에서 만점을 획득했다.

롯데지주는 의무 설치 소위원회 이외에도 다수의 위원회를 꾸리고 있다. 별도 기준 자산 총액 기준이 2조원을 넘길 경우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의무다. 롯데지주는 이사회 내 의무 설치 위원회를 제외하고 △투명경영위원회 △집행위원회 △보상위원회, △ESG위원회를 추가로 운영하고 있다. 이사회 산하 6개 위원회가 있다.

소위원회가 많은 만큼 회의 개최 횟수가 많았지만 이사회 구성원들의 희의 참석률이 높았다. 출석률은 96%다. 이사회 의안과 관련해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평균 7일 이전에 자료를 제공하며 사외이사들에게 연간 4회 이상 정기교육을 실시하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참여도 다음으로 이사회 구성 항목에서 평균 3.8점을 받았다. 모든 소위원회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꾸렸으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이사회에 임원급 수장이 있는 별도 지원 조직 등이 운영되는 점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대표이사회 이사회 의장이 분리되지 않은 점 등이 점수를 끌어내렸다.

금융 전문가인 김해경 사외이사를 선임한 영향에 이사회 내 다양성 조건은 충족했으나 이사회 구성원의 연령대가 50대~60대로 한정적이다. 이사회가 아직은 올드맨의 연륜에 의존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석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견제기능은 3.7점, 평가개선 프로세스 3.3점, 정보접근성 분야에서는 3.2점을 받았다.

◇경영 성과 1.9점 '최하위', 비상경영 선포 후 경영 효율화 추진

2023년 평가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롯데지주는 2024년 3월부터 선임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 한 단계 더 선진화된 이사회를 구축하고자 앞장섰다. 김창수 사외이사가 선임 사외이사로 선임됐으며 사외이사의 효율적인 업무 수행과 책임성 제고를 위한 지원을 진행하는 역할이다.

사외이사들의 독립적인 의견을 이사회 결정 과정에 충분히 반영하고, 이사회 안건 사전 심의를 통해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도입했다.

거버넌스 혁신에 활발하게 나서고는 있지만 경영 성과는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경영성과 평가 항목 중 배당수익률은 5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PBR, 주가수익률, 자기자본수익률(ROE) 등은 1점 밖에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경영성과 항목의 총점은 21점, 평균 1.9점을 받았다.

롯데지주는 주가 저평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배 이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8일 종가 기준 PBR은 0.24배에 불과하다. 국내 자본 시장에서 지주 회사들이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지주사 디스카운트' 현상 영향이 있긴 하나 최근 주요 계열사들의 부진한 실적 등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보인다.

지주사인 롯데지주는 자회사의 영업활동에 따라 실적이 좌지우지 된다. 주력 사업군인 유통과 화학군의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것이 부담이다. 롯데쇼핑의 경우 경기 변동에 따른 내수 정체 및 유통 산업 성장 둔화에 따라 영향을 받고 있으며 원유 가격 변동 등에 따라 롯데케미칼 등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힘이 빠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비상경영 카드를 꺼내들고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 유통 계열사의 희망 퇴직을 실시했으며 화학 계열사들도 비용 절감 등 경영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롯데지주가 당분간 부진한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백화점 업황 부진 및 고정비 부담으로 영업실적 개선이 더디다"며 "롯데케미칼은 나프타 가격 하락에 따른 부정적 래깅(재료 투입 시차)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롯데그룹은 성장을 위한 주력 사업부에 대한 재편이 이뤄지는 중이다"며 "단기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노력과 향후 성장 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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