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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이드, CFO직책 없는 이유

블록체인 초기산업 특수성 반영…'재무-IR' 임원 전문성 강화 '투트랙', 장현국 대표도 가담

손현지 기자  2023-02-15 17:01:18
위메이드에는 'C레벨'인 최고재무책임자(CFO) 직책이 따로 없다. CFO 한 명이 할 일을 김상원 전략커뮤니케이션실장(IR담당)과 김용복 재무관리실장이 각각 나눠 소화하는 구조다.

이러한 전략적 판단에는 타사 대비 IR의 중요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했다.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업계에서 단순히 선구자 역할을 넘어 업권을 대표하고 있다. 위메이드 투자자들을 상대로 기업설명회(NDR)를 진행하는 것을 넘어,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전망과 비전을 궁금해하고 자문을 구하는 기업들도 만나 인사이트를 줘야 한다. 재무와 IR를 분리시켜 전문성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이 컸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조단위 자금을 관리할 '책임자'가 명확해야 내부통제에 효율적인 만큼 CFO를 지정 필요성도 제기된다.

◇CFO는?…재무임원 vs IR임원

CFO(Chief Financial Officer)는 전통적인 의미에선 자금집행 계획을 세우고 투자유치나 기업공개(IPO) 등 조달업무 등 자금흐름 전반을 총괄하는 '곳간지기' 역할을 하는 임원이다. 그러나 최근엔 신사업, 인수합병(M&A) 추진이나 IR을 통한 주가관리 등 업무 범위가 확대됐다. 안방살림을 총괄하는 것에서 대외적인 소통까지 역할과 책임이 커졌다.

위메이드 내에선 CFO격 임원이 누구일까. 전통적인 의미대로면 재무를 총괄하는 김용복 재무관리실장(이사)을 CFO로 명명하는게 적절할 수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IR과 신사업 등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김상원 전략커뮤니케이션실장(전무이사)이 더 CFO에 부합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 실장은 공시 기재, 표시 누락건이나 허위 기재 등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임원이기도 하다.

이러한 내부 판단엔 위메이드의 주력 비즈니스인 블록체인 산업이 이제 막 초기 단계라는 점이 주효하게 작용한다.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Wemix Platform) 구축과 생태계 확장을 위해 선제적인 투자와 헌신을 지향해왔다. 이러한 노력들을 대외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설득력있게 소개하고 알리는 IR 역할의 중요성이 더 큰 것이다.

위메이드가 지난 2021년 12월 재무관리실장직을 처음 신설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전까지는 IR 임원(김상원 전무)만 있었을 뿐 임원급 재무 담당을 별도로 두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투자 의사결정권은 CEO와 의장 등이 수행했고 자금 조달루트를 다변화하는 등의 노력은 적었다. 작년 11월에서야 660억원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한 정도가 전부다. 재무 업무 위상이 최근에서야 격상된 셈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의 발언에서도 같은 맥락의 가치관을 찾아볼 수 있다. 작년 7월 진행했던 컨퍼런스콜에서 "범용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들은 과거 인터넷, 스마트폰 기술 혁신 때와 마찬가지로 이제 막 태동하는 시기"라며 "경쟁력 있는 소수만 살아남아 산업을 영위하게 될 것이므로 위메이드는 지난 4년 반 동안 선제적으로 위믹스 개발을 위해 투자를 해왔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장 대표가 지난 2017년 IR업무를 위해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슈로더자산운용에서 애널리스트를 하다 홍콩에서 펀드매니저로 10년 넘게 현역에서 뛴 투자전문가다. 별도로 IR담당자를 구한 점에서 장 대표의 IR에 대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 전무 합류 이후 위메이드는 눈에 띄게 성장했다. 합류초기인 2017년에만 해도 5000억원에 미치지 못했던 시가총액은 2021년 초부터 빠르게 오르기 시작, 그해 8월 1조원을 돌파했다. 주가가 최고점을 찍었던 주당 24만원 기준으로 시총은 약 8조원 수준이었다. 6년 새 16배가 넘게 뛴 셈이다. 현재 주가가 많이 빠진 가운데에도 1조원대 시총을 유지하고 있다.

단순히 숫자만 늘어난 것도 아니다. 국내에 편중돼 있던 투자자 소통 지역도 영국과 미국, 싱가포르 등으로 넓어졌다. 작년 상반기에도 영국과 미국을 돌며 그간 부족했던 외국인 투자자와의 접점을 늘렸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이사(CEO)

◇'CFO 출신' 장현국 대표도 역할

CFO의 역할을 수행하는 임원으로는 CEO인 장현국 대표도 거론된다. 장 대표는 특이하게 직접 컨퍼런스콜에 참여해 투자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기도 하고 유튜브 등 SNS 채널을 통해 전면에 나서는 편이다. 사실상 IR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장 대표는 과거 네오위즈 재직 시절 CFO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이후 위메이드의 전략기획본부장을 거쳐 현재 대표이사까지 올랐다. 누구보다도 CFO 업무의 책임감과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관련 업무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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