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현대제철의 투자자 소통(IR) 활동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존재한다. 바로 '수익성'이다. 원료를 확보해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 본질을 감안해 비용 제어 노력을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어필해왔다.
현대제철은 IR의 주요 화두로 '생산비 통제'를 주목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실적설명회 자료집에 '원가 개선' 항목을 반영하고, 목표 금액과 실제 절감액을 집계해 투자자들에게 알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강학서 前 CFO 주도 '비용 절감 브리핑'IR에서 원가 개선 성과를 알리자는 아이디어를 실현한 주역은 재경본부장을 역임한 강학서 현대차그룹 고문(
사진)이다.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며 철강 수요가 위축됐고 자연스레 경영 중심에 '비용 절감'이 부상한 대목과 맞물렸다. 부가가치가 높은 자동차용 열연강판 생산에 방점을 찍으면서 전사적으로 수익성을 올리는 데 집중하자는 중론이 형성됐다.
현대제철 재무 라인은 △저원가 조업 체제 확립 △생산성 내실화 △물류 최적화 등의 전략을 수립하고 제조 비용 절감에 공들였다. 가격이 저렴한 대체재를 찾아 생산 공정의 부수적 원료로 쓰는 방향도 설정했다.
조업 부서와 협업해 용선(쇳물)을 다시 사용하는 비중을 높이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동시에 용선사용비(HMR)를 낮추는 데도 중장기 주안점을 뒀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필수적인 쇳물을 적게 쓰는 만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2010년 이래 2018년까지 원가 절감 계획 금액은 연평균 4265억원이었다. 실적은 평균 4863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초 설정한 연간 목표액보다 600억원가량 더 많은 절감 성과를 달성한 셈이다.
◇실적설명회 '경영방침'에도 지속 거론IR에서 수익성 가치를 강조하는 건 원가 통제 대책 수행에만 그치지 않았다. 회사가 한 해 동안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안내하는 '경영 방침'에도 꾸준하게 반영해왔다.
사업 구조의 비효율을 제거해 수익성을 강화하는 노선이 골자다. 2023년 들어서는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해 내실 경영에 집중하는 기조를 채택했다. 구체적 이행안으로 △재고 최적화를 통한 운전자금 개선 △부채비율 축소 등을 나열했다.
현대제철 재경본부는 경영 방침에 입각해 2020년부터 '철강사업 경쟁력 제고'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단조 부문을 떼내 자회사 '현대IFC'를 설립하면서 신호탄을 쐈다. 여세를 몰아 적자를 유발하던 사업 영역을 과감히 정리하는 결정도 내렸다. 이에 따라 당진제철소 박판열연공장, 전남 순천 컬러강판설비 생산시설 가동을 멈췄다.
2022년 초에는 계열사 현대비앤지스틸로 스테인리스(STS) 사업부를 넘겼다. 덕분에 1000억원 규모의 운전자본을 회수했다. 현대제철은 분기 실적 설명회마다 철강사업 경쟁력 제고 계획의 추진 경과를 설명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사업 부문 재편을 넘어 전기로에서 생산한 철근 제품의 판매가 책정 방식을 바꾼 성과도 IR에서 적극 어필했다. 과거에는 철스크랩 가격 변동액만 연동했으나, 2022년을 기점으로 판매가 반영 요소에 부원료와 전기요금 증감액도 추가했음을 알렸다. 투입한 원가 상승분을 최대한 반영하는 데 주안점을 둔 만큼, 수익성 개선과 직결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