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의 지주회사 ㈜LS는 10년 넘게 미국 벤처캐피탈(VC) ‘포메이션8(Formation8)’이 조성한 펀드에 주요 투자자(LP)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순수 지주회사로 투자사업이 미미한 점을 고려하면 단일 투자사에 1000억원 가까운 금액을 맡기고 점은 이례적이다.
포메이션8을 이끄는 LS가(家) 장손 구본웅 대표가 연결고리가 됐다. 미국과 국내의 기술 중심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있는 만큼 기존사업과 신사업의 동시 육성을 추구하는 구자은 LS그룹 회장의 경영 기조와도 일맥상통한다.
◇LS家 장손 구본웅의 ‘포메이션8’…㈜LS 주요 LP 참여㈜LS는 순수 지주회사로 계열사로부터의 배당수익과 상표권사용수익이 핵심 수익원인 만큼 투자사업은 미미하다. 하지만 포메이션8이 조성한 펀드에 대한 투자만은 예외적으로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말 ㈜LS의 포메이션8 두 개 펀드 장부가액은 합산 903억원이다. 펀드 출자분은 금융자산 중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에 수익증권으로 포함된다. ㈜LS의 수익증권 장부가액도 903억원인데 펀드 출자 사례가 포메이션8 펀드가 유일하다는 의미다.
포메이션8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기술기업 투자중심 밴처캐피탈로 부동산 담보대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블렌드랩스(Blend Labs), 농산물 직거래 플랫폼 개발업체 파미고(Farmigo), 데이터 보안 솔루션 개발업체 일루미오(Illumio) 등 다수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국내에서도 에너지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업체 인코어드(Encored), 뷰티 이커머스 운영업체 미미박스(Memebox) 등에 투자했다.
LS그룹과 포메이션8간 끈끈한 인연의 바탕에는 포메이션8 공동창업자인 구본웅 대표가 있다. 구 대표는 고(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고 구자홍 LS니꼬동제련(현 LS MnM) 회장의 아들로 LS가(家) 장손이다. 구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그룹에 들어오지 않고 현지에 남아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LS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최근 수년간 처분으로 LS그룹 관련 지분도 전무하다. 오히려 지난해 미국에서 마음캐피탈그룹을 독자 설립하면서 투자사업을 넓히고 있다.
㈜LS의 포메이션8 펀드 출자는 구자은 LS그룹 회장의 신사업 육성 기조와도 궤를 같이한다. 구 회장은 기존사업과 신사업을 동시에 육성하는 ‘양손잡이 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포메이션8이 미국과 국내의 기술 중심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있는 만큼 신사업 육성에 무게를 둔 LS그룹에도 LP 참여는 의미가 있다.
◇펀드 합산 장부가액 903억원…투자성과는 ‘절반의 성공’㈜LS가 포메이션8 펀드에 처음 투자한 것은 2011년 6월이다. 포메이션8의 첫 번째 펀드 ‘Formation8 I’에 22억원 남짓을 처음 투자해 추가 출자를 이어왔으며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장부가액은 평가손익 반영분을 포함해 736억원에 이른다. 이 펀드에 대한 ㈜LS의 지분율은 5.6%다.
현재까지 ㈜LS의 ‘Formation8 I’ 투자성과가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LS는 이 펀드 투자분에 대한 평가손익을 2019년부터 사업보고서에 반영하기 시작했는데 2021년을 제외하면 지난해까지 연간으로 꾸준히 평가이익을 쌓아왔다. 2019년과 2020년 평가이익은 각각 137억원과 54억원이었지만 2021년 평가손실이 281억원으로 워낙 컸다. 지난해에는 3분기 누적 14억원의 평가이익을 달성했다.
2020년말까지만 해도 ㈜LS의 이 펀드 장부가액은 1115억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2020년 12월 이 펀드에서 투자한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모바일 전자상거래 플랫폼 ‘위시(Wish)’ 개발업체 콘텍스트로직(Contextlogic)이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2021년 9월 이 회사 주식 694주(77억원)를 교부받고 그만큼 ‘Formation8 I’ 출자액이 차감됐다.
이후 ㈜LS는 ‘Formation8 I’으로부터 콘텍스트로직 주식을 추가 교부받아 3분기말 보유주식은 1805주로 늘어난 상태다. 다만 포메이션8이 여전히 콘테스트로직 지분율을 6% 이상 보유한 주요주주인 반면 ㈜LS의 콘텍스트로직 지분율은 1%에 못 미친다. 3분기말 콘텍스트로직 주식 장부가액은 19억원에 불과하다. 콘텍스트로직 주가가 상장 이후 크게 부진하면서 평가손실이 쌓였다. 장부가액이 투자원금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만큼 엑시트 타이밍을 노리기 위해 보유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LS는 포메이션8의 두 번째 펀드 ‘Formation8 II’에도 2014년 10월부터 투자하고 있다. 이 펀드가 꾸준히 평가이익을 쌓는 데 성공하면서 출자액 일부를 회수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3분기말 ㈜LS의 이 펀드 장부가액은 167억원으로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