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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재무 책사' 전면 배치

행장 시절 재무기획부 멤버 '박종무·김영일' 기용…재무라인 '세대 교체'

최필우 기자  2022-12-29 09:49:18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더벨이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하나금융이 지주와 은행 재무 라인 세대 교체를 단행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행장 시절 '재무 책사' 그룹에 있었던 인물들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전면 배치됐다. 본인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인물을 CFO로 뒀던 하나금융 회장들의 인사 코드가 함 회장 대에서도 반복됐다.

이번 하나금융 인사에선 지주와 은행 CFO가 모두 교체됐다. 박종무 하나증권 경영관리그룹장 상무(사진)가 지주 그룹재무총괄로 이동하고 김영일 하나은행 경영전략본부장(사진)이 부행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기획그룹장을 겸한다. 전임자인 이후승 부사장과 남궁원 부행장은 각각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 은행 자금시장그룹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들은 수년간 지주와 은행 재무를 총괄한 이승열 하나은행장 내정자 밑에서 호흡을 맞춘 사이다. 이 내정자가 은행 CFO로 재직하던 2017년 박 상무는 재무기획부 부장, 김 부행장은 재무기획부 팀장으로 근무했다. 이 내정자의 은행장 취임에 맞춰 그를 보좌했던 인물들이 지주와 은행 CFO가 된 것이다.

'이승열-박종무-김영일'로 이어지는 하나은행 재무라인은 눈부신 활약을 했다. 하나은행 순이익은 2017년 2조30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원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은 6.3%로 9.4%로 3%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하나은행은 이 시기 외환은행과의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하며 타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갖췄다.

이들은 함 회장이 행장에서 물러났을 때도 자리를 옮겨 그룹 재무 중추로 활약했다. 이 내정자와 김 부행장은 2019년 지주 CFO와 재무기획팀 부장으로 이동해 그룹 재무를 총괄했다. 박 상무는 지난해 하나증권 CFO를 맡아 비은행 계열사 업무 경험을 쌓았다.

재무 분야에서 만큼은 본인과 오랜 기간 합을 맞춰 믿을 수 있는 인물을 기용하는 함 회장의 인사 방식이 이번에도 적용됐다. 함 회장은 행장으로 재직했던 2016~2018년 CFO를 교체하지 않고 이 내정자를 전폭적으로 신뢰했다. 줄곧 영업 현장에서 근무해 부족한 재무 전문성을 이 내정자로 보강한 것이다. 이번엔 행장 시절 재무기획팀 멤버들을 지주와 은행 CFO로 내세웠다.

하나금융 전임 회장들도 심복을 CFO에 기용하는 인사 패턴을 보였다. 김승유 전 회장 대에 CFO를 맡았던 김병호 전 하나금융 부회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전 회장은 CFO는 1년 또는 2년에 한 번씩 교체해 측근들이 업무를 두루 파악하도록 했는데 김 전 부회장은 2005년과 2008년 두 차례 CFO를 맡았다. 김정태 전 회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을 주도한 곽철승 전 하나에프앤아이 대표에게 4년 간 CFO를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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