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1월1일부로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사업부문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분할 신설됐다. 아직 변경상장과 재상장까진 한 달이 남았지만 향후 코오롱글로벌과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주가 향방은 엇갈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코오롱글로벌과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분할비율이 시장에서의 기업가치를 다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수입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은 실적 성장이 본격화하고 있는 반면 건설 부문의 경우 업황 리스크 등으로 실적 하방 압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분할주식수도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적은 만큼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 가능성이 더 높다는 평이다. 이 경우 주가 상승이 이규호 대표의 경영 성과 중 하나로 이어지게 되는 그림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과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이날 분할등기된다. 분할기일은 1일이었으며 이번 인적분할로 코오롱글로벌 주식은 현재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0일까지 매매거래 정지기간 중이다.
거래정지 직전인 지난달 27일은 코오롱글로벌 기존주식의 마지막 거래일이었다. 당일 종가는 1만8750원이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기관투자가 등 중간 수요예측을 거쳐 향후 두 회사의 상장 기준가액이 정해진다. 이후 이달 31일 쪼개진 주식을 변경상장 및 재상장한다.
이때 주식 수는 코오롱글로벌이 75%,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25%를 가져가게 된다. 신규 상장 후 주식 유통량 전체 42만3000주 중에 코오롱글로벌이 31만7000주,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10만6000주를 가져가는 식이다.
이같이 분할 시 기울어진 주식수 비중은 일반적으로 주가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지주회사(투자회사)와 사업회사간 인적분할의 경우 통상적으로 사업회사의 주가가 오르고 투자회사 주가는 내려가는 움직임을 장기적으로 보인다.
지주사보단 사업회사가 실질 현금을 많이 벌어들이는 기조인 만큼 시장에서 사업회사 기업가치를 높게 쳐주게 된다. 반면 사업회사 주식수는 상대적으로 적게 발행해 시장 수요-공급 법칙 상 결국 사업회사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는 구조다.
코오롱글로벌 인적분할의 경우 둘 다 사업회사이지만 업황 상 분위기가 정반대다. 시장 내 주식 공급량은 적은데 성장세 등 기업가치가 높다면 상대적으로 주가를 올리는 힘이 더 커진다.
먼저 국산차 판매시장 성장율은 지난해 마이너스(-)0.4%로 뒷걸음질쳤지만 수입차 판매시장은 9.5%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에 따르면 특히 1억원 이상 고가의 수입 신차 등록 비중은 2019년 11.9%, 2020년 15.7%, 2021년 23.6% 등으로 커져 5000만원 미만의 수입차 비중(2021년 22.8%)을 앞질렀다. 이 같은 기조에 2022년 3분기 코오롱글로벌 자동차 부문 매출은 496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7% 증가했다.
반면 건설 시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분양 축소에 따라 매출 하락도 예상되고 있다. 주택 매수 관망세에 따라 미분양 주택이 늘면서 할인 분양 가능성 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수익성이 악화할 뿐 아니라 현금흐름 저하와 운전자본부담 등 재무부담이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 코오롱글로벌 매출구성은 자동차판매부문 비중이 2021년 42.5%, 2022년 3분기 말 기준 46.7%로 건설 부문(43.4%)을 넘어섰다. 코오롱글로벌 증권신고서를 봐도 코오롱모빌리티그룹으로 성장성 무게추가 기울었다.
신설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매출액 증가율은 2020년 21.47%, 2021년 14.79%인 데 반해 존속회사 코오롱글로벌은 같은 기간 5.57%, 9.20%에 그쳤다. 2021년 수익성을 보면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영업이익 증가율(52.70%)이 코오롱글로벌(26.35%)의 두 배에 달했다.
시나리오대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주가 상승세가 코오롱글로벌에 비해 더 두드러진다면 첫 대표 자리에 앉는 4세 이규호 사장에게도 힘이 실린다. 경영능력을 증명해야 주식을 물려주겠다고 했던 승계 원칙 아래 주가 관리 또한 경영능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4세 이규호가 차기 그룹 총수로서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라면서 "건설이 주식수를 더 많이 가져가면서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주가 상승세를 보이기가 상대적으로 더 쉬운 상황이며, 이는 이규호 성과로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