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업계 1위 사업자인 CJ제일제당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외 기업 투자에 쓴 금액이 2조원에 육박한다. 전략 수립과 투자 타당성 검토 업무를 수행할 인력도 보강하는 등 신사업 추진에 힘을 쏟고 있다.
13일 헤드헌팅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CIC(Company In Company) 산하 기획팀에 종사하는 인물을 충원했다. 회사 내부에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산 △푸드 업사이클링(식품 부산물 재활용) △식물성 대체유 생산 등의 신사업을 진행하는 CIC 조직들이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 인력이 맡는 업무는 CIC의 경영 계획을 설계하고 신사업 실행 전략을 짜는 데 방점을 찍었다. 조직 예산과 사업 손익을 점검하는 역할도 주어졌다. △인수·합병(M&A) △제휴 △프로젝트 투자 등의 실무에 참여할 여지도 열어뒀다. 컨설팅 회사, 벤처캐피탈, M&A 검토 경력자 등 투자은행(IB) 부문 종사자를 채용 과정에서 우대한 배경과 맞닿아 있다.
신사업 추진 조직으로 CIC가 부각된 건 지난해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제시한 중장기 비전과 맞물렸다. △문화 △플랫폼 △건강 △지속 가능성(친환경·신소재·미래식량) 등 4대 섹터를 성장 동력으로 설정했다. 여기에 2023년까지 10조원 넘는 실탄을 투자하는 게 이 회장의 구상이었다.
비전을 실행할 방안 중 하나가 CIC였다. CIC는 △영업 △마케팅 △연구·개발(R&D) △생산 등을 별도로 운영하는 사내 조직이다. 독립된 법인처럼 활동할 수 있는 만큼 신속하게 경영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점을 갖췄다. 복잡한 논의 체계를 갖춘 대기업 문화 아래서는 시장 트렌드의 변화에 원활히 대응키 어렵다는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룹 비전에 부응해 CJ제일제당은 신사업 추진 조직을 꾸준히 양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식품(이노백), 바이오(R프로젝트), 사료·축산(NBC) 등 부문별로 사내벤처 선발 프로그램을 둔 덕분이다. 특히 이노백을 거쳐 탄생한 푸드 업사이클링 CIC와 식물성 대체유 CIC는 상품을 출시하는 성과를 올렸다.
CIC 가운데는 분사에 성공한 사례도 존재한다. 올해 1월에 출범한 건강기능식품 제조 기업 'CJ웰케어'가 대표적이다. 작년 6월에 발족한 건강사업 CIC를 6개월 만에 분할해 설립한 자회사다. CJ제일제당은 현금과 현물 등 568억원을 출자해 지분 100%를 취득했다.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수단으로 CIC만 염두에 둔 건 아니다. 외부 기업을 겨냥한 지분 투자도 병행해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제품, 기술 등 특화된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입하면서 협업할 계기를 마련한다"며 "기존 사업의 효율을 강화하거나 신사업 추진에 탄력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이래 5년간 CJ제일제당이 지분을 매입하거나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집행한 금액은 1조9000억원을 웃돈다. 해외에 투입한 실탄이 약 1조7200억원으로, 전체의 91%를 차지한다. 2019년 미국 냉동식품 제조사 쉬완스(1조3238억원), 2021년 네덜란드 의약품 위탁개발생산 기업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2660억원) 등의 M&A 사례를 축적했다.
국내에서는 코스닥 상장사 천랩(지금의 CJ바이오사이언스)을 계열사로 편입한 사례가 돋보인다. 985억원을 들여 지분 44%를 취득했다.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을 토대로 치료제를 연구하는 만큼, 기존 바이오 사업 부문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영향을 끼쳤다.
앞선 관계자는 "기존에 시도하지 않은 사업을 빠르게 진척하는 동시에 외부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취지에서 CIC 운영, 지분 투자, M&A 등을 구사한다"며 "신사업의 안정을 기하는 차원에서 재무 역량을 겸비한 인력을 지속 충원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