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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올리브영 떠난 정윤규 CFO, 웹툰회사 '테라핀' 합류

작년 인수한 투믹스 대표 겸직…미국법인으로 플립 후 나스닥 목표

고진영 기자  2023-07-17 16:37:19
올해 초 CJ올리브영을 돌연 떠난 정윤규 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글로벌콘텐츠회사 테라핀스튜디오로 이동했다. 테라핀스튜디오는 업력이 짧지만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최근 외형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CJ올리브영에서 정 CFO가 상장 전 몸 만들기 작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점을 감안해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정윤규 전 CJ올리브영 CFO는 4월 경부터 테라핀스튜디오 부대표이자 CFO로 일하고 있다. 정 CFO는 테라핀스튜디오가 최근 인수한 웹툰회사 투믹스의 대표이사도 겸한다.

테라핀스튜디오는 국내 코핀커뮤니케이션즈(현 테라핀) 주주들이 현물 출자해 세운 디지털콘텐츠 기업이다. 기존 테라핀은 2017년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출신인 유영학 대표가 설립했는데 글로벌 투자사 NPX캐피탈이 2021년 말 인수했다.

출범 초기엔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 이모티콘 제작을 주력으로 했다. 하지만 2019년 이후 웹소설과 웹툰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백작가의 망나니가 되었다' '정령왕의 딸' 등 메가히트 원작을 웹툰으로 서비스했다.

현재 사업 스케일을 훌쩍 확장해 북미 시장을 노리고 있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노리고 지난해 6월 델라웨어주에 테라핀스튜디오를 현지법인으로 설립, 로스앤젤레스(LA)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또 기존 한국법인은 자회사이자 지사로 전환해 미국법인으로의 '플립(Flip)' 절차를 마쳤다. 한국법인 이름을 코핀커뮤니케이션즈에서 테라핀으로 바꾼 것도 미국과 한국에서 같은 브랜드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작년 하반기에는 2020억원을 들여 국내 5대 웹툰플랫폼 중 하나인 투믹스를 품기도 했다. 특수목적법인(SPC) 투믹스홀딩스를 세워 투믹스를 인수하고 테라핀스튜디오가 투믹스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한 방식이다. 투믹스는 2015년 '짬툰'이라는 이름으로 웹툰 서비스를 시작해 2015년 사명을 바꿨다. 웹툰과 코믹스의 합성어다. 투믹스글로벌을 통해 2018년부터 영어, 중국어를 시작으로 11개언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테라핀스튜디오가 정윤규 CFO를 영입한 것 역시 IPO를 포함해 중장기적 글로벌 확장 계획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테라핀스튜디오는 플립 이후 가종현 전 YG엔터테인먼트 최고혁신책임자(CIO)를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스카우트하는 등 해외 경험을 갖춘 외부인재 확보에 공들여왔다. 가 COO는 변호사로 출발해 SK플래닛 해외사업본부장, 효성 전략담당 전무 등을 지낸 인물이다.

정 CFO의 경우 사회생활 초기에 글로벌 경영 컨설팅펌 아서 D 리틀(Arthur D. Little, ADL)에서 일했고 이후 약 1년간 KT 사업구조기획실에서 미디어 신사업기획 등 인하우스 컨설팅 업무를 했다. 그러다 2009년 이후론 쭉 CJ그룹에만 몸담아왔다. 그룹 기획실에서 계열사 진단 및 턴어라운드 전략 등을 담당했고 2017년에는 CJ푸드빌 전략기획담당으로 발탁되면서 그룹 최연소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19년 다시 지주사 CJ로 옮긴 뒤 기획실 기획2담당으로 E&M, 오쇼핑, 디지털커머스, 올리브영 관련 업무를 맡았다. 또 2020년부터 약 1년간 CJ ENM E&M부문 전략기획을 수립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 쪽 경험이 적지 않다. 그러다 CJ올리브영이 CJ올리브네트웍스에서 분할해 나오면서 2020년 말 정 CFO에게 재무총괄을 맡겼다.

CJ올리브영은 애초 2022년 IPO를 목표로 준비작업을 해왔다. 정 CFO의 부임 직전인 2020년과 2022년 재무지표를 비교해보면 매출은 약 1조9000억원에서 2조8000억원 수준으로 2년새 약 1조원이 불었다. 영업이익도 1000억원 남짓에서 2700억원대로 급증하며 실적이 승승장구했다.

호실적에 힘입어 재무상태 역시 전반적으로 좋아졌다. 총차입금은 2020년 5511억원에서 2022년 4349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을뿐이지만 이 기간 순차입금은 593억원으로 약 3800억원이나 확 줄었다. 보유 현금성자산이 1000억원대 초반이었다가 3756억원으로 급증한 덕분이다.

운전자본 제어도 성공적이었다. 2022년 운전자본투자 부담이 56억원에 불과해 자본적지출(CAPEX)과 배당금을 제하고도 잉여현금흐름이 3500억원을 기록하는 등 긍정적 숫자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CJ올리브영은 지난해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앞두고 대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감안해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이후 올해 1월 정 CFO의 퇴사가 전해졌다. 회사 안팎에서도 뜻밖의 소식이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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