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SK온이 재무분야 임원의 숫자를 늘렸다. 신규 임원으로 선임된 인물은 기업금융 분야에서 뼈가 굵은 외부 출신 전문가로 나타났다. 자금조달 역량을 확충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SK온은 최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출신 김경훈 부사장을 재무담당 부사장으로 신규 영입했다. 1973년생인 김 부사장은 주로 기업금융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에서 기업금융부 이사로 재직했고 이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도 부동산금융부와 글로벌기업금융부를 거쳤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글로벌기업부문장(전무)으로 있었다.
김 부사장을 영입하며 SK온이 보다 원활하게 자금을 유치할 수 있게 될지 주목된다. SK온은 2025년까지 총 2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산 220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다만 상황에 따라 수치를 상향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 가운데 고금리·고환율·고물가가 이어지며 추가적인 비용상승이 있을 수 있다.
총투자금이 23조원+α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필요한 자금이 막대한데 SK온의 자금조달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SK온 출범 이후 가장 유력한 자금조달 통로로 여겨졌던 기업공개(IPO)는 소액주주들의 반발과 이에 따른 정부 규제로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로 4조원가량을 조달할 예정이었으나 이마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진 여파로 보인다. 당초 계획보다 적은 1~2조원 규모의 자금을 프리IPO로 유치할 것으로 전해진다.
자금유치에 난항을 겪는 사이에도 투자는 지속됐다. 아직까지 SK온의 배터리 사업은 현금을 창출할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 이에 SK온은 차입을 늘리며 대응했다. 특히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의 증가추세가 두드러진다.
SK온의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3분기 말 기준 회사의 단기차입금은 5조271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에만 해도 SK온의 단기차입금은 4990억원이었는데 9개월여가 지나는 사이 이 금액이 905.6% 뛰었다. 이에 166.4%였던 부채비율은 293.4%까지 치솟았다.
이런 가운데 영입된 기업금융 전문가 김 부사장의 역할에 관심이 모인다. 글로벌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만큼 해외 은행 등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고 금융비용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IPO 등으로 투자유치에 성공한다고 해도 투자금 확보를 위해서는 상당 부분을 외부조달에 의지해야 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SK온이 올 4분기에도 흑자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금시장의 경색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김 부사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 부사장이 영입되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제외한 SK온의 재무담당 임원은 2명으로 늘었다. SK그룹의 다른 계열사의 현황을 살펴보면 재무실 임원이 4명까지 있는 곳도 있다. SK온의 사업이 커가면서 재무담당 임원이 추가적으로 확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부진한 경영환경 속에서 SK그룹은 CFO의 역할을 부쩍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열린 CEO 세미나에서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데이터 기반의 경영전략 실행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CFO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