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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민영화 전후로 달라진 우리금융의 CFO 활용법

①'관료→내부' 출신 전환…'계열사 매각→인수' 역할 변경

최필우 기자  2022-11-28 11:41:02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더벨이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우리금융지주는 굴곡진 민영화 역사를 거치면서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출신과 역할에 변화를 줘야 했다. 출범 초반 외부 출신과 관료들의 몫이었던 CFO 자리는 민영화 착수 후 내부 출신에게 돌아갔다. 내부 인사들은 스스로의 손으로 지주 해체와 계열사 매각을 주도해야 하는 얄궂은 운명이었다.

민영화 성공 후 2기 지주사 체제를 맞이한 현재 우리금융 CFO의 최대 과제는 그룹 재건이다. 불가피하게 계열사를 매각해야 했던 과거를 곱씹으며 그룹 진용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비은행 계열사 인수 또는 강화에 최적화된 경력을 내부에서 쌓은 인물들이 재무라인을 담당하고 있다.

◇'외부·관료' 출신 몫으로 돌아간 곳간지기 자리

2001년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회사로 출범한 우리금융지주의 초대 CFO는 외부 출신인 민유성 전 부회장이다. 민 전 부회장은 씨티은행, 자딘플레밍증권, 리만브러더스 서울사무소 부소장, 모건스탠리 서울사무소장, 환은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공동대표를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선진 금융 경험이 풍부하고 기업금융 전문성을 갖췄다. 법인 고객이 주력이었던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통합 후 출범한 지주 재무라인을 이끌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외국계 출신, 재무 전문가로 유사한 역량을 가진 황영기 전 회장이 2004년 취임하자 민 전 부회장의 영향력은 줄어들었고 우리금융과의 인연은 3년으로 끝났다.



황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하면서는 관료 출신 CFO가 잇따라 취임했다. 재무부 사무관, 예금보험공사 이사를 거친 박승희 전 전무가 CFO 자리를 꿰차 2년 간 재임했다. 박 전 전무는 황 전 회장의 의중이 담긴 인사는 아니었다. 당시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로 있어 곳간지기 자리 만큼은 관료 출신으로 임명하는 경향이 강했다.

황 전 회장은 나름의 방식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2006년 행정고시 합격 후 국방부, 경제기획원, 외무부 등에서 공직 생활을 한 김영굉 전 전무를 CFO로 발탁했다. 김 전 전무는 삼성생명 근무 시절 황 전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LG투자증권 상무로 둥지를 옮겼는데 우리금융이 LG투자증권을 인수해 우리증권과 합병하면서 '우리맨'이 됐다. '관료 출신-CEO의 신뢰-그룹 이해도' 3박자를 갖춘 절묘한 인사였다.

박병원 전 회장이 취임하면서는 다시 예보 입김이 강해졌다. 재정경제부 사무관과 예금보험공사 이사를 역임한 김동일 전 전무가 CFO로 임명됐다. 다만 관료 출신 CFO 시대는 추가로 연장되지 않았다. 박 전 회장이 취임 후 약 1년 만에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기고 이팔성 전 회장이 취임하면서 내부 출신 CFO 시대가 열렸다.

◇'3전 4기' 민영화 도전한 4명의 내부출신 CFO들

이 전 회장은 우리금융 민영화 사명을 안고 2008년 회장에 취임했다. 민영화를 위해선 지주 뿐 아니라 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계열사 지분 매각이 필요했다. 업계 사정에 밝아야 하는 것은 물론 내부 임직원들을 잘 다독여야 하는데 관료 출신은 한계가 있다. 결국 우리금융은 내부 출신 CFO 시대로 전환하고 민영화 과제를 맡겼다.



우리금융의 첫 내부 출신 CFO는 박인철 전 상무다. 그는 금융 사관학교로 불리며 진옥동 신한은행장 등을 배출한 덕수상고(현 덕수고) 출신이다. 인도네시아 우리은행 현지법인 대표, 우리은행 및 지주 홍보실장을 거쳤다. 우리금융지주 출범 과정에 기여한 인물로 그룹 안팎의 사정에 밝아 민영화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첫 도전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1년 만에 임기를 마쳤다.

윤상구 전 전무, 정현진 전 전무가 CFO 자리를 이어 받아 두번째, 세번째 민영화에 도전을 이어갔으나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 전 전무는 우리카드 분사를 주도해 성공시켰으나 이는 이 전 회장의 숙원 사업으로 민영화와는 무관하다. 윤 전 전무와 정 전 전무는 각각 중소기업고객본부, 종합금융단을 거친 인물로 재무라인 출신은 아니었다.

2013년 취임한 이순우 전 회장의 선택은 재무 전문가였다. 우리은행 경영기획본부 부행장을 지낸 김승규 전 부사장을 지주 CFO로 끌어 올렸다. 그에게 '민영화 지원 TF' 단장을 맡기며 지주 구조조정 및 계열사 매각에 필요한 권한을 부여했다.

김 전 부사장은 우리투자증권 우투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보험·우리금융저축은행·우리자산운용) 매각과 지방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 매각에 성공하며 민영화 첫 단추를 뀄다. 그가 이끄는 TF 주도로 지주도 해체되면서 우리금융의 첫 지주사 체제는 종지부를 찍게 된다.

◇'다시 사 모아라'…그룹 재건 특명

2019년 재출범한 우리금융지주의 CFO에게 주어진 사명은 명확하다. 계열사를 팔면서 민영화에 성공했으니 이젠 다시 계열사를 사 모아 그룹을 재건해야 한다. 지주 CFO의 역할이 5년 만에 반대가 된 셈이다.



우리금융은 2019년 2기 지주사 체제의 첫 CFO로 박경훈 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낙점했다. 박 대표는 앞서 전략기획부, 경영기획단 등을 거친 전략 전문가다. 그는 2020년 아주캐피탈(현 우리금융캐피탈) 인수를 총괄했고 이듬해 대표로 취임해 비은행 계열사 강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 CFO는 이성욱 부사장이다. 이 부사장은 박 대표가 CFO였던 시기에도 지주 재무실 소속 본부장으로 근무하며 지주 재무라인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CFO로 재직하면서 우리금융캐피탈 완전 자회사 편입을 마무리했다. 부실채권(NPL)을 취급하는 우리금융F&I를 설립해 계열사 수를 14개로 늘리는 성과도 냈다. 우리금융 숙원 사업인 증권사 인수 등이 그의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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