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이 CFO(최고재무책임자) 자리에 비은행권 인사를 등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KB증권 출신인 서영호 전무를 지주 CFO 자리에 앉힌 게 그 예다. 실력만 있다면 비은행권 인사도 중요 직책에 앉히는 윤종규 회장의 실력주의 인사 코드가 엿보인다.
그간 CFO는 지주나 은행 출신 인사들이 등용돼 왔다. 은행에서 재무·리스크·경영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는 핵심 인사들이 지주 CFO에 오른 후 계열사 대표로 가는 것이 일반적인 행보였다. 지난 10년 동안 지주 및 은행 외 다른 계열 이력을 가진 인물이 CFO 자리에 오른 인사는 없었는데 이번에 변화가 생겼다.
◇'비은행' KB증권에서 서영호 전무 선임
윤 회장 체제 이후 KB금융의 CFO 자리는 일종의 계열사 대표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지주의 CFO직이 그룹 내 살림살이 전반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자리인 만큼, 지주 및 은행의 핵심 인력들이 계열사 대표로 부임하기 전 지주 CFO 직책을 통해 역량을 쌓아왔다.
서 전무는 역대 CFO들과 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서 전무는 KB증권 출신으로 2016년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전무를 시작으로 KB와 인연을 맺었다. 그전에는 ABN AMRO증권 애널리스트, JP모건증권 한국 부대표 등을 역임하며 이력을 쌓아왔다.
그룹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KB금융의 새로운 인사 코드로 풀이된다. 백그라운드가 다른 사람을 선임하면서 조직 내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를 꾀하려는 행보다. 서 전무의 경우 외국계 증권사 재직 경험, 리서치 경영 등으로 CFO에 적합한 이력을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윤 회장의 새 인사 코드는 서 전무의 CFO뿐만 아니라 올 CSO 선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5월 KB금융은 KB캐피탈의 김세민 경영관리본부장 전무를 지주의 새 CSO로 선임했다. KB금융은 CSO 역시 CFO처럼 지주 및 은행의 인사로 기용해왔다.
◇10년간 이어졌던 '은행' 출신
지난 10년 간 지주 CFO들은 모두 은행에서 몸담은 경험이 있는 인물들이다. 실제로 윤종규 회장을 시작으로 CFO에 등용된 윤웅원, 양종희, 허정수, 이재근, 김기환, 이환주 전 모두 지주 및 은행에서의 이력이 있다.
재무·리스크·경영관리 등 은행에서의 이력은 다양하다. 이 중 가장 많이 포진된 이력은 재무 쪽이다. 윤 회장 역시 은행에서 재무·전략본부 부행장을 역임한 바 있다. 윤웅원 전 국민카드 대표 역시 은행에서 재무관리 부장과 재무관리 본부장을 지낸 경험이 있다.
현재 KB금융의 부회장으로 자리하고 있는 양종희 부회장도 이력은 비슷하다. CFO 부임 전 국민은행에서 재무보고통제부장을 역임했다. 허정수 전 KB생명보험 대표 역시 지주 CFO 자리에 부임하기 전 은행에서 재무본부장 상무를 경험한 이력이 있다.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의 경우 리스크 관리에 방점이 찍힌 인물이다. 국민은행에서 오랫동안 몸담으며 소비자보호그룹 상무, 리스크관리그룹 상무와 전무를 지낸 바 있다. 이환주 KB생명보험 대표는 은행에서 개인고객그룹과 경영기획그룹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