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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유동성 점검

대우조선, 말라가는 유동성…한화그룹 2조 절실

①3분기 현금 작년 말 대비 61.5% 감소… 2조 수혈시 ‘돈맥경화’ 해소 가능

강용규 기자  2022-11-23 16:08:03

편집자주

국내 조선사들은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선박 발주의 슈퍼사이클을 통해 막대한 수주잔고를 쌓았다. 이 선박들의 건조가 시작될 시점이 왔다. 조선사는 자체 자금으로 배를 짓는 만큼 유동성이 중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조선사들이 잔고를 실적으로 전환하기에 충분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더벨이 점검한다.
대우조선해양은 내년 한화그룹으로의 매각을 통해 현금 2조원의 유입이 예정돼 있다. 이 2조원의 유동성 확보가 대우조선해양에게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다. 양(플러스)의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면서 현금 보유량 역시 지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22년 3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 보유량(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의 합계)이 1조150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44.9% 줄었다. 이 기간 단기금융상품을 제외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만 따지면 1조7790억원에서 6842억원으로 61.5% 감소했다.

조선사들은 대체로 건조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에 진입하고 있을 때 유동성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선박 건조자금의 투입량 증가분을 선수금이나 인도대금 등 현금 유입분이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건조량의 확대는 곧 실적 개선을 뜻하기에 이는 꼭 나쁜 시그널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는 영업활동 이외의 유동성 보강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과 이자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업계에서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3분기 합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1조1829억원에 이른다. 작년 말 대비 순수 현금(현금 및 현금성자산)의 감소분이 1조948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현금 유출을 전혀 만회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 조선사라면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현금 유출을 투자활동이나 재무활동으로 만회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어 현금 유출을 만회하는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더 큰 문제는 현금 유출이 이자부담의 확대와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2조2723억원이었던 대우조선해양의 이자발생부채는 2022년 3분기 말 3조566억원까지 불어났다. 이 기간 대우조선해양의 유동비율은 86.8%에서 75.9%까지 낮아졌다. 단기 채무 대응능력이 지속 감소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대우조선해양은 2026년, 즉 4년 뒤 인도분의 선박을 수주하고 있다. 도크 슬롯의 여유가 많지 않아 수주 확대에 따른 선수금 유입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3분기 말 매출기준 수주잔량인 30조7320억은 작년 말의 18조9970억원보다 60% 증가한 것이며 조선업 슈퍼사이클이 시작하기 전인 2020년 말의 8조6405억원과 비교하면 3.6배에 이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대우조선해양이 2023년 한화그룹으로의 매각을 통해 2조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3분기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에 현금 2조원을 더하면 유동비율은 95.8%까지 높아진다. 업계에서 가장 재무상황이 좋다고 평가받는 현대중공업의 94.9%을 넘어서게 된다.

관건은 매각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대우조선해양이 현금 유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다. 지표상으로는 긍정적 흐름이 나타난다. 대우조선해양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올해 들어 1분기 -7258억원, 2분기 -2790억원, 3분기 -1781억원으로 감소 폭이 줄어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2조9000억원가량의 한도여신(크레딧 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아직 손을 대지 않았다. 원칙적으로는 유동성 위기가 도래할 때 이를 활용할 수 있으나 실제 가능성은 낮다고 여겨진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곧 거래 실무작업이 시작된다”며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재무적 활동에 따른 기업가치의 변동을 최소화하는 것이 거래 성사에 속도를 더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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