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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매물 진단

수은 영구채 금리 고정, 현금 추가수혈 막는 안전장치

②금리 스텝업 시 이자비용 연 2700억 가산… 1% 금리 고정으로 5년간 1.3조 우회 지원

강용규 기자  2022-10-06 18: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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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도전한다. 몸값 2조원의 적정성, '승자의 저주' 가능성에 대한 우려, 국책은행의 공적자금 환수 규모 등 다양한 시선들이 교차하고 있다. 핵심은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가 어떤 방식을 통해 이뤄질 것인지, 거기에 얼마만큼의 금액이 필요할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더벨은 이 기준을 바탕으로 대우조선해양의 가치와 정상화 계획을 진단한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승자의 저주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조속한 재무 정상화와 이를 통한 경영 지속성 확보가 필요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재무적 부담이 없다면 지금의 수주잔고만으로도 앞으로 3년 동안은 일감이 모자라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 재무구조의 취약점들 가운데 하나는 앞으로 다가올 이자부담의 증대다. 수출입은행(수은)에 발행한 영구채의 금리가 스텝업하면 이자비용에 적지 않은 금액이 가산된다. 이에 수은은 스텝업 시기를 미루는 ‘안전장치’를 대우조선해양과 한화그룹에 제공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6~2018년 3차례에 걸쳐 수은을 상대로 총 2조3328억원 규모의 영구 무보증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본금을 확충했다. 이 영구채들의 금리는 모두 올해 12월31일까지 1%이며 이후로는 5년 만기 회사채의 등급민평수익률에 해마다 0.25%가 가산되는 스텝업 조항이 발동된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내년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인수 뒤 대우조선해양은 영구채의 이자와 관련해 높아진 금리를 적용받는다. 이에 수은은 거래 종료일을 기점으로 5년 동안 금리를 1%로 고정하는 특혜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금리 고정은 대우조선해양의 이자부담 완화와 이를 통한 현금 증대에 적지 않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최근 몇 년 대우조선해양의 차입 구조와 이자비용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총차입금이 대체로 줄고 있으며 그에 따라 이자비용도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난다.

2020년을 기점으로 차입 만기구조가 단기화한 것은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매각이 추진되고 있었던 만큼 새로운 장기 차입을 일으키는 것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의 인수가 마무리되면 대우조선해양은 다시 차입 구조를 장기화하며 이자부담 줄이기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영구채의 금리 스텝업 조항이 발동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은 BBB-이며 10월5일 기준으로 BBB-등급의 5년물 민평수익률은 무려 11.32%다. 금리 스텝업을 가정할 때 내년 대우조선해양은 2조3328억원의 영구채에 대한 이자로 2699억원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영구채 금리 고정 특혜는 이 부담을 233억원으로 줄여준다. 스텝업 조항 발동이 5년 미뤄진 만큼 수은이 대우조선해양과 한화그룹에 제공한 특혜는 현재 기준으로 1조3000억원가량의 비용절감 효과로 추산할 수 있다.

조선사는 자체 자금으로 배를 지어 발주처에 인도하는 만큼 현금이 많아야 한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현금 보유량(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의 합)이 2019년 2조429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 중이다.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1조2757억원으로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잔고는 2019년 말 기준 208억8000만달러에서 올해 8월 말 288억2000만달러로 증가했다.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현재 수주잔고는 3~4년치 일감으로 한동안 일감 부족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대우조선해양이 2019년보다 현금이 38% 더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대우조선해양 IR프레젠테이션)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영업손실 1조7547억원, 내년 영업손실 5640억원을 각각 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은 자력으로 의미 있는 규모의 현금을 창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고려하면 수은이 제공한 영구채 금리 5년간 1% 고정의 특혜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이 특혜가 없다면 한화그룹은 2조원에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고도 정상 조업을 지속하도록 하기 위한 추가 출자가 불가피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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