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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리테일, '물류·식품·부동산개발' 3대축 주목

2017년 이후 '9000억' 신규투자, 본업 효율 제고 노려

박동우 기자  2022-11-16 17:50:39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더벨이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GS그룹의 주요 계열사 가운데 GS리테일은 일찌감치 2000년대부터 적극 투자하는 기조를 채택했다. '물류·식품·수익형 부동산'이라는 3대 축을 설정하고 포트폴리오를 쌓았다.

최근 5년간 신규 투자한 금액만 9000억원에 육박한다. 유통에 초점을 맞춘 본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취지 아래 배달 플랫폼 '요기요' 운영사부터 카카오모빌리티 등 대규모 투자 사례를 만들어냈다.

◇'요기요 운영사·카카오모빌리티·쿠캣' 대표사례

GS리테일의 '투자 열정'은 단기간에 생겨나지 않았다. 그룹을 총괄하는 허태수 회장이 GS홈쇼핑(2021년 GS리테일과 합병) 경영지원본부장을 맡았던 2000년대부터 축적한 경험이 발판으로 작용했다. 케이블 방송사를 인수하고, 수년 뒤 매각해 얻은 돈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에 투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0년대 들어 GS리테일의 투자 기조는 탄력을 받았다. 유통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가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스마트폰 보급의 진전에 힘입어 상품 판매 경로가 온라인 채널로 넓어졌다. 1인 가구가 늘고 여가 문화가 다양해지며 생겨난 소비 트렌드도 눈여겨봤다.

경영진은 급변하는 시장에 적응키 위해서는 신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길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는 사업을 끌어와 본업과 연계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전임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2018년에 "제2의 창업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혁신하라"고 당부한 취지와도 맞닿아 있었다.

2017년 이래 올해 상반기까지 GS리테일이 신규 투자한 금액은 8667억원이다. 회사, 펀드 등 106곳에 실탄을 쏟아부었다. 단연 많은 자금을 집행한 해는 2021년으로, 5110억원을 베팅했다.

모바일 플랫폼 기업이나 시장을 선도하는 스타트업의 지분을 사들였다. 거액을 투입한 곳으로는 △CDPI(3077억원) △카카오모빌리티(650억원) △메쉬코리아(507억원) 등이 거론된다. CDPI는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외식 배달 중개 플랫폼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를 인수했다.



애초 의도한 대로 피투자기업과 손잡고 기존 사업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올해 GS리테일이 요기요 앱에 '요마트' 서비스를 도입한 사례가 눈길을 끈다. 소비자가 신선식품을 요기요 앱에서 주문하면, 기사가 슈퍼마켓 GS더프레시에서 제품을 받아 즉시 배송하는 체계를 구현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신주를 인수할 당시에는 투자금 650억원을 고스란히 보전하는 수완도 드러냈다. 자회사인 'GS파크24(현 케이엠파크)'를 카카오모빌리티에 매각한 덕분에 동일한 금액의 처분 대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GS파크24는 주차장 운영과 관리에 특화된 업체였으나 GS리테일 입장에서는 '비주력 계열사'였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호출, 대리운전 중개 등을 넘어 새로운 사업을 찾는 의지가 확고한 대목을 눈여겨보고 과감히 지분을 넘긴 셈이다.

단발성 베팅을 넘어 팔로우온(후속 투자)한 사례도 써내려갔다. 간편식 판매에 잔뼈가 굵은 스타트업 '쿠캣'이 눈에 띈다. 2019년에 50억원을 지원하면서 처음 연을 맺었다. 추가 투자를 단행한 건 작년이다. 550억원을 들여 지분율을 7.6%에서 39.6%까지 끌어올렸다. 최대주주 지위를 꿰찬 GS리테일은 쿠캣을 계열사로 편입했다.

쿠캣이 젊은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한 상품을 만드는 데 두각을 드러낸 만큼, 협업으로 유통 채널의 수익 기반을 탄탄하게 다질 것으로 내다봤다. GS리테일은 쿠캣과 힘을 합쳐 GS25 편의점에 공급하는 상품 라인업을 개발했다. 전국 주요 거점에 플래그십 매장을 여는 계획도 세웠다.



◇'경기 후퇴기'에는 포트폴리오 비중 급변

GS리테일의 투자는 기업 지분 인수나 벤처펀드 출자에만 그치지 않는다. '부동산 개발'에도 열의를 보였다. 특수목적법인(SPC)에 자본금을 대거나, 사모펀드에 약정액을 납입하는 방식을 구사해왔다.

해마다 부동산 개발에 수백억원씩 투입했다. 2017년 150억원, 2019년 373억원, 2021년 359억원 등이 집행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184억원을 투자했다. △물류센터 △주상복합시설 △오피스 △쇼핑몰 △청년임대주택 등을 조성하는 프로젝트가 주를 이룬다. GS리테일은 완공된 건물을 활용해 임대차 사업을 수행한다.



연간 신규 투자액에서 부문별 비율 변화도 흥미롭다. 2019년만 하더라도 기업 지분 매입 66%, 부동산 개발이 34%를 차지했다. 하지만 2020년에는 부동산 개발 영역의 비중이 66%까지 치솟고, 기업 지분 매입의 비중은 4%대까지 급락했다.

다른 해와 견줘 2020년에 GS리테일의 연간 투자 비중이 급변했던 건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상황과 맞닿아 있다. 일시적으로 경기가 후퇴하자 GS리테일은 회수 위험이 높은 스타트업 지분 매입에 보수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부터 수익형 부동산 개발 건까지 포트폴리오가 폭넓은 만큼, 투자처를 관리하는 사내 조직의 면면은 다양하다. 경영지원본부를 필두로 전략본부, 신사업부문 등이 연관돼 있다.

경영지원본부를 총괄하는 김원식 전무는 과거 GS홈쇼핑 재직 시절 투자전략담당, 인도법인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박솔잎 전략본부장(전무)은 GS홈쇼핑 외에도 삼성물산, 베인앤드컴퍼니에 몸담은 경력을 갖췄다.

전략본부 산하 신사업부문을 이끄는 이성화 상무는 1978년생으로 사내 최연소 임원이다. GS리테일과 합병하기 전 GS홈쇼핑에서 CVC사업부문장을 맡아 스타트업 투자 실무를 책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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