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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 기조, 투자처 정리 '현재진행형'

작년 지분매각 170억 회수, 2019년 이래 '최대'…자회사 비용 효율화 계속

박동우 기자  2024-03-29 08:29:33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GS리테일의 투자자산 정리는 현재진행형이다. 기존에 출자한 기업들이 경영난을 겪거나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탓에 순이익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 기조를 채택하고 포트폴리오 점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지분을 매각해 170억원을 회수했는데 2019년 이래 최대 규모다. 자회사를 겨냥한 효율화 조치도 계속 이어졌다. 사업 실태를 살펴 과다한 비용 지출을 억제하고 모회사와 통합하는 등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년째 '포트폴리오 조정' 화두

전자공시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지난해 종속기업, 조인트벤처(공동기업), 관계사 등에 투자한 지분을 회수해 168억원을 확보했다. 2022년 회수분 135억원 대비 24.4%(33억원) 증가했다. 2019년 이래 가장 많은 규모로 지난 5년간 회수한 총액 444억원과 견줘보면 37.8%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엑시트(자금 회수) 규모가 늘어난 반면 출자한 금액은 줄었다. 현금흐름표상 '종속·조인트벤처·관계기업 투자자산 취득' 규모는 2022년 388억원에서 작년 298억원으로 23.2%(90억원) 감소했다. 최근 5년간 투자한 6300억원 내역을 살피면 2020년 162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적은 금액이다.


GS리테일이 투자에 보수적인 기조를 취하는 배경에는 주요 피투자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음식 배달 플랫폼 '요기요' 운영사인 위대한상상으로 2021년 당시 3077억원을 집행했다. 하지만 배달업계 경쟁이 격화되면서 수익성이 저하됐고 지난해 4565억원의 순손실을 인식했다.

2021년에 508억원을 집행한 배달대행 업체 부릉(옛 메쉬코리아) 역시 경영난을 겪으면서 지분가치가 전액 상각됐다. 지난해 요기요 등 투자 주식의 공정가치 평가 손실이 발생해 GS리테일은 연결기준 영업외손실 1880억원을 시현했다. 순이익이 221억원으로 2022년 476억원 대비 53.6%(255억원) 급감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경영진이 2년째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을 화두로 제시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2023년 허연수 부회장은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낮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고 공언했다. 허 부회장은 올해 3월에 열린 주총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이 미흡한 투자기업은 지분 매각이나 축소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홈쇼핑 법인 처분, 오프라인 물류센터·매장 폐쇄

사업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매각으로 이어진 사례가 '텐바이텐'이다. 2013년 8월에 160억원을 들여 인수한 문구 판매 업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잇달아 적자를 기록했고 2022년에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등 경영이 급격히 어려워졌다.

GS리테일은 텐바이텐에 누적 103억원을 빌려줬지만 실적 역성장을 막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보유 주식 4만529주(80%) 일체를 백패커에 처분했다. 매각을 통해 GS리테일이 얻은 금액은 20억원에 그쳤다.

정리 대상은 해외업체도 예외가 아니었다. 동남아 권역에 포진한 홈쇼핑 사업 법인들이 타깃이었다. △말레이시아 아스트로GS샵(Astro GS SHOP) △베트남 비비트레이딩(Vivi Trading) △인도네시아 MNC GSHS에 대한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소비자들의 주요 구매 채널이 TV 홈쇼핑 대신 온라인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영업손실을 지속하는 점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매각에 국한하지 않고 비용 효율화 조치도 병행했다. 2018년 8월에 50억원을 투자한 반려동물 제품 판매 플랫폼 운영사 '어바웃펫'에 대해서는 자체 운영하던 서울 강서구 물류센터를 폐쇄시켰다. 대신 제3자 물류(3PL) 시스템을 채택해 상품 배송과 재고보관 업무를 전문업체에 위탁했다.

550억원을 들여 인수한 간편식 생산업체 쿠캣에 대해서는 지난해 오프라인 매장 정리 조치를 단행했다. 매장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을 없애고 현장 유통을 편의점 GS25에서 수행하는 체계로 전환했다. 어바웃펫과 쿠캣의 판관비 절감 등에 힘입어 GS리테일 공통·기타 사업부문 영업손실은 2022년 1169억원에서 지난해 580억원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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