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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 장기화 가능성

박기수 기자  2022-11-11 10:00:56

Topic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 장기화 가능성

Summary

2020년 레고랜드는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를 발행하고 강원도가 여기에 지급보증을 섰습니다. 그러나 2022년 9월 28일,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도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SPC인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신청을 발표했습니다.

그 다음날이 레고랜드 ABCP의 만기였는데 결국 강원도가 상환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해당 ABCP는 기한이익상실에 빠졌고 이는 2022년 말 단기자금시장의 자금 경색을 불러일으키는 결정타가 됩니다.

레고랜드 ABCP 사태의 대미지가 컸던 이유는 신뢰가 깨졌기 때문입니다. 레고랜드 ABCP는 지자체인 강원도가 보증을 서 최고 신용도의 상품이었습니다. 이 레고랜드 ABCP가 상환되지 못하면서 시장은 PF ABCP 전체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여기에 연 초부터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이후부터 단기자금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 일명 '돈맥경화' 상황이 벌어졌고, 이 여파는 일반 CP 시장과 회사채 시장까지 번졌습니다. 일부 PF에서 차환 발행에 난항을 겪기 시작했고, 공사채들이 줄줄이 유찰됨에 이어 LG유플러스와 한화솔루션 등 우량한 발행사들이 발행한 채권들도 미매각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레고랜드 사태로 심화한 자금시장의 경화 현상이 언제쯤 완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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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명 한국투자증권 크레딧 전문위원

당분간은 활기 돌기 어렵지 않을까

정부가 자금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 온갖 것들을 내놓는 것 같습니다. 다만 여전히 최상단물들이 원활히 풀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이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75bp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파월 의장이 최종 금리 수준이 예상보다 높을 수 있다고 발언한 데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이달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여는데, 그때 금리를 어느 정도 폭으로 올릴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생긴 듯 합니다. 그러다보니 시장에서도 선뜻 나서는 자가 없고 '일단은 지켜보자'라는 심리가 퍼진 것이죠.

정부가 시중은행들을 동원해 약 95조원 정도를 연내 공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은행들이 얼마나 성의껏 자금을 공급하는지도 지켜봐야 할 필요성이 있겠습니다.

채권 거래가 다시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가격이 안정돼 호가 간 차이가 크지 않아야 하는데 금통위라는 큰 이벤트가 있는 현 시점에서는 활기가 돌기 어려워 보입니다.

가격 안정이 이뤄지려면 발행물들의 옥석 가리기를 통해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되는 것이 우선돼야 할 듯 합니다. PF ABCP의 경우 각 현장의 사업성 판단이 필요하겠고, 확약을 섰던 증권사들은 일정 부분 건전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있는데 이 경우 얼마나 완충력을 확보하느냐도 관건이 될 듯 합니다. 익스포저가 큰 캐피탈사 등 여전사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대형 증권사들은 실적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데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 탓에 충당금을 적립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명쾌히 정리가 되고 불확실성이 제거가 되면 자금시장에 다시 돈이 돌 것입니다.

김상훈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 부서장

시장 신뢰는 작은 곳에서 깨진다

신용 시장이란 상호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되고 성장하는 곳입니다. 신뢰가 깨지는 순간은 큰 이벤트 때문이 아닌 작은 의심이 발생하는 때 입니다.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 시장에 큰 충격을 준 때가 바로 9월 28일이었습니다.

현재의 정부 정책은 시장 상황을 9월 28일 이전으로 돌려놓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레고랜드 사태가 결론적으로는 단기자금시장을 넘어 일반 CP 시장과 회사채 시장까지 악영향을 줬지만 정부 정책이 이 모든 것을 치유할 수 없고 정책의 의도가 모든 것의 정상화일 수도 없을 것입니다. 단기자금시장의 경색을 막겠다는 것이 정부 정책의 의도라면 현재의 정책은 굉장히 적절해 보입니다.

사실 정부는 단기조달시장을 굳이 건들고 싶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여파가 일반 CP시장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고 증권사들의 자금 확보 이슈로 연결되면서 문제가 커질 기미가 보이자 정부가 나선 것이죠. 위험이 전이되는 고리를 끊어내고자 정부가 시의적절하게 다양한 방법을 마련한 듯 합니다.

정부 정책과 별개로 우선 연말이 되면 퇴직연금 등 기관들의 여유 자금이 생길 것이고 그때서야 시장에 돈이 조금 돌기 시작할 듯 합니다.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다른 연기금들은 1월에 모두 집행을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때가 되면 우량 회사채들을 비롯해 공사채와 은행채 등 우량채들 위주로 자금이 돌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온기가 싱글 A급 등 비교적 낮은 신용등급의 채권까지 퍼질 지는 미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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