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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와 'R'의 공포

박기수 기자  2022-11-10 16:04:14

Topic킹달러와 'R'의 공포

Summary

2022년 매크로 경제 최대 이슈는 원·달러 환율 폭등입니다. 올해 9월 22일 마감환율 기준 1400원을 돌파(1409.7원)하기도 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3월 20일이후 13년 6개월만이었죠.

환율 1400원은 예전부터 경제위기의 상징적인 지표로 여겨졌습니다. 정계와 재계를 막론하고 민감한 반응을 내보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실제 환율 1400원이 돌파했던 때는 1997~1998년 외환위기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이어 이번이 역대 세 번째였다고 합니다.

다만 올해의 환율 폭등은 이전의 경제 위기때와는 다르다는 것이 주된 평가인데요. IMF 당시 때와 비교하면 이번 '킹달러' 현상은 주요 국가 통화들 중 달러의 가치만 홀로 폭등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체력이 약해져 달러가 급등한 지난 IMF때와는 확연한 차이라는 것입니다.

시장은 올해 원·달러 환율 폭등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상승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미 연준이 잇단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와 격차가 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달러의 가치가 원화 대비 상승했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유럽 에너지 수급 위기, '차이나 런' 등이 겹치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의 선호 심리가 최근 몇 년중 그 어느때보다 강해졌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입니다.

정부는 킹달러 현상을 방치하지 않고 외환보유고를 통해 개입을 하고 있지만 1400원 선은 쉽게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금리인상을 거듭한 미국의 고용지수 불안과 경기침체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킹달러 시대가 조만간 막을 내리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고금리 기조로 인한 경기침체(Recession, 'R')의 공포가 드리운 가운데, '킹달러' 현상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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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 부서장

미 인플레이션율이 관건

우선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이 잡혀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연준도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거나 멈출 수도 있습니다. 킹달러 시대 종식의 확실한 트리거는 금리 인상을 멈추는 것이 될 것입니다.

물가 상승의 원인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소비가 활발했기 때문입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시작되면서 제조업 소비는 어느정도 꺾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서비스업에 대한 소비는 여전히 탄탄한 듯 보입니다. 이 서비스업을 받쳐주고 있는 소비가 언제 꺾일 지가 포인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이 시점이 내년 1분기로 보입니다. 이것이 꺾이면 물가도 조금씩 떨어질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내 빅테크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채용을 동결하고 인력 감축에 나서는 등 고용시장에 조만간 충격이 올 가능성도 보입니다. 뜨거웠던 경기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식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시점부터 서서히 약달러로 돌아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우리는 여전히 긴축을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던 것처럼 고금리 기조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러나 최근까지 이뤄졌던 것처럼 한 번에 75bp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보다는 상승 폭이 '25~50bp'로 내려가지 않을까 하는 시장의 기대감이 우세합니다.

어쨌든 내년에도 금리 레벨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업계 전반에 대한 경기침체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내년 3분기부터는 기준금리를 인하해야하는 환경까지 고려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환율의 경우 국가 간 금리 차이가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여러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 예컨대 신흥국들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시점이 더 빠른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미국보다 한국이 기준금리를 먼저 인하한다면 환율이 더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금융권 관계자 A

경기침체 '공포'는 과도한 표현

환율은 양국 간 금리 차에 기인합니다. 가계부채 등 국내 상존해 있는 여러 요인으로 충분히 금리 인상을 하지 않는 경우 원화 약세 요인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여전히 기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외채의 안정성과 주력 산업의 분산, 보수적인 3새 신용평가사의 한국 신용등급 유지 등 국내 경제의 펀더멘탈을 보고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려는 외인 투자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금리 인상으로 인해 내년 경기가 다소 위축되는 리스크와 더불어 국내 경제의 약점들이 함께 상존하는 시기이지만, '공포'라고 표현할 정도의 경기침체(Recession)까지는 진입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시장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는 투자자 우위 시장이 형성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금을 모집하는 발행사들은 투자자와의 소통 및 투자자들을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유리한 조건으로 발행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도 발행 타이밍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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