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의 말은 무겁다. 한 기업의 재무를 책임지는 CFO들이 공개 석상에서 꺼낸 말은 무게감이 남다르다. CFO의 말 하나하나에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더벨은 CFO들이 IR 현장에서 공개한 코멘트들을 추적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을 가늠해 보고 CFO들의 전망과 그 실현 여부를 검증해 본다.
올해 이태경 신한금융지주 부사장(CFO)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리딩금융 탈환이란 목표와 손해보험사 출범과 맞물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비은행부문 강화 및 안정화, 글로벌사업 확장과 수익성 강화 등 가시적 성과를 내야할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한해를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 부사장이 풀어야 했던 난제는 주주환원책이었다. 이 부사장은 올해 분기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핵심 주주들의 자산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당근을 제시하는 일에 열중했다. 또 주주환원책 성공을 위한 호실적 달성과 자본비율 관리 등에 만전을 다했다.
이 부사장의 IR에서 언급한 내용들은 이같은 맥락을 그대로 유지했다. '보수적 충당금'(2분기)이 '비용효율화'(3분기)로, 'ROE10%(2분기)'가 'NIM3%(3분기)' 등으로 뉘앙스와 잣대가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특히 상반기에 예측했던 주요 데이터들을 3분기에 그대로 적중시켜 시장 신뢰도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그에게 남은 과제는 리딩금융 자리를 고수하는 것이다. 순이익 면에선 2위 그룹을 압도적으로 따돌리는 게 필요하다. 이 부사장이 IR에서 4분기 불안 요인으로 다중채무자 관리와 부실 관리에 방점을 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주환원정책: ‘배당·자사주’ 명확한 메시지…IR에서 거듭 강조
이 부사장은 현재까지 과제를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올해 진행된 세 차례 실절발표회(IR)에서 주주들을 향해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의 입을 통해 전달된 공략들은 현재까지 제대로 실천되고 있다.
주주들은 올해 매 분기 400원의 현금배당을 받았다. 신한지주가 두 차례 진행한 총 3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은 신한지주 주가의 추가 하락을 저지하는 방어선 역할을 했다. 이는 곧 주주들의 자산가치를 지켜내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부사장은 지난 3분기 IR에서 “1분기 때 말씀드렸던 것처럼 현금배당은 견조한 증가하고 있다”며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분기배당 등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주주환원책 진행 상황을 밝혔다.
그는 ‘4분기 배당수익이 어느 정도까지 늘어날 예정이냐’는 시장의 질문에 “감독당국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더욱 정교하게 해서 자본비율을 보겠다 했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저희의 결과를 논의 했고 CET1비율이 적정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지속적인 환원정책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감독당국과 지속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3분기 사상 최대 실절 기록을 갈아치운 신한금융지주는 시장에 당당하게 현금배당 확대를 공언했다. 이미 분기배당을 정례화 한 시점에서 자본비율 등의 여유가 있는 만큼 연말 추가 결산배당을 더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 이 부사장은 지난 4월 1분기 IR에도 배당정책에 대한 자심감을 드러냈었다. 그는 “현금배당 기준으로는 분기에 60%, 결산배당 40% 수준 계획 중(각 분기 400원, 나머지 결산)”이라며 "자사주 매입도 총주주환원율에 포함해서 감안할 때 상반기 진행한 1500억원은 주당 300원 수준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이어 “하반기에는 당기순이익 규모를 보고 총주주환원율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는지 고려해서 자사주 매입 여력 등을 판단해서 2022년도 주주환원정책을 이끌 예정”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7월 진행된 상반기 IR에서도 비슷한 톤을 유지했다. 이 부사장은 “1분기에도 언급했듯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은 계속 계획하고 있으며 30% 수준의 총주주환원율 추구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신한금융은 소각할 수 있는 자사주가 없어서 매입 후 소각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사주 소각에 대한 그의 메시지도 현재까지 충실히 이행됐다. 신한지주는 지난 3월 24일 1500억원 자사주 소각을 공시했다. 이후 4월 중 이를 모두 마무리했다. 지난 10월 6일에도 추가로 15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공시했다.
◇수익성: 사상최대 실적 약속 지켰다
이 부사장이 고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진보한 주주환원책을 펼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호실적이 있다. 이 부사장은 비용 효율화와 조달 및 운용 관리 등 CFO 역량을 발휘해 신한지주의 사업성과가 더욱 빛나도록 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특히 올해 이 부사장은 1분기부터 제시한 사업전망을 매 분기 그대로 수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올해 진행된 세 차례 IR에서 직접 실적발표에 나섰다. 실적 하이라이트와 핵심 재무지표를 발표하며 매 분기 추가 성장 여력이 분명하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내놨다.
지난 7월 2분기 IR에선 “ROE는 지난해까지 10% 미만이었으나 올해는 두자릿수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당시 순이익 달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해선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해도 견딜수 있는 충분한 버퍼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신한지주 ROE는 이번 3분기 말 기준 12.9%로 상승했다. 지난해 3분기 10.9%까지 악화했던 ROE는 올해 12.3%를 거쳐 거듭 개선된 모습이다.
이러한 수익성 개선은 신한지주의 순이자마진(NIM) 상승에 따른 결과다. 이 부사장은 2분기 IR에서 NIM 상승세를 예상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NIM 전망은 최근 빅스텝 외에도 연말 총 3% 수준으로 감안하고 있다”며 “신한은행의 민감도를 보면 25bp 상승 시 3~4bp NIM이 상승하고 있는데 NIM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신규 고객 기준으로 보면 최근의 가계대출의 감소 및 금리는 높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어 은행간의 경쟁 및 사회적 압력으로 기존의 대출과 같은 모습으로 신규대출 금리가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NIM 점차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3분기에 은행 기준으로 1.7%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3분기 IR에서 이 부사장의 예측은 거의 들어 맞았다. 신한은행 NIM은 1분기 1.51%에서 2분기 1.63%를 거쳐 3분기 1.68%를 기록 중이다.
이 부사장은 향후NIM 전망도 긍정적으로 하고 있다. 그는 3분기 IR에서 “카드와 캐피탈 등도 NIM이 다소 감소하긴 했으나 취약차주 지원 등에 의한 마진 감소는 미미할 것”이라며 “향후 금리 상승에 따른 NIM 개선은 지속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업계획: 3대 핵심전략 성과 탁월 '리딩금융' 수성
이 부사장이 짊어진 과제들 가운데 올해 가장 주목받는 이슈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1기 체제에서 제시한 비전들이다. 조 회장이 주주와 조직원들에게 공언했던 경영전략은 올해 대부분 성과를 냈다. 이 과정에서 CFO로서 이 부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신한금융은 조 회장이 취임한 2017년 KB금융그룹에 리딩금융 자리를 빼앗겼다. 당시 KB금융은 KB증권, KB손해보험 등 비은행부문 계열사를 늘리며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 KB국민은행의 막강한 순이익 창출력을 발판으로 신한금융과 격차를 벌리며 1위로 올라섰다.
조 회장은 취임 직후 KB금융을 넘어서기 위한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우선 해외로 눈을 돌려 신한은행을 통해 베트남에 있는 ANZ은행(현 신한베트남은행)을 인수했다. 이후 캄보디아 등 동남아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를 계기로 글로벌사업 규모가 커지며 순이익 확대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 비은행부문 계열사 확대를 위해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 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 아시아신탁(현 신한자산신탁) 등 자회사를 늘렸다. 올해는 BNP파리바카디프손보(현 신한EZ손보)를 인수하며 포트폴리오 퍼들을 맞췄다.
이러한 다각화 노력은 금새 빛을 발했다. 2018년부터 신한금융은 KB금융을 누르고 1등 금융으로 도약했다. 이러한 리딩금융 탈환은 2019년 3분기까지 지속됐다. 그러나 2019년 4분기부터 다시 KB금융에 밀리기 시작했다. 2020년 1분기 잠시 순이익 경쟁에서 이겼지만 그해 2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또 지난해 3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KB금융과 경쟁에서 밀렸다.
하지만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신한금융은 완전한 승기를 잡았다. 2분기 169억원 순이익이 앞섰고, 3분기에는 3233억원 늘었다. 연간으로 2875억원 리드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리딩금융 경쟁은 압도적으로 이길 전망이다.
이 부사장은 연간 꾸준히 실적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그는 3분기 IR에서 “대외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성과 시현했다”며 “비이자이익 부진에도 이자이익 증가와 충당금 감소 및 증권 사옥매각익 등으로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고 진단했다.
이 부사장은 “비용 효율화 노력을 통한 안정적인 수준의 CIR 유지했고, DT관련 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판관비 증가율은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며 “판관비는 3분기 중 발생한 라이프 HR 통합 비용 제외하고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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