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기업의 움직임은 돈의 흐름을 뜻한다. 자본 형성과 성장은 물론 지배구조 전환에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손길이 필연적이다. 자본시장미디어 더벨이 만든 프리미엄 서비스 ‘THE CFO’는 재무책임자의 눈으로 기업을 보고자 2021년말 태스크포스를 발족, 2022년 11월 공식 출범했다. 최고재무책임자 행보에 투영된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THE CFO’가 추적한다.
롯데그룹 재무 컨트롤 타워에는 그룹 영욕의 역사가 녹아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시대를 연 '정책본부'는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하며 사세 확장을 주도했다. 성장통도 겪었다. 2016년 총수 일가와 정책본부를 겨눈 검찰 수사는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계기가 됐다.
지금은 지주사와 HQ(헤드쿼터)로 양분된 재무 컨트롤 타워가 제각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롯데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그룹 전체 전략을 보고, HQ CFO는 사업군별 전략에 따라 움직인다.
롯데그룹 CFO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을 필두로 각 계열사 재무를 책임지는 법인별 CFO가 있다. 주요 사업군인 식품·쇼핑·호텔·화학 계열사를 묶은 HQ 조직에도 CFO가 있다. HQ는 출자구조와 업종 공통성 등을 고려해 계열사를 유형화한 조직이다. 법인처럼 실체가 있는 조직은 아니다.
◇ 고정욱 롯데지주 CFO, 투자형 지주 육성…HQ CFO 3인방은 업종별 재무 전략 수립
롯데지주 CFO는 고정욱 재무혁신실장(부사장)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11월 고 부사장을 지주 CFO로 불러들였다. 지주사 전략 변화와 맞물린 인사였다. 롯데지주는 그룹 전체 전략 수립·포트폴리오 고도화·신사업 추진 등 지주 본연의 업무에 주력하도록 했다.
고 부사장은 롯데지주를 투자형 지주사로 이끌어가고 있다. 롯데지주는 올해 계열사 자금 지원 외에도 그룹 미래사업인 바이오·헬스케어사업을 직접 육성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롯데헬스케어(700억원 출자, 지분 100%), 6월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104억원 출자, 지분 80%)를 설립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다음 달까지 진행하는 2405억원 규모 주주 배정 증자에서도 1924억원을 책임진다.
HQ에는 CFO 3명을 뒀다. 장호주 유통군HQ 재무혁신본부장(부사장), 강종원 화학군HQ CFO(상무), 한경완 호텔군HQ 재무혁신부문장(상무보)이다. 식품군은 HQ 대표이사만 공개하고 있다. 강 상무와, 한 상무보는 각각 롯데케미칼 재무부문장(CFO), 호텔롯데 재무혁신무분장(CFO)도 겸임하고 있다.
지주사 CFO는 그룹 차원에서 재무 전략을 짜고, HQ CFO는 사업군과 계열사 중장기 사업 전략에 따른 재무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 산하 사업지원팀이 지주사와 HQ·계열사 간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있다.
◇ 기획조정실→정책본부→경영혁신실→지주·HQ, 모두 재무 기능 수행
롯데그룹 컨트롤 타워에서 재무 조직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시절 호텔롯데 아래 그룹기획조정실이 있었다면, 2세 신동빈 회장 시대에는 롯데쇼핑 산하에 그룹 정책본부가 있었다. 기획조정실에서는 재무관리부, 정책본부에서는 지원실이 재무를 담당했다.
신동빈 회장은 2004년 롯데그룹 경영관리본부를 정책본부로 개편하며 본부장을 맡았다. 정책본부는 그룹 인사와 M&A, 중복 투자 방지 기능 등을 수행했다. 7개실(비서실·대외협력단·운영실·개선실·지원실·인사실·비전전략실)에 300여 명 가까운 인원을 둔 컨트롤 타워였다. 지원실에서는 그룹 재무와 법무를 챙겼다.
정책본부 지원실장들은 그룹 M&A 확장 전략을 지원했다. 1대 지원실장(2006~2014년)은 채정병 전 롯데카드 대표이사다. 채 전 대표는 롯데케미칼의 말레이시아 석유기업 타이탄 인수(2010년), 롯데쇼핑의 롯데하이마트 인수(2012년) 등을 뒷받침했다. 2대 지원실장(2014~2017년)인 이봉철 호텔롯데 롯데면세점 고문 때는 1조원 안팎 M&A가 3건 있었다. 2015년 호텔롯데는 롯데렌탈과 뉴욕팰리스호텔를 인수하고, 롯데케미칼은 삼성그룹 화학부문을 인수했다.
예기치 못한 난관도 만났다. 정책본부 지원실장들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2016년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정책본부 지원실장을 지낸 채 전 대표와 당시 정책실장이던 이 고문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채 전 사장은 2019년 대법원 무죄 판결로 배임(특경법 위반)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검찰 수사는 많은 것을 바꿔놨다. 신 회장은 정책본부를 수술대에 올렸다. 조직은 축소하고 권한은 분산했다. 2017년 3월 정책본부는 '경영혁신실'과 '컴플라이언스위원회'로 나눴다. 경영혁신실은 4개팀(가치경영팀·재무혁신팀·HR혁신팀·커뮤니케이션팀)으로 구성해 그룹 사업을 주도하도록 했다.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감사담당과 준법경영담당을 두고 준법경영 및 법무, 감사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다. 정책본부 지원실에 있던 법무 기능은 컴플라이언스위원회로 보내고, 재무 기능은 경영혁신실 재무혁신팀에 남겼다.
동시에 BU(비즈니스 유닛) 체제를 도입하며 지주회사 전환 작업에 들어갔다. BU는 HQ 전신으로 유통·화학·식품·호텔 및 기타 등 4개 분야 계열사 협의체다. 해당 사업군 경영을 총괄하는 BU장을 두되 재무 기능은 별도로 부여하지 않았다.
2017년 롯데지주가 출범하면서 컨트롤 타워 명맥을 이었다. 6실(가치경영실·재무혁신실·HR혁신실·커뮤니케이션실)에 170여 명 규모 조직으로 출발했다. 정책본부 후신인 경영혁신실에서 재무혁신팀장으로 있었던 이 고문은 지주사 전환을 주도하며 롯데지주 초대 CFO(2017~2019년)까지 맡았다. 지주 전환 이후 순환출자 해소, 금산분리 등을 마무리 지었다. 2대 CFO(2020년~지난해)인 추광식 롯데캐피탈 대표이사는 계열사 지배력 확대에 주력했다. 지난해 3대 CFO인 고정욱 부사장에게 배턴을 넘겼다.
지난해 11월 신 회장은 HQ 체제를 도입하면서 기존 BU에는 없던 재무 기능을 추가했다. 롯데지주는 지주 본연 업무에 집중하도록 주문하면서 HQ CFO와 역할을 구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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