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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인사 코드

롯데그룹, CFO·CEO 스위칭도 감행

④재무 임원 끝내고 기획·전략·구매·상품 분야로도 진출

김형락 기자  2022-07-25 09:30:19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더벨이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롯데그룹의 재무 임원 커리어는 CFO(최고재무책임자)에서 끝나지 않는다. CEO(최고경영자)뿐만 아니라 기획·전략·구매·상품 분야 임원까지 열려 있다. 재무 이외 영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경영 전반을 아우르는 인재로 커나간다.

CFO 경력을 지닌 임원들은 지주사와 계열사에 두루 포진해있다. 현직 CEO 중 CFO 출신은 총 3명이다.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김현수 롯데렌탈 대표이사, 추광식 롯데캐피탈 대표이사가 재무 임원 경력을 발판으로 CEO까지 올랐다.

지주사 CFO와 계열사 CEO를 맞바꾸는 보기 드문 인사 패턴도 나타난다. 지난해 11월 임원 인사에서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CFO)으로 있던 추광식 전무와 롯데캐피탈 대표이사로 있던 고정욱 부사장이 서로 자리를 바꿨다. 지주사 전략 변화와 맞물린 인사로 풀이된다.

추 전무는 지주사에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마무리 짓고 계열사 CEO로 새 출발 한다. 2017년 롯데지주 출범 후 2대 CFO(2020~2021년)로 활동했다. 추 전무에게 주어진 임무는 계열사 지배력 확대를 통한 지주사 체제 안정화였다. 추 전무가 CFO로 있는 동안 롯데지주는 롯데푸드와 롯데칠성음료 지분을 늘려 두 곳을 관계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편입시켰다.


(왼쪽부터) 추광식 롯데캐피탈 대표이사, 김현수 롯데렌탈 대표이사,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CEO에서 CFO로 보직이 바뀐 고 부사장은 롯데지주를 투자형 지주사로 이끌어가야 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지주가 그룹 전체 전략 수립과 포트폴리오 고도화, 신사업 추진 등 본연의 업무에 주력하도록 하면서 고 부사장을 CFO로 불러들였다. 재무 분야에 정통한 추 전무보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고 부사장이 지주사의 투자 활동 조력자로 더 적합하다고 본 셈이다.

롯데지주는 올해 계열사 자금 지원 외에도 그룹 미래사업인 바이오·헬스케어사업을 직접 육성하고 있다. 지난 4월 700억원을 투자해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했다.

고 부사장은 리스크 관리, 기획, 재무, 영업 분야 등을 두루 섭렵했다. 롯데캐피탈에서 RM(위험 관리)본부장(2010~2011년), 경영전략본부장(2011~2018년), 영업2본부장(2018~2019년)을 차례로 역임했다. 2019년 롯데캐피탈 대표이사에 오르며 커리어 정점을 찍었다.

김현수 롯데렌탈 사장도 재무 임원에서 CEO로 변신한 케이스다. 1984년 롯데산업 경리부 직원으로 출발해 롯데쇼핑 재무부문장(2005~2014년)까지 지냈다. 이후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2014~2019년), 롯데물산 대표이사(2020년)를 거쳐 지금은 롯데렌탈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하석주 롯데건설 사장도 롱런하고 있는 CFO 출신 CEO다. 1983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해 롯데건설에서 경영지원실장(2009~2010년), 경영지원본부장(2010~2017년), 주택사업본부장(2013~2017년) 등을 지내고 2017년부터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포지션을 변경해 중역 임원으로 나아가는 CFO도 있다. 재무 분야와 함께 CEO 승진 경로로 통하는 전략·기획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이장섭 상무보는 롯데렌탈에서 재무부문장(2020년)을 지낸 뒤 기획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최성철 상무는 롯데제과에서 재경부문장(2016~2017년)을 거쳐 경영전략부문장을 맡고 있다. 임준범 상무보는 롯데칠성음료 재경부문장(2019~2020년)에 이어 전략기획부문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구매·SCM(공급망 관리)·상품 분야에서도 CFO들이 활약하고 있다. 박은병 상무는 롯데건설 재경부문장(2011~2018년)과 윤리경영부문장(2018~2020년)을 거쳐 지금은 외주구매본부장을 맡고 있다. 이덕용 상무는 롯데칠성음료 재경부문장(2016~2019년)에서 SCM부문장으로 넘어갔다. 롯데하이마트 재무부문장(2015~2020년)과 SCM부문장(2020년)을 거친 맹중오 상무는 상품본부장으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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