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선 네이버 CFO(최고재무책임자)는 포쉬마크 M&A(인수·합병) 거래를 이끈 주역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와 M&A 협상 테이블에 앉아 계약을 마무리했다. 합병 계약서에도 김 CFO와 최 대표가 나란히 서명해 책임을 같이 진다.
네이버가 미국 온라인 중고 패션 플랫폼 '포쉬마크'와 맺은 합병 계약서에 따르면 최 대표와 김 CFO가 모두 계약서에 서명했다. 김 CFO는 네이버가 합병 주체로 세운 미국 특수목적법인(Proton Parent 이하 Parent)과 그 자회사(Proton Merger Sub 이하 Merger Sub) 대표자(Co-President)로 이름을 올렸다. 포쉬마크에서는 마니쉬 샨드라 CEO(최고경영자)가 계약 주체로 나왔다.
김 CFO는 계약 당사자로 네이버가 포쉬마크를 인수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SPC 대표자 자격으로 최 대표와 협상 테이블에 나갔다. M&A에서 CEO 권한이 막강한 재계 다른 그룹과 다른 모습이다.
합병 계약서에는 김 CFO가 짠 포쉬마크 인수 구조가 드러난다. 네이버는 포쉬마크 인수 주체로 SPC를 내세웠다. 네이버가 100% 자회사인 SPC(Proton Parent) 유상증자에 참여해 포쉬마크 인수자금 2조3441억원을 출자하고, SPC가 포쉬마크 주주에게 자회사(Merger Sub)와 합병 대가를 지급하는 형태다.
지난 4일 네이버가 포쉬마크 인수 소식을 알린 뒤 진행한 컨퍼러스콜에서도 김 CFO 존재감이 돋보였다. 컨퍼런스콜에서 최 대표보다 더 많은 발언 기회를 얻었다. 최 대표는 서두에 포쉬마크 인수 이유와 인수 후 사업 전략을 밝히고, 거래 구조 설명부터는 김 CFO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김 CFO는 컨퍼런스콜에서 M&A 전반 내용을 설명했다. 인수 가격 적정성과 인수 시점 판단 근거부터 인수 구조와 인수 자금 마련 방안까지 제시했다. 인수 후 포쉬마크 수익성 분석과 전망도 내놨다.
질의응답도 최 대표와 김 CFO가 분담했다. 최 대표는 인수 배경, 사업 전략 관련 질문에 답했다. 포쉬마크 수익성, 네이버와 재무적 시너지 효과 등을 묻는 질문에는 김 CFO가 답변했다.
김 CFO가 재무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전략과 투자 분야에서도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조직 구성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는 M&A 담당 조직을 CFO 아래 두고 있다. 김 CFO 밑으로 G&T(Growth& True North)팀이 있다. 글로벌 기업과 M&A 파트너십 기회를 찾고, 실제로 실행하는 팀이다. 이밖에 IR, i2(투자개발), CV(Core&value, 경영관리), R&C(Risk&Compliance) 조직을 CFO 밑으로 두고 있다.
김 CFO는 네이버 M&A 전략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2020년 8월 김 CFO를 영입하면서 G&T를 신설했다. 김 CFO에게 투자와 M&A를 담당하는 책임리더를 맡겼다. 지난해 5월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 서비스 기업 왓패드 인수도 김 CFO가 주도했다. G&T팀에서 콜드콜(거래 관계가 없는 상대에게 거는 전화)을 해서 양사 대표이사 만남을 주선했다. 이를 발판으로 지난해 11월 네이버 CFO로 내정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포쉬마크 인수는 새로운 리더십에서 상의하면서 진행했다"며 "M&A 방향은 대표이사가 잡더라도 인수구조 설계라든지 가격 책정 등은 CFO가 관여했을 것"이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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