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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본 CFO

절반 가까이 사내이사, '곳간지기'는 옛말

②경영위 다수 포진, 내부거래·보상·ESG위원회서도 전문성 발휘

김형락 기자  2022-11-11 10:39:11

편집자주

[창간 기획]기업의 움직임은 돈의 흐름을 뜻한다. 자본 형성과 성장은 물론 지배구조 전환에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손길이 필연적이다. 자본시장미디어 더벨이 만든 프리미엄 서비스 ‘THE CFO’는 재무책임자의 눈으로 기업을 보고자 2021년말 태스크포스를 발족, 2022년 11월 공식 출범했다. 최고재무책임자 행보에 투영된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THE CFO’가 추적한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최고경영책임자(CEO)의 조력자라는 얘기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국내 주요 기업 CFO들은 기업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CEO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250대 기업 중 절반 가량이 CFO를 사내이사로 선임해 의사결정 주체로 두고 있다. 내부거래 통제, 임원 보수체계 수립 등은 CEO보다 CFO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THE CFO가 국내 250대 기업 CFO 정보를 분석한 결과 237개 기업 중 45%(107개)가 CFO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있다. CFO들이 자금을 관리하고 이사회에 재무 현안을 보고하는 '금고지기'에 머무르지 않고, 이사회에서 사업 전략과 투자 등을 다방면으로 살피는 '전략적 의사 결정권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사내이사인 CFO는 CEO 못지 않은 권한을 누리고 책임도 나눠 진다. 미등기 임원으로 있는 다른 C레벨 임원과 무게감이 다르다. 이사회 구성원이 내린 의사결정에는 법적 책임이 뒤따른다.


◇ 경영위원회 참여 활발, ESG·사추위 등 비재무 영역에서도 영향력 발휘

사내이사로 활동하는 CFO 중 50%(57명)가 이사회 내 위원회에 속해 있다. 활동 영역은 광범위하다. CEO와 전략·재무 사안을 결정하는 경영위원회부터 내부거래·보상(보수)·사외이사후보추천·ESG위원회 등 이사회가 위임한 권한을 행사하는 개별 위원회에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경영위원회는 CFO들이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곳이다. 총 27명(재무위원회·집행위원회 등 포함)이 경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다음은 △내부거래위원회 19명(투명경영위원회 포함) △보상·보수위원회 15명 △ESG위원회 12명(지속가능경영위원회 포함)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11명 순으로 나타났다.


경영위원회에 CFO를 배치했다는 건 CFO가 CEO와 기업 경영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을 함께 하고 있다는 증거다. 경영위원회는 보통 △연간·중장기 경영 방침과 전략 △사업계획과 구조조정 △급여체계·상여·후생제도 기본 원칙 등 경영 일반에 관한 사항부터 △타법인 출자·처분 △해외 직접 투자 △신규 차입 △사채 발행 △내부거래 승인 등 재무 사항을 심의·결의한다. 삼성그룹(삼성전자·삼성증권·삼성SDI·삼성중공업·삼성SDS·삼성전기·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엔지니어링·호텔신라·에스원·제일기획 등 11개), LG그룹(LG화학·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4개)에서 CFO들의 경영위원회 참여가 활발했다.

내부거래위원회는 CFO가 주특기를 살릴 수 있는 곳이다. 자금 조달·집행·상환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게 주 업무인 CFO에게 그룹 자금 흐름을 꿰뚫어 보면서 공정거래법·상법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단속하는 임무를 부여한 셈이다. LG생활건강은 CFO인 김홍기 부사장을 내부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두고 있다. 사외이사를 위원장으로 선임한 다른 기업들과 다른 구성이다. 지난해 별도 기준 LG생활건강 매출(4조9561억원) 중 특수관계인 거래 비중은 20%(9794억원) 수준이다. 내부거래위원회는 최대주주, 계열사 및 특수관계인 간 거래 등을 승인한다.

보상·보수위원회는 사내이사 몫으로 배정된 자리를 CEO보다 CFO에게 맡긴 곳이 많았다. CFO가 적정한 임원 성과 측정 기준을 세우면서 과도한 보수가 나가지 않도록 비용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에서는 △이종완 삼성증권 경영지원실장(부사장) △배진한 삼성중공업 경영지원실장(부사장)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지원실장(부사장) △정홍구 제일기획 경영지원실장(부사장) △김준환 호텔신라 TR(면세)부문 지원팀장(상무) 등 CFO 5명이 보상·보수위원회 위원으로 있다. CEO는 보상·보수위원회에 들어가지 않았다. 현대자동차그룹(현대자동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건설·현대위아 등 5개)도 보상·보수위원회 구성이 삼성그룹과 유사하다.

주주가치를 좌우하는 ESG위원회도 CFO 업무와 떼놓을 수 없다. ESG위원회는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기반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련 사항을 심의·결의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지속가능성보고서 발간 등 ESG 공시 사항을 심의·결의하는 권한도 지니고 있다. IR 등 투자자 소통을 책임지는 CFO가 등한시할 수 없는 위원회다. 김성진 삼성전기 경영지원실장(부사장), 이진원 현대그린푸드 경영지원실장(상무) 등이 ESG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대표적인 CFO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CFO가 CEO와 함께 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사회 구성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CFO가 참여해 의사결정의 큰 방향을 정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 부사장급 임원이 CFO 표본, 대표이사도 6명

CFO 직위는 부사장(대표이사 제외)이 두드러졌다. 237개 기업 중 32%(76개)가 부사장급 임원에게 CFO를 맡겼다. 전무급은 26%(61명), 상무급은 24%(상무보 포함 58명)였다. 대표이사로 있는 CFO는 6명(전중선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김민철 두산 대표이사·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조덕제 두산밥캣 대표이사·도기욱 넷마블 대표집행임원·주광옥 모나리자 대표이사), 사장(대표이사 제외)은 4명(박학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박종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경영지원총괄·남수호 APS홀딩스 경영지원본부장)이었다.


*통계 대상 기업 선정 기준

THE CFO는 2022년 3월 말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200위, 코스닥 50위 내 기업과 비상장 금융회사(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에 소속된 CFO 정보를 취합했습니다. CFO가 없거나 관련 정보가 제한적인 기업은 DB에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2022년 11월 250대 기업 중 THE CFO 홈페이지에 등록된 CFO는 237명(겸직 포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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