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대란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석유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했거나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국내에도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연 정유사들이 올 상반기 얻은 수익이 '횡재'일까. 횡재세 부과가 필요한 일일까. 더벨이 국내 정유사의 현황 및 재무구조, 사업 전망을 살펴봤다.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유국 협의체 OPEC플러스(+)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대치의 감산을 결정한 여파다. 일반적으로는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들이 이익이 커진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경기침체 우려로 수요가 위축된 상황이라 정유업계에서는 유가의 상승을 부담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유가상승 재시동, 달갑지 않은 정유사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일 대비 1.43% 상승한 배럴당 87.76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선물 1.8% 상승한 배럴당 93.46달러, 두바이유 현물은 1.21% 상승한 92.1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OPEC+가 하루 200만 배럴의 감산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국제유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감산으로 공급이 줄어들며 국제유가가 다시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유업계는 유가의 흐름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유가 상승이 수요 증가에서 기인한다면 자연스레 마진 확대로 이어져 정유사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이번 전망의 주된 요인은 산유국들이 인위적으로 공급을 줄인 일이다.
만약 유가가 상승한다면 재고평가이익이 일부 있겠지만 이미 마진이 수익분기점 밑으로 떨어진 상황이라 정유사들에게 부담이 되는 측면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유가가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 소비가 다시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도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충분한 상황에서 유가의 상승은 정유사들에게 좋지만 최근의 흐름은 그렇지 않다"며 "경기침체에 강달러 등 시장의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이라 일부 우려가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지난달 넷째주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1.5달러로 나타났다. 정제마진이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각종 운영비용 등을 뺀 금액을 뜻한다. 정유업계의 수익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통상 배럴당 4~5달러가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졌다. ◇변하는 에너지 패러다임, 투자금 늘어나는데…
정유사들의 재무부담은 이미 적지 않은 상황이다. 올 상반기 정유사들의 전체 부채비율은 175.2%로 나타났고 200%가 넘는 기업도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총 두 곳으로 나타났다. 또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차입금의존도 30%를 넘긴 상태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합산 11조원에 달하는 만큼 매출채권 회수 및 재고자산 소진이 잘 이뤄진다면 재무부담 완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급작스레 상승추세로 전환된 유가의 흐름과 소비위축 가능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게다가 현재 마진이 손익을 넘기지 않는 상황이므로 수익성 훼손은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게다가 정유사들이 친환경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을 꾀하고 있는 상황이라 투자금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SK에너지는 SK㈜와 함께 미국 에너지솔루션 기업 아톰파워 인수에 2000억원을 썼다. 아톰파워의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외에서 분산형 발전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위한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대규모 석유화학 투자를 마치고 화이트 바이오, 수소 등 친환경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당초 투자규모가 7조원으로 추산됐던 석유화학 2단계 투자인 '샤힌 프로젝트'의 최종 투자 승인을 올해 안에 내린다는 계획이다.
재무부담에 인플레이션에 따른 자금부담이 겹치는 상황이라 정유사들의 신사업 전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지 관심이 모인다. 정유사들은 이미 긴축재정에 돌입한 상태다. 실제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지난달 26일 3600억원 규모로 예정됐던 CDU(상압증류공정) 및 VDU(감압증류공정) 투자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