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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달러 파장 - 자동차

현기차, 공들여 쌓은 영국 점유율 흔들리나

①40년만에 두 자리수 확보, 차 한 대당 150만~200만원 차이 체감

문누리 기자  2022-09-30 08:09:10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훌쩍 넘긴 가운데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자동차업계는 대표적인 '달러화 절상'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자동차 업종의 순수출 익스포저는 45.7%로 조선·반도체(59.7%)를 뒤잇는다.

순수출이 환율에 노출되는 수준을 뜻하는 순수출 익스포저 숫자가 높을수록 원·달러 환율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특히 수입보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최근 같은 '강달러' 기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미 달러 가치는 높아지는 반면 영국 파운드화 등 다른 통화 가치는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의 경우 23일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450억 파운드(약 70조원) 규모의 감세 정책을 내놓자 정부부채 부담 우려가 커지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이에 26일 영국 파운드·달러 환율은 1파운드당 1.0382달러까지 추락했다. 27일엔 1.0723달러로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60여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인 1980년대보다 낮아졌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40년간 공들여온 영국 시장 점유율을 타 경쟁업체에 뺏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달러화 가치가 높아질 수록 미국 시장 수출 수혜를 입듯, 파운드화 가치가 낮아질 수록 영국 시장에서 환산되는 자동차 가격이 높아져 현대·기아차의 수출 경쟁력은 줄어든다.

예컨대 이달 초 1610원대였던 원·파운드 환율과 현재(1530원대)를 비교하자면 1파운드 당 80원의 차이가 생긴다. 현대차그룹 차종 중 영국에서 가장 잘 팔린 기아 스포티지나 현대차 투싼의 원화 가격을 3800만원이라 가정하면 영국 소비자는 이달 초보다 현재 1000파운드(약 154만원)나 비싸게 사야 되는 셈이다. 4000만원 중후반대의 친환경 소형 SUV 기아 니로를 사는 소비자는 1400파운드(약 215만원)나 가격차를 체감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으로선 발목 잡히는 격이다. 1982년 현대차 포니를 첫 수출하며 영국 시장에 뛰어든 현대·기아차는 근 10여년 사이에도 5~6%대 점유율을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유럽 시장이 2013년 재정위기가 진정국면으로 진입하고 2014년 영국의 고용 개선 및 주택가격 상승세 등으로 자동차 수요가 늘면서 점유율 7%대에 근접했다.

본격적인 영국 시장 점유율 확대 기점은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년 이후였다. 2021년 점유율은 현대차 4.2%, 기아 5.5%으로 각각 1.2~1.3%포인트씩 늘었다. 올해 1~8월 점유율은 현대차 5.3%, 기아 6.9%으로 확대됐다. 양사 합치면 12.3%라는 두 자리수 점유율에 처음 도달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유럽시장 전체로 보면 현대차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13.7% 줄어든 반면 영국에서는 28.5%(1~8월 기준) 늘었다. 영국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현대차 입장에서 파운드화 절하 지속세는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완성차 업체가 영국 자동차 시장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차지한 건 40년만에 처음"이라며 "파운드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현지 시장 점유율이 다시 뒷걸음질 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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