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가 1200원이 아닌 1400원으로 뛰어오른 '슈퍼 달러' 국면은 일반적으로 수출기업에 유리한 환경이다. 수요가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해외에서 제품을 판매해 거둬들인 1달러를 국내에서 환전할 시 전보다 200원의 수익을 더 내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200원의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해외 판매 가격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다. 수출기업 입장에선 실적을 끌어올리는 선택지가 넓어지는 셈이다.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LG디스플레이(LGD)는 해외 매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2조원 가운데 97%를 해외에서 올린다. 지난해 연간으로도 해외 매출 비중은 98%에 육박한다. 매출대금도 대부분 달러로 받는다.
고환율 수혜는 LG디스플레이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회사가 직접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밝힌 환율 민감도 분석에 따르면 달러가 5% 상승하면 당기순이익은 134억원 증가한다. 이는 달러를 1231원으로 가정한 분석이다.
28일 오전 현재 달러가 1430원대이니 단순 계산으로 LG디스플레이의 당기순이익은 4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에 기록한 3277억원의 순손실을 만회할 만큼의 규모는 아니지만 '수혜'임은 분명하다.
시장 한 관계자는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부품 업체들이 세트 업체들 대비 수혜가 크다"며 "반도체와 2차전지, 디스플레이 등이 대표적인 부품 산업이고 환율 상승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도 LG디스플레이는 고환율 수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환율이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올해 연초부터 환율이 꿈틀대기 시작해 꾸준히 오른 점을 고려하면 의문스러운 지점일 수 있다.
이는 전방 산업의 수요 위축이라는 악재가 고환율이라는 호재보다 강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G디스플레이는 제조한 패널을 TV와 노트북·태블릿PC, 스마트폰 제조 업체에 판매한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장에 공급된 대규모 유동성으로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수요가 위축되자 패널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 2분기 출하한 평균 패널 가격은 단위 면적(㎡)당 566달러로 전분기 대비 14% 감소했다. 팬데믹 기간 806달러로 정점을 찍은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30% 줄었다.
패널 가격이 30% 줄어든 기간 매출은 36% 감소했다. 영업손익은 적자전환했다. 이 기간 환율이 1100원대에서 1300원대로 오른 점을 고려하면, 실제 환율 상승 영향은 제한적이었던 데 반해 패널 가격 하락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문제는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전방산업의 수요 위축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패널 가격이 수요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올해 하반기에도 적자 지속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이미 시장에선 올해 3분기 LG디스플레이 영업적자 규모를 약 5000억원으로 확대 조정했다. 환율 상승을 고려한 조정이다.
시장 다른 관계자는 "분기 영업손익은 내년 2분기 중에 흑자 전환을 예상한다"며 "세트 업체들의 패널 재고가 충분히 낮아지고 세트 수요 회복을 예상해 패널 구매를 재개하는 때"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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