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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환율 전쟁

'원화' 기능통화의 한계…리스크 완전 헤지는 '불가능'

⑤달러 베이스로 재무제표 작성하는 해운사와 극명한 온도 차

박기수 기자  2022-09-22 15:59:12
항공사들이 원·달러 환율에 민감한 또 하나의 이유는 '기능통화'다. 항공사의 기능통화는 원화다. 재무제표를 모두 원화로 작성한다는 의미다.

기능통화란 영업활동이 이뤄지는 주된 경제환경의 통화를 뜻한다. 화물 사업이나 여객 일부 사업에서 달러나 외화로 상품을 사고 파는 과정이 일어나지만 주된 거래 수단은 원화기 때문에 기능통화도 원화다. 기능통화 이외의 다른 통화는 '외화'로 칭한다.

기능통화가 원화이기 때문에 외화 가치의 변화는 오롯이 환산손익으로 반영된다. 만약 달러부채를 1000달러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기초에 환율이 1000원이었을 경우 이는 원화로 환산하면 100만원이지만 기말에 환율이 1100원으로 상승하면 이 값은 110만원이돼 환산손실 10만원이 발생하는 원리다.

만약 항공사의 기능통화가 달러였다면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른 스트레스가 적었을 것이다. 재무제표를 달러 베이스로 작성하기 때문에 환율이 바뀌어도 달러부채에 대한 환산손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공시 목적으로 원화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발생하는 환산손익은 순이익에 반영되지 않는 기타포괄손익 계정에 포함된다.

기능통화가 달러 베이스인 대표적인 산업이 해운업이다. 항공업과 해운업 모두 영업자산을 리스로 이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달러 환율에 민감한 정도는 천지차이인 셈이다.

대신 해운업의 경우 외화인 원화 환율에 민감하다. 원화가 싸지면 환산이익이 발생하고, 원화가 비싸지면 환산손실이 발생하는 식이다. 일례로 HMM은 올해 상반기 연결 외화환산이익은 221억원, 손실은 243억원을 기록했다.



항공사 최고재무관리자(CFO)들이 환율 리스크에 머리를 싸맬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화 기능통화제를 채택하는 환경 속에서 환율은 예측하기 힘든 요소이고 항공기 구매 계약이 장기 형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제작사로서부터 항공기를 들여올 때 10년에 걸쳐 할부로 대금을 지급한다고 가정할 경우 고정 환율로 지급하는 계약은 있을 수 없다"라면서 "환율 변동에 따라 지급하는 액수가 달라지는데 이를 완전히 헤지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항공사들은 통화스와프나 선도계약 등을 통해 최대한 환율 리스크를 헤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선도, 스와프, 옵션 등 다양한 파생상품을 이용해 환 리스크를 헤지 중이다. 대한항공은 상반기 연결 기준 파생상품평가이익으로 1474억원을 기록했다. 리스크 관리 담당 부서는 김준환 자금전략실장 산하에 있는 자금기획팀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수입·비용 매치, 리딩, 래깅 등의 기법을 통해 환 리스크를 최대한 헤지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환율 관련 리스크는 진종섭 전략기획본부장(전무)이 이끄는 위험관리위원회가 관리한다.

진 전무가 이끄는 위원회에는 민경제 재무담당 임원대행, 임수성 전략기획담당 상무, 태기팔 구매담당 임원대행, 선완성 여객전략담당 상무, 홍지훈 화물영업담당 상무를 비롯해 자금·경영계획·회계·구매·Pricing·화물영업팀장들이 모두 참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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