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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달러 파장 - 정유업

급증하는 외화부채, 믿을 건 '통화스와프'

②원유대금 달러 결제·유산스 활용 특수성 반영

박동우 기자  2022-09-30 08:10:24
원·달러 환율 상승 여파는 정유업계도 피해갈 수 없었다. 외화부채를 원화로 평가한 금액이 급증하고, 외화환산손실도 대폭 늘었다. 원유를 구매할 때 달러로 결제하고, 대금 지급 기일을 미루는 어음인 '유산스(usance)'가 단기차입금으로 계상되는 등 특수성이 작용해서다.

믿을 건 '통화 스와프'다. 미리 정해놓은 교환비로 원화 금액과 달러화 금액을 교환하는 만큼 환율 급등기에 외화부채 상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정유4사(GS칼텍스·에쓰오일·SK에너지·현대오일뱅크)의 외화환산손실은 8065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정유4사에서 발생한 외화환산손실 4005억원의 2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GS칼텍스는 상반기 동안 3304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쓰오일은 1938억원을 기록했다. △SK에너지(1530억원) △현대오일뱅크(74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외화환산손실은 회사가 보유한 외화 표시 자산과 부채를 결산 시점의 원화 가치로 평가한 이 기존 장부상 숫자와 차이가 나면서 발생한다. 손익계산서 과목 가운데 '기타비용'이나 '기타영업외비용'을 구성한다. 손실이 늘어나면 당기순이익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정유업계의 외화환산손실이 급증한 건 원·달러 환율 상승의 여파로 외화부채를 원화로 평가한 금액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외화부채는 유산스차입금, 외화장기차입금, 외화표시사채, 외화단기차입금 등을 합산한 금액이다.

GS칼텍스의 올해 상반기 말 연결기준 외화부채는 3조7594억원이다. SK에너지 역시 달러로 표시한 부채의 증가 흐름이 두드러졌다. 2021년 12월 말 25억2100만달러에서 2022년 6월 말 48억2000만달러로 1.9배가량 많아졌다. 원화로 환산한 금액은 같은 기간 2조9885억원에서 6조2313억원으로 약 2.1배 불어났다.




원유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미화로 결제하고, 유산스 등을 활용하는 대목은 올해 같은 달러 강세 국면에서 외환 관련 손실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유산스는 지급 기한이 정해진 어음으로, 기업이 대금 지불 시점을 늦추는 데 방점을 찍는다.

선박에 원유를 싣은 날로부터 한 달이 지났을 때 은행이 정유사 대신 구매 대금을 내고, 이후 3개월이 지난 만기 시점에 정유사가 은행에 자금을 보내는 방식이다. 재무상태표에서는 '단기차입금'으로 계상한다.

에쓰오일은 6월 말 연결 기준으로 유산스차입금이 2조7927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년 전과 견줘보면 4338억원 늘었다. 증가분 가운데 1144억원은 환율 변동에 따른 금액이다.

다행히 외화부채 증가에도 불구하고 정유사들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탁월했다. GS칼텍스(2조2214억원), 에쓰오일(1조8850억원), SK에너지(1조7825억원), 현대오일뱅크(1조2526억원) 모두 1조원을 웃도는 순이익을 실현했다. 고유가 흐름이 이어져 석유제품 판매 가격이 오르고 정제마진이 급등했던 영향이 작용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정제마진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6월에 정제마진이 배럴당 30달러까지 근접했으나, 이달 들어 마이너스(-) 3달러까지 추락했다.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하는 3~4달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달러가 비싸진 영향으로 외화부채 규모가 불어나는 건 수익성 악화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주요 정유사들은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어떤 대처법을 구사할까. 통화 스와프나 통화 선도 계약을 맺는 전략을 택했다. 통화 선도 계약은 약정한 원화 금액을 만기 시점에 금융사로 보내고, 기업은 미리 정해놓은 달러화 자금을 받는 데 주안점을 뒀다. 통화 스와프는 일정한 기간 동안 사전에 정한 환율로 금액을 바꾸는 방식이다.

GS칼텍스는 외화로 표시된 단기차입금과 사채, 장기차입금 등의 원리금 상환에 대비해 통화 스와프 계약 31건을 체결했다. 15억5000만달러 규모다. △산업은행 △국민은행 △시티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크레딧아그리콜(Credit Agricole) 등 국내외 금융기관과 원화·달러화 자금을 바꾸기로 약정했다.

2019년 7월에 GS칼텍스가 산업은행과 체결한 통화 스와프 계약 사례가 눈길을 끈다. 달러당 1180원의 환율을 적용해 236억원과 2000만달러를 맞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이달 28일 환율(1439.9원)을 감안하면 2000만달러의 평가 가치가 약 288억원인 대목을 감안하면, 달러가 비싸진 상황에서 외화 차입금을 상환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통화 선도 계약을 다수 체결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1억3705만달러 규모다. 총 1711억원을 교환하도록 약정해놨다. 달러당 평균 1249원이 적용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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