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지난달 미국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영향권에 들어간 가운데 이로 인한 악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면서 달러 환산 한국 차 가격이 저렴해지는 '고환율 효과'가 보조금 격차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매출은 29조3689억원, 영업이익은 226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6% 급감했다.
그나마 순이익은 1조4839억원으로 18% 줄어드는 데 그쳤다. 환율 상승으로 관계회사 배당금을 포함한 금융수익과 외화거래 환차익 등 기타수익이 늘어난 영향이다.
기타수익에서 외환차익은 2238억원, 외화환산이익은 1430억원으로 전반기보다 2~3배 늘었다. 해외 임대료 수익이 들어오거나 해외 유형자산을 처분했을 때 환율 변동으로 수익이 추가로 생긴 케이스다.
특히 외화로 된 채권으로 인한 금융수익 중 외환차익은 550억원, 외화환산이익은 38억원으로 전반기보다 4~7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엔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박스권을 보였던 반면 올 상반기엔 1300원대까지 수직상승했기 때문이다.
현재 환율이 1400원대에 육박하는 만큼 올 하반기엔 외화로 인한 수익이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원화 약세는 이 같은 환차익뿐 아니라 미국 판매량 증대로도 이어져 현대차 미주 판매법인(HMA)으로부터 받는 배당금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별도기준 올 상반기 현대차가 들여온 배당금수익은 1조2949억원으로 전체 순이익의 87%에 달한다. 연결대상 주요 종속기업 중 상반기 순이익이 1조원을 넘긴 건 현대차 미주 판매법인(1조3838억원)이 유일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이달 8일 발표한 '코로나 이후 주요국의 전기차 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차는 미국에서 포드, GM을 제치고 테슬라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또 아이오닉5는 미국 내 '올해의 전기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비록 지난달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통과되면서 미국 밖에서 만들어지는 현대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원·달러 환율 차이가 커지면서 당분간 현대차가 받을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해당 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북미산 배터리 부품 사용이 50% 이상인 완성차에 대해 3750달러(약 522만원)를 지원한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년 전(1170원)에 비해 20% 절하된 수준이라 미국 테슬라 차량에 이를 적용하면 대략 2만 달러(약 2788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법안으로 인한 보조금 격차를 원화 약세로 대응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달러화 강세는 당분간 1400선을 넘겨 이어질 것"이라며 "보조금으로 인한 차이가 생기더라도 원화 약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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