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에서 배당 지급 제도의 변화를 예고하자 학계 인사와 연구원 등 자본시장 전문가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들은 배당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는 상장사들이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재무 조직이 분기 혹은 중간 배당을 시행할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배당 정책 개편과 맞물려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 강화를 둘러싼 담론이 부상할 거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오피니언1: 기관·소액주주 지분율 높은 회사 주목
전문가들은 기관 투자자나 소액 주주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의 대응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당 투자의 예측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는 만큼 배당 수준의 상향을 둘러싼 주주 요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관 혹은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업계 평균 수준보다 높은 기업의 경우 주주환원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현금 보유고가 두둑하거나 이익잉여금을 꾸준하게 쌓은 회사일수록 배당 정책을 명시적으로 강화하라는 압력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배당 상향 압력에도 불구하고 당장 업계 배당 수준이 높아지지는 않을 거라는 견해가 존재한다. 금융계 관계자 A씨는 "배당 규모를 사전에 결정하는 조치가 실제 배당 증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잉여현금흐름(FCF), 당기순이익 등 배당 규모를 책정하는 기준은 회사가 처한 대내외 경영 환경과 호실적 시현 여부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금융계 관계자 B씨는 "영미권을 위시한 선진국 배당 제도를 국내에 이식하는 건 '자본시장의 정상화'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에 갖는 관심이 증폭될 수 있는 만큼 개별 회사 IR 인력들이 해외를 겨냥한 커뮤니케이션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피니언2: IR 의사소통 노력 병행해야
전문가들은 기업 재무 조직이 연간·중장기 배당 계획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연간 1회 배당만 실시하던 회사들의 경우 한 해에 여러 차례 배당을 지급하는 시나리오까지 상정해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장을 역임한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배당은 기업의 캐시플로(현금흐름)가 원활함을 시장에 알리는 '신호 효과'를 지니고 있어, 실제 제도가 개편된다면 연간 배당 횟수를 늘리라는 목소리가 분출될 것"이라며 "분기·반기 배당이 활성화되는 상황까지 감안해 기업들이 재무적 계획을 입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주주 관리 차원에서 배당 계획의 구체성을 확립하는 과제가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며 "배당 성향이나 재원의 규모를 명확하게 거론하고, 방침의 근거를 뚜렷하게 설명하는 등 투자관계자와 적극적으로 의사 소통을 전개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당 계획 수립을 지휘하는 주체인 기업 CFO의 역할이 한층 심화될 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자연스럽게 재무 총괄 임원의 관점을 이사회 의사결정에 투영하자는 담론이 부상할 거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배당 정책이 이사회 의결을 거치기 때문에 CFO가 이사회 활동에 적극 관여하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며 "자금 사정을 훤하게 꿰뚫고 적정한 배당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CFO는 최고경영자(CEO) 등 이사진 최종 결정의 조력자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