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핵심 계열사 LG화학 CFO인 차동석 부사장의 상반기 상여금이 5억원을 넘었다. 그룹 내 CFO들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표면적으론 지난해 LG화학의 실적 개선을 상여금 산출 기준으로 내세웠지만 내부에선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겸직 등 사내 주요 역할도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 부사장이 올 상반기 받은 총 보수(근로소득)은 7억8200만원으로 그룹 내에선 ㈜LG CFO인 하범종 사장(8억2800만원) 다음으로 많다. 직
LG그룹 임원 근로소득은 임원보수 규정 중 성과인센티브 규정에 따라 성과평가 등을 기준으로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전년도 재무성과 등 계량지표와 핵심과제 평가, 미래 준비를 위한 중장기 기대사항 이행 정도 등 비계량지표를 평가해 산출한다.
이번 보수 산출에 반영된 LG화학 재무성과는 전사 매출이 2020년 30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42조7000억원으로 41.9% 증가한 것과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조8100억원에서 5조300억원으로 178.4% 증가한 점 등이다.
특히 차 부사장이 받은 상여(5억1300만원)는 그동안 그룹 내 CFO가 받은 상여 중 최대 수준으로 손꼽힌다. 급여로 4억원대를 받던 LG화학 전 CFO 정호영 사장의 경우에도 가장 많이 받은 상여는 3억9200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차 부사장의 LG화학에서의 위상을 방증한다. 일반적인 재무·회계·자금담당으로서의 CFO 역할을 넘어 사내 전략과 경영계획, 주요 경영 이슈 관련 의사결정까지 전반적으로 CEO와 함께 고민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보수 기준에는 비계량지표도 상당 부분 반영된다. 차 부사장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세계경기둔화,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고 수익성 극대화 등을 통해 성과를 창출했다는 평가가 반영됐다.
특히 LG그룹의 경우 주요 과제 해결 등 한차례 도약해야 할 '골든 타임'에 CFO가 나서 강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고유가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중국 코로나19 봉쇄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고조되면서 CFO의 역할 범위도 넓어졌다.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예고 이후 차 부사장은 CRO까지 도맡아 하게 됐다.
LG화학 관계자는 "차 부사장은 CFO 역할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다양한 사내 이슈까지 관할하고 있다"면서 "CRO 역할에 얼마가 지급되는지 딱 떨어져 나오진 않지만 보수 중 역할급으로 일부 반영되는 건 맞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IPO건도 차 부사장 상여 평가에 한 몫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주문액 1경원을 돌파하고 수요예측 경쟁률도 2000대 1을 넘기는 등 사상 최초 기록을 경신했다. 최종 공모가가 희망공모가 밴드 최상단인 30만원으로 확정되고 총 공모 규모는 12조원75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 증거금도 114조원 넘게 모으는 등 IPO 흥행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차 부사장은 사장 못지않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큰 책임에 따른 보상도 많은 편"이라며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을 분사한 상황에서 향후 회사 성장 가능성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앞으로의 위상이 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