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업을 늘리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고민 중 하나는 법인세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북미, 유럽에 걸쳐 공장을 짓거나 세울 예정이고 판매 법인도 세계 도처에 두고 있다. 법인세의 규모에 따라 기업에 들어오는 현금이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만큼 각국의 세제정책에 촉각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LG화학에서 경리담당으로 세무전략 수립해온 장승권 상무(
사진)는 LG에너지솔루션에서 회계담당 상무로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았다. 세무업무는 물론 사업이 확대되며 복잡해지는 회계처리를 총괄하는 일도 장 상무의 몫이다.
◇유효세율 관리 '관건', 10% 안팎으로 유지 중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법인세로 지출한 금액은 총 33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은 2597억원으로, 1분기 유효세율을 계산하면 12.7%다. 지난해 총 유효세율도 9.85%로 집계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유효세율은 10%안팎의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유효세율이란 세전이익 가운데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유효세율이 낮을 수록 순이익이 높아지는 만큼 유입되는 현금의 양이 늘어난다. 최대한 현금을 확보해 설비투자 및 연구개발에 쏟아야 하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유효세율을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의 법인세 구조를 살펴보면 지난해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익이 7772억원으로, 법인세는 2325억원이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법인세비용을 765억원까지 내리는데 성공했다. 1424억원에 달하는 세액공제가 가장 큰 차감 요인이었다. 국내외에서 배터리 공장 설립하며 지원받는 세액공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이연법인세를 활용해 1280억원의 세금을 감액할 수 있었다. 이연법인세는 기업회계로 산정한 과세금액과 세무회계로 산정한 과세금액이 서로 다를 때 과세를 이연하는 항목이다.
해외 사업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장 상무 산하 회계담당 조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공장을 보유 중이거나 설립 중인 국가는 우리나라·미국·캐나다·중국·폴란드·인도네시아 등으로 다양하고, 언급된 국가 외에도 판매법인이 있는 나라는 호주·독일·대만 등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과세소득에 대한 법인세는 다양한 국가의 세법 및 과세당국의 결정을 적용해 산정되므로 최종 세효과를 산정하는 데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장 상무는 각종 회계처리와 결산 방향을 수립하는 것은 물론 결산 수행, 재무제표 공시, 경영 및 투자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일도 담당한다.
◇LG화학 경리담당 임원 경력, 미래 CFO 위한 교육도 받아
LG에너지솔루션의 초대 멤버인 장 상무는 회사 출범 전까지는 LG화학에 몸담았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LG화학에서 미국판매법인 LGCAI 관리담당, 세무회계 팀장, 재무회계 팀장 등을 거쳤고 2019년 경리담당 상무로 승진하며 임원명단에 들기 시작했다.
LG화학에서도 CFO 아래에서 회계·세무 등의 업무를 맡아 총괄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마찬가지로 LG화학 역시 해외에서 사업의 비중이 90% 이상으로 큰 편이다. LG화학에서 다양한 국가의 세법을 경험한 이력이 LG에너지솔루션 회계담당으로서의 업무에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2006년에는 LG그룹이 미래 최고재무책임자(CFO) 후보의 글로벌 감각을 키우기 위해 미국 보스톤대 경영대학원과 설립한 교육 프로그램 'LG-보스톤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 양성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재경부문 직원 중 5명 이내의 소수정예 핵심인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시 장 상무와 프로그램을 함께 수료한 인물로는 안준홍 ㈜LG 전자팀장 전무, 반병선 LG전자 유럽경영관리담당 상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