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경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 부사장(
사진)이 이사회에 진입하며 오너일가 사내이사의 부재가 끝나게 된다. 박찬구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며 이사회 중심 경영을 선언한 지 약 1년만이다.
박 부사장의 이사회 참여가 책임경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너일가가 이사회에 진입하는 만큼 책임경영과 이사회 독립성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가장 큰 숙제로 보인다.
오너일가 일원이 등기임원을 맡는 일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등기임원이 될 경우 기업의 의사결정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된다. 경영상 의사결정에 실패한 최악의 경우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는 입장인 것이다. 또 5억원 이상 등기임원의 보수 공개 의무가 있는 점도 부담이다. 아무래도 보다 책임감 있는 경영활동을 할 수 밖에 없다.
기업의 지분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오너일가의 경우 등기임원이 아니라고 해서 영향력이 없을 수 없다. 따라서 오너일가가 보유한 권한에 책임을 일원화하는 등기임원 등재는 책임경영 차원으로 받아들여진다.
오너일가 일원이자 회사의 지분 7.21%를 보유한 박 부사장도 사내이사로서 책임경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5월 박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 뒤 약 1년간 금호석화 오너일가 임원 3인 중 이사회에 참여하는 인물은 없었다.
박 회장은 지난해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고, 직후 영업·재무·연구개발에 뼈가 굵은 고위임원 세 명으로 사내이사 진용을 꾸렸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 이사회 독립경영에 나서겠다는 구상이었다.
이에 앞선 2018년 금호석화는 사외이사진을 6명으로 대폭 늘려 이사회 중심 경영을 위한 발판을 만들었다. 지금도 6명의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있고 추가적으로 2명의 사외이사가 신규 선임된다. 상법상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 총수의 과반수로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하는데, 금호석화의 이사회 구성은 이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의 독단이 문제가 되지, 이사회에서 아예 없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오너로서 목소리를 내야 할 부분이 분명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금과 같이 경영환경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오너 경영진의 장점으로 꼽히는 추진력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시점이다. 오너일가로서 목소리를 내면서도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전하는 균형감이 박 부사장에게 필요한 상황이다.
오너일가로 남들보다 빠르게 승진해 이사회 멤버가 된 만큼 박 부사장이 그만큼의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상장사에서는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유능한 경영진을 발탁할 의무가 있다. 지배구조를 연구하는 일부 전문가들은 오너일가라는 이유로 경영진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호석화 측은 박 부사장이 영업본부장으로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으므로 사내이사로 선임될 이유가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NB라텍스 영업실적에 힘입어 2020년, 2021년 금호석화의 호실적을 이끈 점이 성과로 지목된다. 다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위생용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던 시기라 당시 실적을 온전히 박 부사장에게 돌리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화학업계가 수요 감소와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부침을 겪고 있고 금호석화가 신사업을 본격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는 현재 상황이 경영진으로서 박 부사장의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