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 회장의 딸인 박주형 전무는 2015년부터 회사에서 근무 중이다. 현재 구매재무담당 전무로 임원 명단에 올라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박 전무가 향후 이사회에 진입, 박준경 부사장과 '남매 경영'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박 전무는 1980년생으로, 금호석화 이사회에 진입할 예정인 박 부사장과의 나이 차이는 단 두 살이다.
◇금호석화 '요직' 구매·자금 담당
아이오와대학교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박 회장은 자타공인 재무 전문가다. 박 회장의 능력이 빛을 발한 것은 2010년 맺은 채권단 자율협약을 조기졸업한 일이다. 재무상황을 안정화하는 것이 1순위라고 본 박 회장은 당시 498%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집중해 3년만에 200% 밑으로 떨어트리는 데 성공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워크아웃과 금호석화의 자율협약 등을 거친 박 회장은 재무관리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화 경영 정상화 이후에도 박 회장은 보수적인 경영기조를 이어갔다.
재무 임원을 중요한 자리로 여기는 경향이 뚜렷하게 존재하는 만큼, 박 전무(
사진)가 재무·자금담당 상무로 입사한 것은 박 회장의 신뢰를 보여주는 일로 해석하기도 한다.
박 전무는 입사 후 박 회장의 측근이자 재무 담당 임원으로 현재 이사회에 참여 중인 고영도 전무와 호흡을 맞춰왔다. 당시 고 전무는 구매·재무담당 상무로, 박 전무는 구매·자금담당 상무로 있었다.
박 전무는 금호석화 입사에 앞서 이화여대 특수교육과를 졸업한 뒤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에 입사해 5년여간 경력을 쌓았다. 2015년 상무로 입사한 뒤 6년만인 2021년 전무로 승진했다. 금호석화 내부적으로도 박 전무에 대한 평판은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박준경·박주형 '남매경영' 본격화될까
박 회장 자신이 재무에 전문성을 가진 대표이사로 이사회에서 활동했고,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후부터는 또 다른 재무통인 고 전무가 사내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즉 이사회에서 재무 담당 임원이 빠진 적이 없는 셈이다.
고 전무를 제외하고는 박 전무가 금호석화 재무 분야에서 가장 높은 직위를 가지고 있다. 박 전무도 추후 오빠인 박 부사장의 뒤를 이어 금호석화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석화 내부에서도 박 전무가 향후 이사회에 입성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호석화 측은 "이사회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시일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먼저 이사회 멤버가 된 박 부사장의 경우 상무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 이사회에 진입하기까지 약 10년이 걸렸다. 비슷한 전철을 밟는다면 금호석화에서 임원을 단지 8년차가 된 박 부사장도 이사회 입성이 마냥 먼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박 부사장이 상무보로 임원생활을 시작했지만, 박 전무는 상무로 더 높은 지위로 입사한 점을 감안하면 이사회 진입에 더 적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 이사회 구성원인 백종훈 대표이사와 고영도 전무는 각각 1961년생, 1965년생이다. 임원으로 활동하기에 많은 나이는 아니다. 금호석화에는 1960년대 임원이 다수 포진해있다. 그렇다고 아주 적은 나이도 아니다.
수년 후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수순을 예상할 수 있다. 박 부사장과 박 전무가 각각 현재 이사회 멤버로서 영업 전문가인 백 대표, 재무 전문가인 고 전무의 역할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