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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SK이노베이션

자산 40조원 주무르는 어벤져스 조직 면면은

③재무 1~4·세무전략·구매실로 구성...전략본부 소속 M&A담당과 리스크 조율

박상희 기자  2022-05-12 11:11:16
SK그룹은 총 자산 225조5260억원, 매출액 161조3530억원(2019년 말 공정위 기준) 규모의 재계 3위 대기업집단이다. 그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자산총계가 약 40조원으로, SK그룹 전체 자산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올해부터 SK이노베이션의 40조원의 자산을 주무르는 CFO 조직의 수장이 바로 김양섭 재무본부장이다. 산하에 재무 1~4실, 세무전략실과 구매실 등 총 6개실을 두고 있다. CFO 조직에 포함된 임직원만 100명을 훌쩍 웃돈다.

SK이노베이션 CFO 조직의 특기할만한 점은 M&A 조직이 없다는 점이다.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M&A담당 조직은 김철중 전략본부장 산하로 편제돼 있다. 전략본부 산하에서 기존 산업과의 시너지효과 등을 고려해 M&A를 고민하고, CFO 조직은 구상 단계의 M&A를 실행에 옮길 때 필요한 자금조달 등 액션플랜을 담당한다. M&A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도 CFO의 역할이다.

◇김양섭 재무본부장 산하 100명 넘는 재무통 집결

1966년생인 김양섭 본부장은 1988년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2011년 SK이노베이션 출범 이후 CFO를 지낸 전임자 차진석 전 SK하이닉스 부사장(서울대 경제학과)과 이명영 전 부사장(현 SK이노베이션 고문, 연세대 경영학과)이 경제·경영학과를 졸업한 상경계 전공자인 것과 달리 법학과 출신인 것이 눈에 띈다. 김 본부장은 2009년 미시간주립대에서 재무학 석사 학위를 받으면서 재무 커리어를 보강했다.

SK이노베이션 출범 이후 줄곧 재무 부서에서만 몸담았다. 2011년 SK이노베이션 회계팀장, 2012년 SK에너지 자금팀장을 지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에서 재무기획팀장, 구매실장, 재무2실장을 역임했다. CFO 산하 대부분 요직을 두루 거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까지 재무2실장을 맡다 올해 초 재무본부장으로 진급했다. SK그룹은 지난해 직급 체계를 손보면서 임원은 모두 부사장 직급으로 통일했다. 따라서 직급 자체의 변동은 없다. 다만 재무2실장에서 재무본부장으로 SK이노베이션 전체 재무를 총괄하는 보직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직책 상 승진으로 풀이된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재무본부는 산하에 6개 ‘실’ 조직을 두고 있다. 재무1~4실, 세무전략실, 구매실 등이다. 재무1실(김정수 부사장)은 회계, 2실(이우현 부사장)은 자금, 3실(이동훈 부사장)은 재무기획, 4실(김영광 부사장)은 배터리 사업 재무를 관장한다. 세무전략실은 박기상 부사장이, 구매실은 박재한 부사장이 담당한다.

SK이노베이션이 지배구조 상 지주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회사 재무도 함께 담당한다. 재무1실에서 화학 자회사를, 2실에서 정유 자회사와 트레이딩 사업을, 3실에서 SK루브리컨츠 재무를 함께 들여다본다. 배터리 사업 재무를 담당하는 재무4실은 배터리 사업이 SK배터리(가칭)로 분사된 이후 SK배터리 재무를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무본부, M&A 액션플랜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 역할도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최대 이슈는 배터리 사업 분사다. 지난달 초 배터리 사업 분사 계획을 공식화 한 지 약 한 달 만에 이사회를 열고 물적분할을 결의했다. 자금조달을 위해 향후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것이라는 것에는 회사 안팎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시장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상장을 위한 주관사 선정부터 프리 IPO(상장 전 자금 유치)를 전망하는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정작 SK이노베이션의 자금을 조달하는 책무를 맡고 있는 CFO 조직에선 담담한 표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프리 IPO는 M&A담당에서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합병 거래뿐만 아니라 지분 매각 등을 포함한 M&A 거래는 재무본부가 아닌 전략본부에서 컨트롤한다. 대규모 자금조달을 수반하는 M&A 특성 상 재무 이슈가 깊숙이 연관되기 때문에 M&A 기능을 CFO 산하에 두고 있는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M&A 조직은 전통적으로 CFO가 관할하는 재무본부가 아니라 전략본부 산하로 편제돼 왔다”면서 “M&A 거래를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효과, 신사업 진출 효과 등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략본부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차원에서 M&A 거래를 검토하면 이후 재무본부에서 M&A를 실행하는데 드는 자금조달 및 적정 밸류에이션 등을 관리하는 수순이다. 밸류에이션 및 자금 조달 등의 리스크 관리 과정에서 거래가 중단되기도 한다.

과거 두 차례에 걸친 SK루브리컨츠의 상장 중단이 좋은 예다. 전략본부에서 SK루브리컨츠의 상장을 추진했지만 재무본부에서 기대한 수준의 밸류에이션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기업공개가 중단됐었다.

SK배터리의 기업공개에서도 CFO 조직의 진가는 빛을 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리 IPO를 진행할 것인지, 사전 투자 유치 없이 IPO를 진행할 것인지는 전략본부에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방향성이 결정된 이후의 진행은 재무본부의 손에 달려 있다. SK배터리의 기업가치를 측정해 어느 수준으로 투자를 진행할 것인지, 상장 밸류에이션을 어떻게 도출할 것인지는 재무본부의 몫이다.

때로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 미국에서 예정된 대규모 투자와 LG에너지솔루션에 지급해야 하는 합의금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자금 마련에 우선순위를 둘 경우 밸류에이션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거래를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배터리가 분사 이후 바로 IPO를 진행할지, 그 이전에 프리 IPO를 진행할지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 “전략본부에서 결정이 이뤄지면 재무본부에서 후속 작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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